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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den Aug 28. 2018

영화 <서치>가 꺼낸 비장의 무기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이거 마고(Margot) 건데, 가출했다면서요!


 가출 사건이 공식 실종사건으로 전환되고, 뉴스가 전국으로 퍼져나간다. 담요를 어깨까지 뒤집어쓴 채 사건 현장에 나가 초조하게 지켜보는 아빠의 모습 송출. 사건을 다룬 SNS의 페이지의 ‘좋아요’ 개수는 빠르게 치솟고, 사람들의 게시물에는 #FindMargot라는 해시태그가 줄을 잇는다. “마고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어요.” 흐느끼는 목소리로 진행되는 인터뷰. 이 모든 장면은 노트북 스크린 안에서 전개된다. 유튜브를 보고, 가끔은 영상통화도 하고, 검색엔진을 띄워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는 그 스크린 말이다. 이러한 연출 방식이 주는 몰입감은 실로 대단한데, 영화가 딸을 찾기 위해 관객들을 사건에 직접 끌어들이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실종 수사 / 영화 <서치>

 아빠가 딸을 찾는 또 다른 영화인 <테이큰>과 비교해볼까. “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리암 니슨의 명대사로 대표되는 이 영화는 아빠가 사기적인 스펙을 가지고 있다. 전직 특수요원의 프로페셔널한 추격 방식은 물론, 훌륭한 액션까지. <테이큰>이 관객을 위해 준비한 무기는 아빠 그 자체였다. 덕분에 관객들은 범죄 집단 한가운데 뛰어드는 아빠의 목숨 걱정(?) 대신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게 되고, 깔끔한 전개에 박수를 보냈다.

내 딸 어딨어 이 생키야. / 영화 <테이큰>

 하지만 <서치>에 등장하는 아빠 데이빗 킴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경찰의 제지 앞에서 가끔 무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집요한 사람이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나름의 수사를 펼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과정은 노트북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사실, 우리가 생각 없이 사용하는 노트북 화면에는 굉장히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영화는 딸을 찾는 과정에 대해 불필요한 말을 줄이는 대신, 그저 화면을 펼쳐 관객들에게 직접 정보를 추리하게 하는 점을 무기로 삼았다. 스크린에는 딸에게 미처 전달하지 못한 아빠의 마음도 있다. 미처 보내지 못한 문자 메시지, 사진을 삭제할까 말까 머뭇거리는 듯한 마우스 포인터의 움직임까지.

스크린 하나로 딸과의 대화 내용, 누구랑 전화 했는지, 아빠의 표정까지 찾아볼 수 있다 / 영화 <서치>

 이러한 과정은 관객들에게 내준 보물 찾기와 같다. 스크린 내 여기저기 흩뿌려진 단서를 눈으로 쫓는 과정에서 이야기에 강하게 몰입하게 되고, 감정 이입을 한 상태에서 쉴 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쯤 되면 평범한 직업을 가진 아버지라는 설정이 오히려 몰입감을 더한다. 주변에 실제로 있을 법한 사건,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사회의 반응까지, <서치>가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무기는 바로 이와 같이 노트북 스크린 속에 담은 연출 방식이다.


 <서치>의 연출 방식은 또 하나의 커다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를 노트북 스크린에 직접 담았기 때문에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SNS가 담길 수 있고, 요즘의 인간관계는 어떻게 분리되고 다시 모이는 지를 최대한 현실에 근접한 장면들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를 통째로 컴퓨터 화면에 담는 시도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도전이었겠지만, 그 도전은 성공했다. 가히 비장의 무기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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