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더독>
※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언더독>을 만난 건 2년 전, 크라우드펀딩 웹 사이트에서였다. 그동안 영화관에서 주로 상영되었던 애니메이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작화가 있어 눈길이 갔다. 하지만 관심은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애견인이 아닌 나는 유기견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던 탓일까. 물론 유기견 문제는 당연히 심각한 문제인 건 맞지만, 반려견과 늘 함께하며 가족과 같은 정을 느끼는 사람들보다는 문제의식이 많이 부족할 것이다. 그렇게 언더독 프로젝트는 희미한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다시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평소 즐겨보던 지브리나 픽사와는 사뭇 다른 작화가 신선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낯설었다. 예전에 눈길을 준 적이 있지만, 솔직히 평소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는 가지고 있지 않던 터라 처음에는 ‘어느 정도 우리만의 것을 추구하려다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보고 난 후 그 생각은 보기 좋게 깨졌고, <언더독>만의 확실한 정체성에 찬사를 보내는 팬이 되었다.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수준급이어서 영화에 금방 몰입할 수 있었던 점도 한몫했지만, 그것보다 감탄한 점은 애니메이션에 풍성하게 우리나라를 녹여냈다는 점이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개였지만, 영화는 개의 눈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세상의 많은 면을 보여준다.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의 삶과 '견생'은 짐짓 무관해 보이지만,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를 둘러싼 많은 사회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방 추어탕 집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갑질 문제), 여전히 버려진 개를 찾아다니는 개장수(유기견 개 공장 문제), 어지러이 교통사고가 난 가운데 오늘 한 건 크게 건졌다며 신나게 달려오는 레커차 운전기사(교통 문제), 심지어 분단국가의 아이러니함을 일부 떠올리게 하는 대목도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의 가장 큰 의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동물 애니메이션이라서 너무 무겁지 않게, 하지만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사회의 단면을 짚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 다양한 콘텐츠의 오마쥬도 보인다. 주인공 '뭉치' 일행이 길을 떠나다 만난, 유기견을 돌보는 부부의 모습은 영락없는 이효리와 이상순이다(의도했는지 아닌 지는 모르겠지만). 막판에 '뭉치'가 꽃을 배경으로 뛰어오르는 장면은 폭발과 겹쳐 흡사 동막골의 팝콘 꽃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걸까. 겉으로는 ‘뭐야 ~ 유치해’라는 웃음이 났지만 속으로는 가슴 한편이 찡했음을 고백한다.
<언더독>의 제작과정은 어땠을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제작과정은 펀딩부터 쉽지 않았으리라 예상해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완성되고, 무사히 상영되어 많은 작품성을 가진 작품으로 태어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이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거대 시장에 끼여 발전하지 않았다는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도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다면 그래도 우리나라만의 애니메이션이 발전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딱 그랬으니까. 앞으로의 모든 언더독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