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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롱도로롱 Mar 17. 2024

펑크락과 초록불꽃소년단에 대하여


나는 락이 좋다. 발라드, edm, 힙합, 심지어 동요까지 듣지만 그럼에도 락이 최애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락은 무엇인가? 신나는 노래? 드럼과 기타를 치며 소리를 지르는 노래. 대충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락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다고 한다. 조예가 깊은 분들은 무슨무슨락으로 밴드를 구분하기도 하며 이는 자신의 취향을 정의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토대로 좋아할 만한 음악을 찾거나 남에게 추천해 주기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락은 무슨 락이냐. "펑크"락이다. 정의하자면 뭔가 소리 지르는 듯한 느낌이 들고, 노래를 잘 못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굉장히 시끄럽다. 하지만 무엇보다 펑크락을 좋아하는 이유는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수는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한다. 티비에서 나오는 가수들은 발성과 감정표현을 전문적으로 학습하여, 댄스가수이라 할지라도 고음도 저음도 편하게 부른다. 때론 일반인은 내지도 못하는 초고음역대의 소리를 편하게 내는 것으로 그들의 실력을 평가받기도 한다. 펑크락은 다르다. 이들은 노래를 못한다(?). 농담이고 사실 잘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학습된 발성 같은 것이 아니다. 날것 그대로 성대를 찢어가는 듯한 발성으로 노래를 한다. 어쩐지 노래가 별로 높지 않아도 엄청나게 열심히 부르는 것이 느껴진다. 음이탈 같은 것은 오히려 반갑다. 그만큼 더 진심을 다해 열심히 부른다는 소리니깐 말이다. 아마도 난 잘하는 노래보다 열심히 부르는 노래가 좋나 보다. 그래서 펑크락이 좋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펑크락 밴드는 '노브레인'과 '크라잉넛'이 있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장르라 인기밴드가 많이는 없는 듯하다. 그래도 저 둘은 대중성 있는 노래도 내고, 티비에도 자주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쌓아 그들의 히트곡을 대부분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펑크락 밴드가 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초록불꽃소년단" 낭만적이지 않은가. 초록, 불꽃, 소년이다. 낭만적인 단어를 ai가 지어준 양 나열한 것처럼 이름으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 


좋아하는 노래는 '그저 귀여운 츠보비였는 걸', '보라색 하늘', '한 겨울밤의 꿈' 등이 있다. 첫 번째 노래를 좀 소개하자면 츠보미는 유명 AV배우의 이름이다! 어떤 남학생이 학교에 PMP를 가져갔는데, 거긴 츠보미 씨가 출연하는 AV가 담겨있었고, 소문이 나게 되어 자신의 사랑이 좌절되는 그런 이야기다(분명 실화일 테다). 보라색 하늘과 한겨울 밤의 꿈도 비슷한 점이 있는데, 모두 '찌질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곡의 화자는 보통 찌질한 남자고 사랑에도 실패한다. 하지만 그것을 너무 슬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약간의 동정 섞인 울분? 같은 식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런 울분은 청춘이란 말과 합쳐져 어쩐지 희망차기도 하다. 나는 이 점이 맘에 들었다. 힙합에선 너무 마초적인 남자가 돈과 여자를 자기 맘대로 다루는 가사가 자주 나오고, 발라드에선 너무 절절해서 눈물콧물 쏙 빼는 가사가 자주 나온다. 전자도 후자도 공감이 잘 안 된다. 하지만 어쩐지 초록불꽃소년단의 가사에는 공감이 잘 된다. 그런 경험이 없어도 청춘이라는 연결고리로 다 공감이 되는 것이다. 


그들의 노래실력은 어떨까? 유튜브에 공연 영상을 찾아보면 사실 보컬은 잘 들리지 않는다?! 목이 이미 다 쉬어있거나 기타나 드럼 소리가 더 커서 보컬은 약간 가사를 알고 들어야 들리는 정도다. 하지만 열심히 부른다. 가수가 공연에서 목이 쉬는 게 말이 되나? 싶은데, 그러니깐 멋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주 좁은 무대에서 멋 안나는 옷을 입고, 웃기는 가사를 멋지게 부른다. 불꽃같은 열정이 느껴지게 말이다. 그것은 아무리 찌질해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는 청춘 속 소년 같은 모습이다. 초록이야 뭐 좋아하는 색깔이겠거니 하고 말이다~  


*개인적으론 앨범버전을 먼저 듣고 무대를 보시길...


앨범

https://youtu.be/57bnnPBMmV4?si=eJO-b0xpXwlOxJJV


무대 영상

https://youtu.be/D7vXIqn89Mk?si=rfwIxzcMXA2vdU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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