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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영 Aug 11. 2023

[2022 영국] 여행 준비(2)

런던에서 집 구하기

* 2022년 여름 런던에서 보낸 68일의 기록입니다.





실 런던 숙소는 영국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던 순간부터 검색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여행 준비할 때 제일 재밌는 게 항공권이랑 숙소 알아보기 아닌가. 내 여행이 며칠이나 될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전체 일정 중 가장 오래 머물 곳이 런던일 거라는 건 확실했다


1년 이상 체류하는 워킹홀리데이나 장기 어학연수라면, 일단 영국에 가서 단기 숙소(한인민박, 에어비앤비, 호스텔 등등)에서 지내며 영국사랑 커뮤니티나 현지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인 스페어룸(Spare room), 주플라(zoopla) 등에서 살 곳을 찾고 둘러본 후(뷰잉)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단기 체류이기도 하고, 출발하기 전에 내 몸 하나 뉘일 곳은 확실히 정하고 싶어서 에어비앤비 또는 홈스테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어학원 등록을 위해 유학원과 상담할 당시 홈스테이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만약 WSE(윔블던스쿨)에 갈 경우 홈스테이도 어학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배정될 수 있었지만, 1~2존에 위치한 어학원의 경우 홈스테이들이 대부분 3~4존에 위치하고 있어 학원 오갈 때 시간과 교통비가 조금 더 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왕 학원을 런던 도심으로 다니는데 숙소가 오가며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6월은 에어비앤비로 지내기로 했다.  


그래서 어디서 살지?

짧게 여행할 때야 가능하면 여러모로 편리한 중심가에서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주거비가 비싼 런던에서 1존에 위치한 저렴한 숙소를 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 Holborn역에 위치한 어학원을 다니기로 했기 때문에 학원에 최대한 편하게 도착할 수 있는 동네 분위기 좋고, 적절한 가격의 숙소를 찾는 것이 나의 미션이었다.


▶ 에어비앤비 1차 목록 체크 리스트

1) 위치
- 2존 중에 지하철 Central Line, Northern Line 이 지나거나, Holborn에 있는 학원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는 곳

2) 숙소 주변 시설
- 근처에 슈퍼, 식당 등 상점가가 있을 것 : 로드뷰로 런던 동네들을 구경하다 보니 주택들만 끝도 없이 늘어서있고 근처에 제대로 된 상점이 없는 곳도 많았다.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점이 필요해!
- 근처에 산책/러닝이 가능한 적당한 규모의 공원이 있을 것 : 마음을 쉬게 하려고 가는 여행이니 도심 안에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필수!

3) 예산
- 에어비앤비 개인실 기준 1박 8만원, 월 240만원 안팎


먼저 위치랑 교통 조건만 가지고 에어비앤비 위시리스트에 숙소를 마구 저장해 뒀는데, 워킹홀리데이, 장기 어학연수 경험자들의 블로그, 유튜브에서 런던에서 집 구하기 후기를 눈이 빠져라 찾아보면서도, 전혀 가보지 않은 동네 분위기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움이 됐던 건 사라님(네이버블로그@sechkiz)님의 2019년 런던 한 달 살기 포스팅들이었다. 


이때 알게 된 Crystal Roof라는 사이트는 런던 도로명 또는 우편 번호로 해당 지역의 범죄율, 소득 수준 등을 보여주는데, 이게 집을 찾을 때 도움이 되면서도 안된다. 이유는 사진만 보면 마음에 드는 집인데 동네 관련 지수가 좋지 않아서 제외하다 보면 남아 있는 집이 없네...? 최종 결정한 에어비엔비는 빅토리아 라인의 '하이버리&이슬링턴(Highbury&Islington)역' 근처로 범죄율이 10점 만점에 6점이었지만, 주변 지역 범죄율이 대부분 4~5점 정도라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라고 생각했다.


현지 플랫 셰어 사이트에선 찾아보면, 한 집에서 2~4명이 방 하나씩 셰어해서 사는 형태라면 대략 월 100만원-150만원 안팎이면 그래도 매물 찾기 어렵진 않을 것 같았다.(물론 1존 제외) 하지만 나는 1박당 금액을 매겨야 하는 에어비앤비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에어비앤비는 방값 이외에 청소비, 에어비앤비 수수료까지 포함되는 경우도 많아서 속은 좀 쓰리지만 런던 체류 숙박비는 예산을 많이 잡을 수밖에 없었다. 젊고 체력 충분할 때도 다인실 게스트하우스는 갈 엄두를 못냈으니 결국 나 편하려면 돈을 쓰는 수밖에...


▶ 에어비앤비 최종 목록 체크 리스트

- 호스트는 여성 1인 또는 가족일 것 : 그래도 가능하면 동성과 한 지붕 생활하는 것이 속 편함
- 2021년 이후 숙박 후기가 있으며, 게스트들의 칭찬 후기가 디테일한 곳
- en-suite (화장실/욕실이 방 안에 위치) 또는 전용 욕실 있을 것
- 창문이 크고 해가 잘 드는 곳 : 스무 살 이후 자취 시작하면서부터 지켜온 절대불변의 원칙
- 부엌 포함 집 안 다른 공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 : 코로나 때문에 게스트와 호스트 공간을 아예 구분하려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한 달간 지내야 하는데 부엌을 아예 못 쓰면 너무 불편할 것 같아서 부엌 사용 불가인 집은 무조건 제외
- 세탁 불가 OK : 코인 세탁소 가는 게 더 속 편할 수 있다
- (가능하면 마당이 있는) 주택 : 이왕 현지인 집에서 살아보는 건데 서울이랑 비슷하게 아파트, 빌라 같은 형태면 아쉬우니까
- 반려동물 OK : 강아지/고양이 키우는 호스트가 정말 정말 많았다. 동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건 아니니 일단 수용 


위치와 주변 시설, 예산까지 고려해서 남긴 숙소 리스트를 가지고 최종 후보를 선별하기 위한 세부 조건을 정리했다. 그저 잠깐 머물 곳을 찾기 위함이지만,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것과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 자아성찰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최종 결정한 숙소는 위의 조건들 중에 방 안 화장실/욕실만 포기했는데, 그래도 호스트 1명과 나만 지내는 집이라서 아쉽지만 수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막상 가보니 집에 욕실이 2개라서 하나는 호스트가 쓰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산책하고 멍때리기 자주 했던 숙소 근처 하이버리 필즈 Highbury Fields



에어비앤비 예약하기

어렵게 추리고 추려서 위치, 예산, 세부 조건들도 맞는 집을 찾아냈는데, 문제는 예약을 하려고 하니 날짜가 1개월 밖에 선택되지 않았다. 예약 현황 캘린더엔 내가 머물고 싶은 5주가 모두 비어 있었는데 호스트 쪽에서 뭔가 기한을 걸어둔 듯했다. 일단 호스트에서 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돌아온 호스트의 대답은 개인 일정이 있어서 내가 원하는 5주 중에 일주일도 아닌 열흘 정도 예약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학원 다니는 동안엔 숙소를 옮기는 건 번거롭기도 했고 한 달도 예약이 안되면 할인 폭이 큰 월간 할인이 안 돼니 숙박비가 더 들 수 있어 덜컥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 숙소가 위치도 좋고 1박당 금액도 굉장히 합리적이라서 버릴 수가 없었기에, 혹시 전체 숙박일수가 1개월이 안되더라도 월간 할인 비율을 적용해 줄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행히 호스트가 흔쾌히 수락해 주어 비록 한 달에서 일주일 모자란 24박이었지만 정해둔 1박 예산 안에서 예약을 확정할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 어플에서 예약 가능하다고 나와 있어도 실제로 문의해 보면 예약이 안된다고 답하는 경우도 있으니, 일단은 원하는 일정에 예약 가능한 상황인지, 또는 숙소에 대한 궁금증들을 질문하며 호스트와 미리 대화를 해보는 것도 좋다. 처음에 1순위 집이 5주 예약이 안된다고 해서 차순위였던 다른 집도 문의했는데, 그 집은 에어비앤비에선 전체 예약 가능하다고 나왔지만 실제론 아들이 방학이라 집으로 돌아와서 아예 방을 쓸 수 없다고 했고, 내가 문의한 후에 해당 숙소 전체가 예약 불가 상태로 바뀌기도 했다.


암튼 몇 번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니 호스트가 친절해 보여 마음이 좀 놓였고, 예약을 마친 뒤 받은 실제 집 주소로 구글맵에서 확인해 보니 안전하고 재밌게 지낼 수 있는 동네 같아서 기대가 됐다. 


한인민박 찾기


여행 초반에 묵을 숙소를 찾았지만 일정은 내 맘 같지 않아서 결국 어학원 종강 전 열흘간 머물 곳이 필요해졌다. 유럽 쪽은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가 점점 풀리고 있었고 영국 내 여행객이 늘고 있어서 그런지, 골라둔 숙소 중에서도 6,7월 예약이 가득 찬 집들도 많았다. 숙박 기간이 짧으니 할인을 적용하는 곳도 없어서 첫 숙소보다도 나쁜 조건인데 숙박비는 훨씬 더 올라가게 되어 속이 쓰렸다.


그래서 결국 어차피 돈을 쓸 거면 확실한 장점을 챙기자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어학원을 도보로 다닐 수 있는 1존 내 한인 민박에 묵기로 했다. 그리고 어학원이 끝나면 바로 이리저리 떠도는 여행을 떠나게되니 그전에 민박집에서 주는 한식들 잘 챙겨 먹으며 작전 타임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한인 민박은 '민다'라는 예약 사이트와 포털사이트 카페, SNS 등으로 예약을 받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잠시 운영을 쉬었다가 하나둘 영업을 재개하는 인상이었다. 


마침 SNS에서 코로나 이후 운영을 쉬었다가 이사 후 재오픈한다는 <청춘민박>을 발견했다. 코로나로 터지기 얼마 전에 오픈해서 그리 길게 운영하진 않았지만 검색으로 본 몇몇 후기가 좋았고, 일단 코로나 후에 인스타그램에 흔쾌히 전액 환불을 먼저 안내한 것에 믿음이 갔다. 


숙소 검색을 너무 많이 해서 지친 상태였던 나는 아직 재오픈 준비 중이었던 사장님에게 DM을 보내서 다짜고짜 예약하겠다고 했는데, 혹시 내가 숙소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으니 며칠 뒤 내부 사진 보고 나서 정식 예약을 해도 된다는 사장님 제안에 또 신뢰도 상승... 나중에 도착한 사진도 역시나 실내가 깔끔하고 마음에 들어서 바로 예약해 버렸다. 


▶ 내가 청춘민박을 고른 이유

- 어학원까지 도보 30분 (아주 가깝진 않지만 운동 겸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
- 킹스크로스/세인트 판크라스역 근처로 어학원 수료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편리
- 숙소가 비교적 고층에 위치하고 있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햇빛 잘 들어옴
- 아침 한식 제공


공용 욕실이라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일주일에서 열흘 남짓한 여행으로 오신 분들보단 아무래도 나는 더 느긋하게 지내고 있으니 붐비는 시간을 좀 피하면 되지 뭐.




초반에 언급한 사라님 블로그와 부킹닷컴에서 숙소 검색하다 알게 된 건, 런던을 비롯해서 영국의 여러 대학 기숙사들이 방학 기간 동안 건물을 외부인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이다. 런던의 경우 기숙사들이 대부분 1존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고, 일부 기숙사는 학생 식당에서 아침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1인실 100파운드 내외로 대학 기숙사 체험이라는 재미와 기숙사에 따라서 방 안에 욕실/화장실이 포함된 1인실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데,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라 방이나 욕실 내부 청소 관리가 부족하다는 후기도 많았고, 기숙사 오픈 일정이 방학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유튜브에 외국 학생들 기숙사 룸 투어 영상까지 찾아볼 정도로 열심히 검색했는데, 비록 런던에선 이용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에든버러에 갔을 때는 일주일간 사설 학생 기숙사를 이용했다. 이 내용은 나중에 자세히. 


전체 일정 중 겨우 절반을 지낼 숙소만 정했는데도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다. 예상보다 숙박비 지출이 더 커져서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은 마음과 불편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싸워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미리 정하고 간 숙소가 2곳이었고, 런던에서 지내며 여행 후반부를 보낼 숙소를 2곳 더 골랐다. 돌이켜보면 여행 가기 전부터 여행 거의 마지막까지 숙소 고민만 했던 거 같은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눈이 빨개져라 검색하고 고민한 끝에 고른 숙소들이 다 마음에 들었으니 지금은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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