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상점 오아크

식물 추천하는 식물리에가 추천하는 동네 가게들

by 식물리에

골목을 걷는 걸 좋아합니다. 그 골목에 있는 동네 가게를 기웃거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동네 가게 대표님들과 이 골목, 우리 동네, 각자의 취향을 이야기하는 걸 제일 좋아합니다.


처음 만난 가게

> 와인상점_오아크 @oo_aa_kk_


지난 여름, 동네에서 가볍게 달리고 있는데 새로운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오랜만에 이 골목을 달려서인지 이미 가게는 완성되어 있었다. 커다란 간판이 아닌 작은 조명이 비추고 있는 통나무 슬라이스가 간판 자리에 붙어있었다. 이 심플하면서도 짙은 농도의 아우라에 마음을 빼았겼다. 머릿속에는 방앗간 드나드는 참새가 되어 가게를 들락날락 하는 미래의 나의 모습이 스쳐갔다. 속도를 늦춰 통유리로 되어있는 가게 앞으로 슬쩍 다가갔다. 오호! 내일 가오픈한다는 쪽지가 붙어있었다. 서둘러 인스타그램으로 ‘오아크’를 찾아보았다.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식당을 운영하다가 오아크를 오픈하게 되었다는 피드가 있었다. 어딘가 흔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꼭 어떤 과정으로 오아크가 생겨났는지 대표님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게 유리 너머로는 와인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고, 와인을 즐길 때 필요한 소소한 것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간판 대신 있는 통나무 때문인지 이 가득한 것들 것들이 정신없어 보이기보다는 오아크스러움으로 보였다.



이렇게 너무 가고 싶었던 오아크에 초겨울이 되어서야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번의 방문 후 정중하게 대표님께 인터뷰를 요청드렸다. 오아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오아크 대표님과의 이야기는 간판 대신 붙어있는 통나무 같았다. 심플하고 솔직하고 묵직했다.


> 오아크의 시작

지금의 행운동 골목과는 걸어서 조금 거리가 있는 봉천역 쪽에 베라노라는 가게를 운영하였다. 더 시간을 거슬러 보면, 전공은 아니지만 우연하게 요리를 접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하였고 직원으로 있기보다는 나만의 식당을 운영하고 싶어서 베라노를 오픈하게 되었다. 베라노는 이탈리안 요리와 와인을 판매하였다. 그러다 보니 파스타가 아니더라도 어떤 요리에 어떤 와인이 어울리는지에 대한 관심도와 지식도 쌓여갔다. 그리고 음식과 와인을 내주며 손님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걸 알게 되었다.


이 골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관악구에 오래 살아오면서 이 행운동 길이 꽤 좋다고 쭉 생각했다. 그래서 오아크를 이곳에 열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미 이 길에 다양한 가게들이 많이 들어와 있기도 하고 이 행운길에 앞으로도 작은 가게들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 오아크

오아크를 오픈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아주 많은 와인을 마시고 있다. 직접 맛을 보고 어울리는 음식과 분위기를 생각하고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하여 와인을 추천해드리고 있다. (실제로 오아크는 면적 대비 여느 바틀 샵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종류를 구비하고 있다.) 와인에 대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전문가적인 공부는 한 적이 없지만 이렇게 직접 마셔보고 고민하며 와인을 추천하는 것이 오아크의 방법이다. 종종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어떤 와인에 대한 나의 감상들이 너무 솔직하게 긴 글로 올라갈 때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와인상점 오아크의 색깔이다.


> 앞으로 오아크는

내가 오아크이고 오아크가 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내가 와인을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공유하는 식으로 와인을 추천하며 운영할 것. 오픈한 지 반년이 조금 안 되었지만 오아크를 찾아주시는 분들의 재방문이 늘어가고, 자신을 위해서 지인을 위해서 와인을 구입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기분이 좋다.

여력이 된다면 와인과 관련한 작은 모임들도 꾸준히 진행해보려고 한다. 이 행운길에서 다양한 손님을 만나며 동네 분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와인을 자리 잡게 하는데 오아크가 많은 기여하고 싶다.





조용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 고민 끝에 천천히 대답해주시는 오아크 대표님과의 짧은 2시간은 오아크를 알기에 충분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했다. 오아크라는 곳은 가게 앞에 놓여진 와인병들만 봐도 ‘아, 와인가게이구나!’라고 알 수도 있다. 하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오아크만의 깊은 맛을 느끼기에는 아마 더 많은 방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공간 여기저기 모두 대표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고속터미널 꽃시장에서 직접 사입을 하여 꾸며놓으신 크리스마스 장식들이며(장식들을 처음 보고 완제품을 사 오신 줄 알았다), 오아크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즐기고 있는 드라이플라워들이 와인과 어우러져 마음속 오아크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이 동네에 계신 분들이라면 와인을 구입할 일이 있다면 꼭 들러보기를 권한다. 아마 그냥 들러도 사장님께서는 편안하게 다양한 와인을 알려주실 것이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2021년,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와인과 함께 즐거운 연말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