겨울을 헤치고 가장 먼저 봄을 깨운 애플민트
지난 11월 말에 이사해 집 안을 정리하고 정돈하다보니 3개월이 손살같이 지나가 있었다. 폭설이 온 날 밤 정원에 처음 나가서 눈을 만지며 놀아보고, 두껍게 쌓인 눈의 무게에 눌려 기울어진 울타리 사철나무를 털어준 것 말고는 겨우내 정원에 마음을 쓸 틈이 없었다.
3월이 되니 아직 날씨는 쌀쌀하지만 창 밖 정원에 눈이 계속 가고 마음도 가고 발길도 닿았다.
이전에 사시던 분이 정원에 많은 식물들을 키웠었고 이사가는 집으로 데리고 간 아이들도 있지만 남아있는 식물들도 있다고 했던 말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바짝 마른 잔디인지 잡초인지 수북히 덮혀 겨울동안 그래도 따뜻하게 보냈을 내 땅, 내 정원. 어디가 흙이고 어디가 정원석인지 모를 땅을 처음으로 밟고 지나가는데 향긋한 허브향이 났다. 살짝 들쳐보니 아주 작은 초록 잎들이 벌써 봄을 깨우고 있었다. 상큼달달한 애플민트향으로 봄을 시작하다니, 역시 정원있는 집으로 오길 잘했어. 두근거리는 마음을 참기 어려워 화훼시장도 가고 유튜브로 정원 가꾸는 분들의 영상도 찾아보고, 분주한 나의 봄이 시작됐다.
애플민트의 생명력에 감탄한 나의 이른 봄. 3월 초부터 정원 여기저기 애플민트의 여린 잎이 자라나더니 여러 모종을 사와서 식재를 시작한 3월 말이 되자 이미 애플민트는 장성해 줄기를 사방으로 뻣어나가고 있었다.
처음엔 약간 무서웠다. 귀엽고 향기로운 애플민트에게 무섭다는 표현은 조금 미안하지만, 너무 빨리 너무 퍼지며 성장해서 내가 ‘어떤 꽃을 심어볼까’ 고민하는 사이에 이미 애플민트가 땅따먹기로 선점한 기분도 들고, 화분이 아닌 흙에서 좋은 햇볕을 받고 자란 애플민트는 그동안 어느 꽃집에서도 보지못한 손바닥만한 사이즈로 잎사귀를 피워내고 있어서 조금 무서웠다.
결국 꽃나무를 심기위해 다른 곳을 자리도 옮겨주고 화분에도 옮겨심고 하는데 마치 지피식물처럼 줄기가 뿌리처럼 퍼지며 자라나는 애플민트는 뽑아도 뽑아도 많아서 그 생명력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3월에는 다소.. 애물단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애플민트. 뜨거운 여름이 되니 가장 소중한 허브 중 하나가 되었다. 날이 뜨거워지자 갑자기 떠올랐는데 ‘모히또’ 나는 여름에 여행지에 갈 때마다 호텔 수영장에 있는 바bar에서 꼭 모히또를 마신다. 시원하고 향긋한 나의 최애 칵테일.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내 정원엔 애플민트가 있잖아? 이제 집에서도 모히또를 만들어먹을 수 있다고!
화사한 여러 꽃에 밀려 4개월 동안 여기저기 전전하며 애정받지 못했던 애플민트를 쓰다듬으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내가 터전을 옮겨주는 과정에서 그 수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향긋한 잎사귀를 잘 키워내는 애플민트에게 고마운 마음도 전하며. 습한 장마철을 잘 이겨내도록 가꿔주고 있다.
정원 일을 마무리하며 싱싱한 잎사귀도 여러 장 떼서 주방 장에 뜯지도 않고 있었던 진과 레몬, 꿀 조금과 탄산수를 섞어 휘휘- 아 얼음도 가득 넣어야지. 남편 한 잔, 나 한 잔. 아침부터 뜨거운 여름 햇살에서 정원을 누리고 가꾸고 들어와 시원하게 마시며 주말을 시작하는 나의 여름 루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애플민트를 더욱 더 풍성하게 키울 수 있을까 고민 중인 나의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