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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yden Dec 02. 2018

라디오가 음악을 이용하는 방법

- 랩 배틀 시사 대담 프로그램 기획안

오늘의 멜론DJ. 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 선곡들은 이제 너무 많아졌다. / Melon 발췌

 다양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가운데, 개인 상업방송에서는 다룰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음악방송의 위기가 찾아왔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여 음악을 청취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이다.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는 청취자가 들었던 음악 취향을 파악하여 맞춤 선곡을 해주는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주제에 맞는 노래 목록을 선정해주는 개인 DJ 코너를 신설하기까지 노래 선곡으로 무장했던 라디오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음악을 틀어주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BGM이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음악이 깔리면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는 점을 이용해, 새로운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어떨까? 이른바 랩 배틀 시사 대담 프로그램이다. 핵심 포맷은 매회 특정한 사안을 두고 비트 위에서 대결을 펼치는 시사 배틀 프로그램으로, 힙합 DJ가 깔아주는 비트 위에서 각 패널은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펼치되 랩은 하지 않고 평소 시사 대담을 하는 톤으로 발언한다. 발언이 끝나고 다음 패널에게 차례가 돌아가면 힙합 DJ는 턴테이블을 돌려 리믹스의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시사 대담 프로그램은 대개 많은 말과 과열된 분위기로 진행된다. 가끔 ‘랩 하는 것 같은데?’라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의 대담에 그저 비트만 깔아준다면, 딱히 랩을 하지 않고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힙합 혹은 대결의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음악의 박자감이 전달하는 느낌으로 인해 각 대담자는 의견을 간략하고 명확하게 청취자들에게 전달하려 할 것이며, 멜로딕 한 힙합 비트를 선곡하면 따라오는 유쾌한 분위기를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청취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시사에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완성된다.

BBC의 Newsbeat 채널. 프로그램만의 짙은 개성과 명료한 내용으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 YouTube 발췌

 다소 허황된 이야기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 EDM과 뉴스를 합친 라디오 프로그램이 영국에서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BBC의 News Beat는 매회 EDM 비트 위에서 실제 뉴스를 진행하며, 기사가 넘어갈 때마다 Remixing Sign으로 DJ의 분위기를 살린다. 영국 공영방송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BBC의 이러한 시도는 청취자에게 큰 호응을 얻어 유튜브 등의 영상 콘텐츠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음악 채널인 Radio 1의 정체성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도는 구독자 수 6만 2천 명에 평균 조회 수가 100만 건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을 봤을 때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음악적 요소를 놓치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조화시키는 시도이다. 많은 수의 프로그램이 청취자를 끌기 위해 프로그램 기획을 고민하지만, 결국 음악의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긴 사연을 살리는 기존의 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이 사람에게 주는 분위기 전환 등 장점을 전혀 다른 장르와 신선하게 조합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으며,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라디오는 바람직한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거나 바른 언어문화 정착에 힘쓰는 등 공영성의 목표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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