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30일 여행의 에필로그 끝나면 또 떠날 계획
펜실베이니아 역 근처 숙소에서 기차 타고 JFK공항까지 왔다. 터미널 4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야 했지만 늦지 않게 아시아나항공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펜실베이니아 역에서 중국인 리아를 만났다. 노스이스턴대학에서 데이터애널리시스를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방학 맞아 보스턴에서 비행기를 타고 JFK공항을 거쳐 중국 베이징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리아는 동행이 생긴 것을 반겼다. 초행이라 JFK공항 터미널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한 듯했다. 반갑게 인사 나눈 뒤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누며 공항으로 이동했다. 서울에 오면 연락하라고 이메일을 건네자 리아는 아주 좋아했다. 방학 3개월 간 서울에 올 계획이 있었다. 평소 K팝에 관심이 많았다. 리아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보이그룹 위너를 아주 좋아한다.
리아는 서울 가면 꼭 연락하겠다고 한다. 리아는 캐세이퍼시픽 항공을 타고 나는 아시아나항공을 타야 했다. 리아는 8번 터미널, 나는 1번 터미널로 가야 해서 헤어졌다. 1번 터미널에서 탑승수속이 끝나자마자 리아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서울에서 꼭 보자고. 조만간 리아를 서울에서 볼 듯하다. 기분 좋은 예감이다. 새 인연은 늘 설렌다.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15시간 비행했다. 옆자리에 앉은 한국인 중년 남성은 안절부절못하고 꼼지락거리고 좌석이 흔들릴 정도로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바람에 잠을 자지 못했다. 이륙한 지 두 시간가량 지나자 참기 힘든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범인은 그 중년 남성이었다. 승무원에게 빈자리 있으면 자리를 바꿔달라 요청했다. 친절하기 그지없는 승무원은 여기저기 전화하며 빈자리를 물어봤으나 만석인 데다 하나 남은 자리는 한 첼리스트가 자기 첼로를 옆에 두려고 해당 좌석을 사는 바람에 사람 대신 첼로가 앉아 있다고 전하며 미안해했다. 어쩔 수 없이 자리에 돌아가자 그 승무원이 “마스크 달라고 하셨죠?”라며 자연스레 바이러스 막는 마스크를 건넸다.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와이어리스 이어폰을 꽂고 잠을 청했다.
냄새는 마스크가 막고 소음은 와이어리스 이어폰이 막았지만 앉았다 일어섰다 하며 좌석을 들썩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앉을 때 가만히 앉으라고 한마디 하려고 마스크 벗고 이어폰 빼고 신경질을 내고 일어섰는데 이 아저씨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격리불안인지 기내가 답답한 건지 어쩔 줄 몰라하며 1분마다 핸드폰 열고 시간 체크하고 일어나 걷는가 싶더니 1분 만에 다시 와서 풀썩 앉았다. 이 상태에서 시비를 걸었다가는 힘으로 이 아저씨를 완전히 제압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겠다 싶었다. 잠을 포기했다. 10시간가량 뜬 눈으로 리포트도 보고 사진도 정리하고 여행기도 쓰면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은 뒤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자마자 부리나케 일어났다. 어라~ 그 아저씨는 벌써 저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정상은 아니었다.
어이없게 105일간 여행은 이리 끝났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칠레, 볼리비아, 페루, 멕시코, 과테말라를 거쳐 미국 횡단까지 생애 가장 치열했던 여행이었다. 여행의 기록은 중남미 편과 미국 횡단 편으로 나누어 책으로 엮을 거다.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만나 깊게 사귄 여섯 명과 제주도에서 보기로 했다. 여행은 인연을 낳고 그 인연은 새 여행을 만들었다. 카카오 브런치에 날마다 쓴 여행기를 보고 중남미 여행을 떠나려는 대학생 친구가 보자고 한다. 그리고 그리웠던 친구와 선배를 보기로 했다. 여행의 에필로그라고 할까. 이 여행의 마무리 작업이 끝나면 새 여행을 떠날 거다. 나 떠나 있을 때 행복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런데 어디로 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