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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Jul 17. 2023

기적

2023년 7월


꼬리랑 자전거를 타면 꼭 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좋은데 다들 왜 이렇게 안살지?” 탁 트인 논둑길을 자전거를 타고 둘이서 나른하게 달릴 때면, 하늘이 맨드라미 빛으로 물들 무렵 선선한 바람이 콧대를 가를 때면, 이 말이 절로 나온다. 다들 육십이 넘어 은퇴하고 살 법한 귀촌 생활을 미리 누리는 게 꼬리는 호사스럽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나도 이토록 너무 행복하면 그게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좋기만 해도 되나? 삶이 벅차도록 충만하게 느껴지는 때가 매일 이어져도 되나? 명상을 마치고 꼬리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우린 손잡고 잠들 때가 많다. 그날은 하필 둘다 별로 피곤하지 않지만 평소 잘 시간이 되어 누운 날이었다. 손만 잡고 둘다 눈을 꿈뻑꿈뻑 뜬 걸 알았다. “어떻게 삶이 내게 널 보내줬을까?” 문득 질문 같지 않은 물음을 던졌다. 어떻게 이렇게 나랑 잘 맞는 사람이 나타났을까? 어떻게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 사람과 매일 함께할 수 있을까? 삶에게 너무 큰 선물을 덥석 받아서 감당이 안되면 어쩌지? 뒤이은 수많은 물음은 밖으로 뱉지도 않았는데, 한 마디 물음을 사이에 두고 둘다 눈물이 터졌다. 기적 같은 하루가 매일 뜨고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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