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 발자국’이라는 제목이 무슨 뜻일까? 대부분 책의 제목을 보고 궁금함에 들춰보고 고르는데 또 어떤 때는 그냥 제목이 끌려서 읽다가 이 책의 제목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열 두 발자국’ 책을 읽을 때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제목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시 읽었을 때는 ‘왜?’라는 질문을 갖고 작가의 말을 읽어보았다.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자국’을 줄인 것이라며,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을 떠올렸다고 한다. ‘인간’이라는 숲을 이해하기 위해 미지의 탐험을 떠난 과학자들이 알게 된 사실을 알려드리기 위해 우리가 인간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 첫걸음을 떼는 그런 책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정재승 교수님의 작가의 말만 읽어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일지, 인간의 숲이라는 그 숲길을 따라가며 아마도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그런 책인 것 같다.
처음 사는 인생인데 왜 계획을 세울까?
정재승 교수님은 처음 해보는 일에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하였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혁신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젊은 시절 대부분을 그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 계획대로 잘 살고 그 계획대로 인생이 돌아갔던가 돌이켜본다면 대부분 계획대로 인생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니 계획보다 실행을 통해 배우는 것. 그것이 더 나은 나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 또한 예전에는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 계획의 절반, 아니 처음에 조금 하는 것 같더니만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후로 내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구나를 깨달은 뒤 나의 목표와 계획은 아주 단순하고 간단하게 바뀌게 되었다. 무엇을 이루기보다는 나에게 더 초점을 맞추는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쉽고 이룰 수 있는 것. 그 이룬 것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을 더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무작정 예쁜 가게에 들어가 가격표 안 보고 물건 사기, 올 해는 계절마다 그 계절에 맞는 활동 하나씩 해보기(봄-벚꽃 구경, 여름-물놀이, 가을-다른 지역 여행, 겨울-겨울 간식 먹기), 이번 여행은 그릇이 넓은 사람은 되었으니 깊은 사람이 될 수 있게 생각해 보기 등이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비해 정보의 양은 현저히 늘어났다. 너무 많은 데이터에 정보의 양은 많아졌지만 의미 있는 정보가 뭔지 몰라서 오히려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미래는 점점 불확실해지고, 뭘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햄릿 증후군’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결정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실패를 많이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 중 실패를 많이 안 해본 사람이 두려움이 크다. 인간이 가진 능력은 대부분 제한적이다. 그 속에서 어떤 사람은 실패하는 것 같아 보이는 일에도 도전해서 조금씩 성장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못할 것 같은 일은 아예 안 하고 잘하는 일만 하는 것이다. 실패도 쌓여야 성공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나의 결정에 책임감을 가지는 마인드를 갖게 되고 점점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나도 결정장애였지만 주변에 결정장애인 다른 사람들을 겪으면서 정말 피곤한 일인 걸 알고부터는 무엇을 결정할 때 나만의 기준으로 확고하게 결정을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 책임지는 것에 두려워서 결정을 못한다면 앞으로 살아가는데 많은 걸림돌들이 있을 것이다. ‘마인드셋_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성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실패의 과정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결과를 중시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해서 잘하는 일만 하려 든다. 실패를 통해 조금씩 나아지는 기쁨을 아는 사람은 성장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안 하는 사람은 성장 자체가 어렵다. ‘잘 못 되면 어떻게 하지?’, ‘틀린 선택이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로 당장 앞의 놓인 것에 고민, 고민들로 가득 차다. 하지만 선택은 하게 될 것이고, 그 선택의 결과는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간단한 점심 메뉴 고르는 것부터가 어려운 현재, ‘아무거나’, ‘네가 먹고 싶은 걸로’ 이것은 상대방에게 좋은 의미로는 배려일지 몰라도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책임을 넘기는 회피로 보일 수가 있다.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인지 나의 피곤함을 덜어내는 것인지, ‘결정장애’라는 말로 합리화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뭘 골라야 하나’ 이 고민을 나도 한 적이 있다. 스스로에게 질문과 다른 사람의 의견 등을 고려하여 어렵게 결정했는데 이 책에서 교수님은 질문 자체가 상당히 사치스러운 질문이라고 한다. (확 맥이 빠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잘하는 게 별로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잘하는 게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축복이다. 잘하는 걸 꾸준히 하다 보면 즐길 가능성이 높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좋아하는 것도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게 뭔지 찾을 시간이, 기회가, 경험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어찌 보면 나는 축복받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걸 보면 아직 살아가는데 호기심과 재미를 충분히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는 거 확실하니까.
살바도르 달리의 ‘십자가의 성 요한의 그리스도’ 작품을 보고 교수님께서 말하는 창의성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창의적’이라는 거 남들이 보는 것과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것으로부터 창의적인 발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말하면서 왜 사람들은 다시 아날로그를 찾을까? 인간은 행복을 ‘상태’로 인식하지 않고 ‘기억’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으로 뇌 속에 저장된다.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과거의 한 순간에서 애써 찾지만, 당시엔 그 시간이 행복인지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시간이 지난 지금 잊어버린 줄 알았던 기억들이 어느 장소에서, 어떤 행동에서, 어떤 향기에서 그 기억이 떠올라 기분 좋게 만드는 경우가 있었다. 그때는 힘들기만 한 줄 알고, 현재보다 미래를 바라봤었는데 이제는 지금 이 순간도 힘들지 모르지만 훗날 오늘이 행복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버티며 산다.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정재승 교수님을 접하고 나서부터였다. 어렵게만 생각이 드는 ‘과학’이 가깝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몰랐던 사실을 아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언가 큰 발견을 한 것처럼, 또 내 지식이 쌓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스스로 뿌듯하기도 했다. 과학을 통해 인간을 알고, 인간을 아니 나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을 다시 읽음으로써 나만이 아닌 타인을 이해하고 인간관계에 힘든 우리들에게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알림을 준 책이었던 것 같다. 다시 읽어도 좋고, 또다시 읽고 싶은, 말 그대로 ‘좋은 책’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열두 발자국'도서 리커버 2024_민유
-열 두 발자국 재밌게 읽는 TIP-
내가 발자국 하나 더 남기기
-열 두 발자국 한 줄 평-
작가님의 발자국을 따라가니 머릿속이 꽉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