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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Aug 29. 2023

도둑맞은 집중력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꽤나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지만, 집중력이나 몰입이 필요성을 고찰하는 책은 너무 흔해서 끌리지 않았다가 뒤늦게야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말 잘 쓴 책이고 읽기를 잘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한적한 케이프코드 해변으로 떠나서 3개월 간 핸드폰과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하면서 집중력 회복을 시도하는 본인의 경험담과 그 후일의 이야기를 메인 골격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동시에 집중력 문제와 관련된 연구나 전문가를 취재를 통해 보강하며 짜임새있게 주제를 전달한다. 저자의 경험담과 함께 진행되는 이야기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조가 있어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몰입하게 만든다.


성급하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집중력을 훔쳐간 도둑은 사용자의 관심을 받는 것이 전부인 테크 기업, 부족한 수면, 과도한 스트레스, 질 낮은 식단 등 이고, 이 도둑들을 만들어낸 것은 '경제 성장'이다.


책의 초반에는 최근 수십년 동안 개인들의 집중력이 점점 저하되고 있다는 것, 집중력이 무한하지 않은 한정된 소중한 자원이라는 것, 집중력의 서로 다른 형태인 몰입과 딴생각이 생각의 질과 효율을 높여준다는 것,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수면이 꼭 필요하다는 것,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단순화하고 자극적으로 만든다는 것 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런 주제들은 이미 집중력이나 몰입에 대한 다른 책들에서도 많이 다룬 내용들이라 새로울 것은 없지만 저자가 비슷한 내용도 조리있는 시각으로 잘 풀어내고 있어서 이 부분도 재밌게 읽었다.


연구팀은 2013년에는 가장 많이 논의된 상위 50개 주제에 한 주제가 17.5시간 동안 머물렀으나 2016년에는 그 시간이 11.9시간으로 줄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곧 우리가 트위터에서 어느 하나에 점점 더 짧게 집중한다는 뜻이었다.
- <1장 너무 빠른 속도, 너무 잦은 멀티태스킹> 중에서

고작 3년 사이에 정보의 교류와 소비 속도가 이렇게 빨라진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이는 집단으로서의 집중력 지속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일 밤 우리가 잠들면 뇌는 액체로 헹궈진다. 이 뇌척수액은 뇌에서 독성 단백질을 씻어내 간으로 보내고, 간에서 이 독소를 없앤다.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 저는 이 독성 단백질을 뇌세포의 똥이라고 부릅니다. 집중이 잘 안 될 때는 머릿속에 뇌세포 똥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는 것일 수 있어요."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피곤할 때 "숙취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 <3장 잠들지 못하는 사회> 중에서


매클루언은 정보가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방식이 정보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텔레비전은 우리에게 세상은 빠르고, 중요한 것은 표면과 겉모습이며, 세상만사는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가르친다.
(중략) 인스타그램은 어떨까? 첫째,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다. 둘째,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다. 셋째,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다. 넷째,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우리의 겉모습을 좋아하느냐다(생각 없이 쉽게 말하거나 비꼬는 게 아니다. 이게 정말로 인스타그램의 메시지다).
- <4장 소설의 수난 시대> 중에서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분명히 개별 단어와 문장에 집중하지만, 정신의 작은 일부는 언제나 배회하고 있다. 우리는 이 단어들이 자기 삶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생각한다. 이 문장들이 내가 앞 장에서 말한 내용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생각한다. 내가 다음에 말할지 모를 내용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하는 말이 모순으로 가득한지, 또는 결국 한 점으로 모일지 궁금해한다. 갑자기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지난주에 텔레비전에서 본 내용을 떠올리기도 한다.
(중략) 이것이 바로 독서다. 지금 정신이 배회하게 두지 앟는다면 스스로에게 이해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방황할 정신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독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삶도 그렇다. 따생각은 상황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 <5장 딴생각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말해주는 것> 중에서

아하, 책을 읽을 때 내 머리속에서 이런 복잡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구나. 미처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바로 이 구절을 읽고 있을 때 정확하게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책의 다음 내용은 테크 기업들이 사용자의 주의를 붙들어 놓아야 돈을 벌고,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컨텐츠를 추천할수록 사용자가 서비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이런 기업 활동은 앞으로도 집중력 저하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서 단순히 개인이 기술을 멀리하는 디지털 디톡스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도 3개월 간의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서 집중력과 몰입에 대한 놀랍고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지만 도시로 돌아와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인터넷과 이메일의 홍수에 빠지면서 불안 초조를 다시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구글의 자산은 대략 멕시코나 인도네시아의 전체 자산과 비슷하다. 이들에게 사람들을 산만하게 만들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석유 기업에 석유를 시추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중략) 실리콘밸리는 자신들에게 "중대하고 고매한 목표"가 있다고 선전한다. "그 목표가 온 세상 사람을 연결하는 거든 뭐든 간에요. 하지만 매일 하는 일을 보면 그 목표는 그저 사용자 수를 늘리는 거에요." 사실 그들이 파는 것은 사람들의 주의를 붙드는 능력이다.
- <6장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 중에서


그러므로 우리를 화면 앞에 붙잡아두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알고리즘은 (의도는 없었지만 불가피하게) 우리를 화나고 격노하게 만드는 일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분노를 많이 일으킬수록 참여도도 높아진다. 많은 사람이 많은 시간을 분노하는 데 쓰면 문화가 바뀌기 시작한다. 트리스탄이 말했듯이, 이러한 현상은 '증오를 습관화'한다. 증오가 우리 사회의 뼈대에 스며드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 <7장 산만함에 불을 지피다> 중에서


그리고 스트레스가 높아진 현대 사회가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다양한 요인들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개인들을 몰아가고 있다.

우리 대다수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으로, 당시 사회에서는 중산층이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경제적 불안정이 커지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1945년보다 수면을 한시간 적게 하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심한 사회는 방해 요소에 저항하는 능력이 낮아질 것이다.
- <10장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 상태> 중에서


저자는 집중력을 지키기 위한 개인적인 대응보다는, 경제 성장보다 건강한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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