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을 이기지 못하고 역시나 한 달 만에 돌아와 소개할 책은.. 조지 M. 존슨이 쓰고 송예슬이 옮긴 《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입니다.
조지 M. 존슨, 송예슬 옮김, 《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 모로, 2022.
— 이 책을 쓴 조지 M. 존슨은 흑인이자 퀴어입니다. (본인 피셜)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두 가지나 갖고 있는 셈이에요. 우리나라에도 ‘BLACK LIVES MATTER’가 알려질 만큼 사실 미국 내 인종 차별은 굉장히 심한데, 남성성을 강조하는 흑인 커뮤니티 내에서 차별을 받기 쉬운 퀴어이기도 한 겁니다.
— 그래서 이 책의 첫 시작은 그가 5살 때 겪은 폭생 사건입니다. 사촌형들과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백인들이 다수인 무리와 마주치게 되고 어린 조지는 약하단 이유로(혹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표적이 되어 앞니가 부러지게 돼요. 조지에게 그 사건은 굉장히 큰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웃지 않을 정도로요.
— 조지는 20대 초반 정도까지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어요. 많이 두려웠거든요. 그런데 조지의 몇몇 친구는 조지가 “게이 같다”는 이유로 준비가 안 된 조지에게 “너 게이야? 뭐 어때~ 괜찮잖아~”라는 얘기를 하곤 했더라고요. 그때마다 조지는 거짓말을 해야 해서,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었고요.
—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해이(노윤서)가 친한 친구에게 사실은 우리 엄마가 엄마가 아니라 이모라는 얘기를 털어놓고 나서 여기저기 소문이 나잖아요. 그 뒤로 해이는 친구들에게 그 얘길 하지 않게 됐고요. 조지는 해이 같은 경험은 없었지만 그 역시 차별 받을까 봐, 사람들이 수군댈까 봐 걱정했던 거예요. 말 못할 비밀을 하나쯤은 갖고 있을 수 있는데, 다들 비슷한 마음일 겁니다.
— 이 책을 읽은 뒤 이 책의 리뷰를 여러 개 봤는데 그중 하나가 “이 정도면 되게 좋은 집에서 잘 자란 거 아니야?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어느 정도 지원을 해주는 건 너무 당연한 보통의 가정 모습 아닌가, 왜 나는 조지가 순탄하게,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한 걸까” 같은 글이 있는 리뷰였어요.
—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아 그래도 얘는 진짜 괜찮게 자랐다, 엄마아빠 다 있고 사랑도 많이 받았잖아, 이런 생각을 한 거죠. 근데 만약 조지가 흑인이 아니었다면, 퀴어가 아니었다면 제가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을 것 같더라고요. 할렘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부모가 마약중독자나 알코올중독자도 아니고 퀴어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두들겨맞지도 않았으니 “괜찮다”고 치부해버린 거죠.
— 물론 어떤 면의 저는 굉장히 편견 덩어리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제 생각보다 더 많은 편견에 둘러싸여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앎은 끝이 없네요..ㅠ
— 책 소개 자료에 보면 이 책이 미국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책으로 꼽혔지만 어떤 도서관들에서는 금지 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퀴어의 자위 및 섹스 묘사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요.
— 영미권 회고록에 숱하게 등장하는 것이 섹스와 자위 묘사인데, 퀴어의 회고록에서만 이런 걸 지적하며 금지하는 목적은 누가 봐도 명백하죠. 오늘도 존재를 금지당한 어떤 우리에게 이 책의 든든한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 이 책에서 ”파랑“은 흑인들을 죽이는 경찰 제복 색깔과 소년들이 으레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색깔, 두 가지 모두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 이미지보다 실물책이 더 예쁜 것 같아요.
— 좀 무거운 내용일 수 있지만 글이 술술 읽히고 책이 가볍습니다.
“더 나은 세계를 모색해가는“ 조지의 목소리를 꼭 수신하실 수 있길 바라며 맺습니다.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