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승패 여부가 이제, 아니 꽤나 과거부터 '브랜딩'이다.
얼마 전, 아는 지인분이 식당을 개업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식당을 운영한 지 반년 정도가 지난 지금, 그 가게는 그 위치에서 꽤나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단골손님들도 생겨날 정도로 괜찮은 가게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근처에 동종업계의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고 매출이 급감하면서부터 사장님은 자신감을 잃고 의욕도 떨어져 그만두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사장님의 첫 사업이자 첫 식당 운영이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르면 좋겠지만, 옆에서 지켜본 저로써는 이 정도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만큼 괜찮은 성과를 내었다고 생각했는데,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인지 도통 마음을 잡지 못하시고 계셨습니다.
저는 이 불안감과 두려움이 바로 언제 어디서 사라질지 모르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흔한 가게 중 하나로 기억에 남거나, 그마저도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요? (무엇보다 삶의 무게가 큰 것도 맞지만요)
저는 장사 경험도 없고, 사업 경험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입장사, 입사업만 할 줄 알고 누구나 그렇듯 "내가 하면 잘 될 거 같은데"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작하기 전 무엇보다도 집중하고 관리해야 할 분야가 있습니다. 미친 듯이 공부하고, 연구해서 만들어가야 할 단 한 가지 바로 '브랜딩'입니다.
동네 작은 가게가 무슨 브랜드냐 하실 수 있겠지만, 요즘 장사 아무리 작은 가게여도 브랜딩만 잘되면 미친 듯이 성장해서 2호점,3호점까지 내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는 일례로 '소바동'이라는 일식전문점이 있습니다. 일식 전문이라는 타이틀이 맞았는지는 모르지만, 신도시의 한 카페거리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곳은, 꿋꿋이 코로나 시기를 견뎌내 오면서 인근 도시의 더 큰 곳에서 2호점을 냈습니다.
이 '소바동'의 체인점까지 열게 될 정도의 성장은 어디서 왔을까요? 맛과 분위기 어울리는 인테리어와 무드 그리고 서비스는 당연히 무조건 기본적인 베이스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소바동'이라는 작은 가게의 힘은 바로 브랜딩에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소바동에 매력이 끌려 자주 방문하게 된 이유는, 소주&삼겹살에 물린 분들에게 특별히 또 다른 매력을 주는 '사시미와 어울리는 술' , 그리고 어두운 계열의 목자재로 인테리어를 하니 무게감이 실리고 맛에 대한 신뢰감이 상승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름답게 "소바"의 진수를 보여준 곳이기도 합니다.
제가 발견한 부분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이렇게 작은 가게(브랜드)도 정말 수많은 복합적인 이유들과 본인들이 주장하고 펼치고 싶은 스토리가 음식에 묻어나며, 찾아간 손님들이 그것을 바로 캐치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할 때, 식당으로써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 내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된다.
내가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해볼 법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자영업이든 어떤 사업이든 시작할 때 아주 간단하고 명료함만 남긴 채 시작합니다. "나는 OO이 좋아, 나는 여행하면서 보니까 이런 게 좋아 보이더라, 내 성격과 이미지는 이러니까 이런 걸 팔아봐야지" 등으로 말입니다.
"브랜딩"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고, 본인이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면 자연스럽게 고민이 이어집니다. 사업체의 이름부터 시작해서(가게 이름), 사람들이 이런 걸 필요로 할까, 어떻게 해야 내 제품이 소비자들이 보기에 매력이 있을까 등등 나름 필요한 고민들이 시작됩니다.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가, 나의 제품이 경쟁력이 있는가, '나'에게만 만족스러운 제품이 아닐까? 이렇게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되며 유심히 더 짜임새 있는 전략을 기획할 수 있게 됩니다.
2. 사람의 인생도 '정체성'이라는 뿌리가 생기면 그렇게 단단할 수가 없다.
브랜드가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은 살아남기 힘든 시장경제에서 그래도 버틸 수 있는 뿌리가 생기는 일입니다. 깊은 뿌리가 심어진 나무는 겉으로 보기에 금방이라도 부러져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꿋꿋이 조금씩 성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큰 성공과 성과'를 기대하면서 시작합니다. 매출 몇천만 원부터 몇억 원까지. 우리는 평소에 너무나도 지나치고 자극적인 카피에 노출되어왔습니다.
"여러분도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영상을 얼마나 수 많이 보셨나요? 저는 그분들의 진심을 폄하하려는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카피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우리는 "뿌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미 뿌리를 만들어 버텨내 성과를 낸 분들이 말하는 것들에 지나친 희망을 갖고 시작하지만, 정말 여기서 필요한 자세와 마인드는 '세상에 결코 쉽게 버는 돈 없다'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브랜딩"이라는 키워드를 잡고 사업을 시작해나가신다면 내 브랜드를 보면서 버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애지중지 공들여온 브랜드를 쉽게 버리기 힘듭니다. 본인만의 브랜드 정체성(아이덴티티)을 만드신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3. "브랜딩"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이 생긴다.
2번과 비슷한 맥락이기는 합니다만, 이 주제는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책을 읽고 생긴 신념이기도 합니다. 오롤리데이의 박신후 대표님을 보면서 브랜드를 키워온 동력 중 하나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브랜드 자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브랜드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식처럼 여기는지 느껴집니다.
스몰 비즈니스, 잽(JAB) 형식의 사업방식에서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순한 과일가게, 단순한 돈가스 가게, 단순한 한식당, 단순한 파스타집, 단순한 미용실, 단순한 선술집, 단순한 맥줏집 등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곧 설명과 이해가 되는 그런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브랜딩"이라는 그 험난한 과정안에 '스토리'가 생기며, 그 과정 자체에 소비자들은 반응합니다. 그래서 무너지지 않는 힘이 생기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는 자세하게 토요일에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마치 전문가 행세를 하는 약장수의 브랜딩 이야기였습니다. 그저 제가 공부하면서 느끼는 과정이자, 인사이트들이니 깊숙한 의미부여는 삼가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네가 뭔데 이런 이야기를 하냐 하는 비방은 본인 자유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