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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Dec 28. 2024

잘 살아왔고 잘 살아 있으니 다행이야

오랜만에 유튜브 영상으로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들었다. 조용필 가수가 직접 부른 게 아니라 여러 중견 배우와 예능인이 모여 같이 부른 영상이다. 노래 도입부에서 이제 40~60대가 된 그들이 예전 20~30대 모습의 사진이 나오면서 자신을 응원하는 멘트가 소개되었다.      


“좌절과 실패와 고뇌가 찾아와도 힘내면 돼.”

“너는 앞이 보이지 않은 길이 답답하고 겁이 나겠지?”

“진짜 미친 듯이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많았던 것 같아.”

“힘들고 몸도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정말 열정적이었어.” 

“너 잘 될거야. 미래에 큰 꿈들이 있으니까.”

“네가 선택했던 모든 것을 후회하지 않아. 마음 놓고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

“포기하지 말고, 넌 할 수 있으니까. 생각보다 인생이 재미있어. 힘내라.”     


전주가 흐르고 노래가 시작하는데, 갑자기 눈이 흐려진다. 내 안에 뭔가 울컥했는지, 한번 터진 눈물샘은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 그리 눈물이 쏟아지는지. 요즘 혼자 있으면 가끔 이상하게 우는 경우가 생긴다. 진짜 갱년기가 겹친 건가? <바람의 노래> 가사를 또 음미하면서 들었다.      


이제 3년 후면 우리 나이로 지천명이 된다. 내가 벌써 50살이 가까워졌다니?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간다. 2024년도 이제 4일 남았다. 유독 부침이 많았던 올 한해도 이제 저물어간다. 마음고생이 유독 심했던 한해였다. 내색은 하지 못했다. 타인에게 이야기해도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차라리 침묵하고 혼자서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50년을 가까이 살았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진다. 이 나이가 되면 뭔가 여유가 넘치고 잘 살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자전거 페달을 하루하루 열심히 밟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이다.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렇지만, 인생이 그렇게 내 마음대로 펼쳐지지 않았다.      

그래도 지난 순간을 돌아보면 많은 문제와 일이 있었지만, 잘 헤쳐왔다고 생각한다. 유독 마음이 여리고, 감정 조절도 서툴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겼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술을 마시고 실수도 많이 했다. 그래도 하루하루 나 자신을 다잡고 지금까지 끌고 왔다. 아무도 모르는 내 안의 고통과 사투하면서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았다.      

노래가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다. 단점이 많은 사람이다. 인내심도 부족하고, 사람과의 관계도 여전히 엉망진창이다.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선언했지만, 두려워서 또 도전을 미루는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꿈도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마흔 이후에는 하루하루를 그냥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았다.      


잘 살아왔다. 잘 살고 있다. 앞으로 잘 살 것이다. 고민이나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자신의 가슴속에 말할 수 없는 그런 고통이나 비밀은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겠는가?     

 

올해 참 힘들었지만 잘 버텼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잘 살아있으니 다행이라고 안아주고 싶다. 나로 인해 고통받았던 가족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일이 생겨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잘 살아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외치고 싶다.      


앞으로 얼마나 나에게 인생의 시간이 주어졌는지 모른다. 이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하루하루가 참 나에게 소중해진다. 지금 하는 도시계획 엔지니어로의 본업, 글 쓰는 사람으로의 활동은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다. 어떤 문제가 또 몰려와도 지금까지 잘 헤쳐 왔던 것처럼 또 앞으로 나갈 예정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지금까지 잘 살아오셨습니다. 올 한해도 정말 애쓰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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