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뜬 별을 본 적 있나요. 한낮의 기운 속 별빛이 활개 치는 것을 본 적 있나요. 본적있다면 당신은 꿈을 꾼 겁니다. 어서 깨어나시죠. 빛나는 별도 태양 옆에 있으면 한없이 작은 존재입니다. 별도 밤에 보아야 특별한 거라고요.
안타깝게도. 저는 아침에 뜬 별입니다.
사실 거짓말입니다. 저는 별조차 아닙니다. 어릴 때는 그런 줄 알았지만. 감히 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꿈을 꿀만큼 어릴 때는요. 태양즈음은 아니더라도 반짝반짝 빛나는 별 정도는 될 줄 알았지요. 그런데 제 키가 높다래지고, 어머니의 키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니 알게 되었어요.
저는, 저는, 저는.
매일 밤 강 수면에 비치는 제 모습을 보고 마음이 넘실거렸습니다. 아, 나는 이렇게 반짝이는구나. 눈부시게 하늘을 수놓고 있구나. 저 빛나는 무리, 은하수 속에 포함되었구나. 미천한 남들과는 다르구나. 그렇게 금방 으쓱해졌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빛나는 건 하늘의 별이었지, 저처럼 흔하디 흔한 강변의 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보는 건 강물 위를 유유히 흐르는 별 그림자였습니다. 저멀리 보이는 타인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동경하며 자신이라고 여겼을 뿐입니다.
알게 된 계기는 간단합니다. 아니, 아무리 노력해도 낮에는 제 모습이 수면에 비치지 않는 겁니다. 제가 물 위로 마주하는 건 웬 흔해빠진 돌멩이 하나밖에 없는 겁니다. 그 초라한 모습이 저라는 걸 인지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죠.
물론 못난 주먹 돌이라도 저 나름의 장점은 가지고 있습니다. 강물에 이리저리 깎여나가서 동글동글하고, 매끈하고, 강물에 젖으면 반딱거립니다. 잘보면 보석같을 때도 있습니다. 물살에 침식당하며 흘린 눈물과, 역사와 성장은 또 어떻고요. 겨우 이런 게 자랑스러웠는데. 눈을 옆으로 돌리니 누구나 가지고 있는 반짝임이더라고요.
가끔은 생각합니다. 제 속에 아직 발견치 못한 암모나이트가 있는 거 아닐까. 스스로를 깨부수면 뭐라도 나오는 건 아닐까. 나는 사실 큰 가치가 있는 화석이 아닐까. 퍽 성과가 있는 날이면, 나는 사실 추락한 별이 아닐까. 다시 떠오를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렇게 저 홀로, 결국 무너질 바벨탑을 홀로 쌓았습니다.
하지만 어디에 가나 저보다 뛰어난 사람은 있었습니다. 저보다 더 관심과 사랑을 받는 사람은 널렸습니다. 운명이 그 손을 잡고 하늘로 띄워주는 존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사랑을 받을 만큼 노력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비가 왔고. 공든 탑은 무너졌습니다. 공든 탑도 무너지더군요. 사실은 더 공들여야 하는 것이더군요. 공들여도 공들여도 끝이 없더군요.
네 자리는 여기란다.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슬퍼요.
슬퍼요.
그게 저의 최선이었단 말이에요.
별님. 당신의 눈에 저 같은 건 어떻게 비치나요. 아, 당신도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 더 화려한 별님과 해님과 달님인 줄 알았던 건가요. 이렇게 작은 별일지 몰랐다고요.
그럼 가장 빛나는 해님이 보기에 우리는 어떻게 비치나요. 아, 해님도 자신이 알데바란, 적색왜성, 거성 정도는 될 줄 알았다고요. 그렇다고요.
그럼, 적색거성의 눈에는 제가 어떻게 보이나요. 이 작고 작은 지구라는 별의 흔해빠진 돌멩이가. 아, 네. 네. 당신도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요. 아, 네. 네. 그러시겠죠. 그렇게 큰 덩치를 가지고 그런 겸손이 나오겠지요. 제가 쳐다도 보지 못할 만큼 빛나는 주제에. 아주 잘나셨습니다.
쪽팔리게도 저는 점점 추해졌고. 천박하게 굴었습니다.
이런 저를 안타깝게 여긴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평범 속에 특별함을 찾는 것이 성숙함이에요. 나보다 더 반짝이는 존재를 인정하는 게 겸손이에요. 쳇,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더 이상 불평하지 않을 테니까. 나를 미워하지 않을 테니까. 그만 투덜거리고 나만의 반짝임을 찾을테니까. 당신도 그만. 그렇게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말아줘요. 그러자 상대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저도 함부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났습니다. 하필 그때가 떠오릅니다.
그때 꺼내지 못한 물음이 있었는데, 당신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지금 물어봐도 되나요.지금 말해줄 수 있나요.
깊은 밤에 반짝이는 별님. 그곳에서 반짝인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스스로를 빛내서 타인의 북극성이 된다는 건, 여행자의 나침반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나름대로 잔뜩 힘내서 반짝이고 있어요.
저는 강가의 돌이 아니지요?사실은 아침을 만나 길잃은 별인거죠?아직때를 기다리고 있는거고. 별은 아침에도 항상 빛나고 있는 거잖아요. 부끄럼이 많아서 잠깐 태양 뒤로 숨은 것 뿐이잖아요. 그게 별이잖아요. 저도 그런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