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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Oct 07. 2015

굿바이 런던_1

런던에서의 마지막 순간

어느덧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파리로 떠나는 날. 반나절 동안 런던에서의 마지막을 즐긴 후, 저녁에 야간 버스를 타고 파리로 이동할 계획이다. 여행을 준비할 무렵부터 유럽 내의 국가와 국가를 오고 가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최대한 이용해 보고 싶었다. 버스나 기차만으로 옆 나라에 갈 수 있다는 건,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는 이 모든 일이 아직까진 불가능하니깐.


나는 유럽 내에서도 유명한 메가버스(Mega Bus)라는 회사의 야간 버스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사전에 알아보기로는 야간 버스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어떤 사람은 비용에 비해 괜찮은 이동 방법이라 했고, 어떤 이는 한 번은 경험으로 치지만 두 번은 못하겠다고 하였다. 뭐, 나는 아직 젊으니깐. 비용과 경험, 일석이조의 메리트라 생각하며 예약을 마쳤고, 설렘 반 긴장감 반으로 런던에서의 마지막 시간도 조금씩 흘러갔다.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런던 라이프에 대한 서운함을 느끼기기도 전에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다. 혹시라도 빠진 물건은 없는지 확인 또 확인하며 꼼꼼히 짐을 싸고 얼른 체크아웃을 마쳐야 했다. 게다가 오전에 스카이 가든(Sky Garden)을 예약해 놓아서 제 시간에 입장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정든 룸메이트들과도 작별인사를 하고 체크아웃을 마친 후, 러기지 룸에 짐을 맡기고 간단한 가방만 챙겨 나왔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은 애석하게도 먹구름이 가득한 날씨였다. 어쩌면 이거야말로 진짜 영국다운 날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워 브릿지 (Tower Bridge)


한참을 돌아다니다 문득 가방에 공기계 핸드폰이 없다는 걸 알았다. 호스텔 룸 침대에 두고 깜빡한 게 분명했다. 어차피 짐을 가지러 다시 호스텔에 가야 하니, 그때 직원에게 물어봐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이폰을 두고 온 것이었다면 당장 호스텔로 다시 돌아갔겠지만, 공기계는 담겨있는 내용물이 조금 아쉬울 뿐 최악의 상황으로 다시 찾지 못한다 해도 마음 졸일 일은 아니었다.


'쇼핑은 마지막 날'이라는 나만의 이상한 계획을 가지고 있던 터라 런던을 떠나는 마지막 날, 이곳을 추억할 만한 무언가를 사야 했다. 한참을 옥스퍼드 스트릿(Oxford Street)에서 머물며 그동안 눈여겨 봤던 아이템들을 찾아가 이것저것 집었다 내려놨다 하며 몇 번이나 살까 말까 고민을 거듭했다. 아, 역시 쇼핑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프라이마크(Primark)라는 쇼핑 천국을 끝물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정말 파리로 떠나야 했다.


숙소로 돌아가 캐리어를 찾고, 직원에게 "내 갤럭시폰을 침대에 두고 갔어."라고 이야기했다. 직원이 룸에 들어가 확인해보겠다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온 직원은 확인해봤지만, 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어쩌지.. 버스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조금씩 식은땀이 날랑 말랑했다. 뭐 못 찾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간 런던에서 다양한 영상들을 담아놓은 터라 이왕이면 찾길 바랬다.

 "내가 룸에 가서 확인해 보면 안될까?"라고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그럼 자신과 함께 가자고 했다. 다시 찾은 룸에 들어가니 룸메이트들도 모두 체크아웃을 한 상태이고, 말끔히 청소가 되어 있었다. 혹시나 싶어 내가 사용했던 침대의 베개도 들춰보고 침대 주변을 살폈지만 내 핸드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함께 간 직원은 내 핸드폰을 찾아주지 못해서, 나는 괜히 번거롭게 만든 거 같아서 그렇게 서로 "Sorry"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리셉션에 있던 직원들 모두 어떻게 됐냐는 표정으로 우릴 쳐다봤다. 그 공기계와의 인연은 여기 까지구나 라고 체념하고는 그만 버스를 놓치기 전에 떠나야 했다.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뒤로 하고 캐리어를 끌고 나가려는 찰나, 한 남자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뭐라고 말을 하더니, 리셉션에 있던 직원들끼리 대화가 오고 갔다. 그리고 조금 전 함께 룸에 올라갔던 직원이 리셉션에 있는 작은 금고를 열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내 공기계였다!

"Oh, That's mine!"

반가움에 외쳤더니, 직원은 살짝 미심쩍었는지 '진짜로?'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곧바로 핸드폰 앨범에 들어가 내 사진들을 보여주니 직원은 "Oh, oh"하며 그제야 믿는 얼굴로 핸드폰을 돌려 주었다.

아무래도 남자 직원이 룸 청소를 하다가 내 핸드폰을 발견하고 금고에 보관해 두었나 보다.


"Thank you sooo much!"

연신 고맙다며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파리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호스텔을 나왔다.

그런데 나, 큰일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호스텔 러기지룸에서 짐을 찾는다고 하니 건네주었던 러기지 룸 열쇠. 처음에 건네받고는 당황스러워서 "정말 이게 러기지룸 키야?" 물었더니 아주 태연하게 "응 맞아"라고 대답했던 직원.
알고 보니 열쇠 뒤편에 러기지룸 출입카드가 붙여져 있었다.


룸메이트가 내 침대에 남겨 두고 간 이메일 주소. 적을 종이가 없었는지 자신의 웨스트민스터 입장 티켓에 이메일을 적어 놓았다.


스카이 가든 (Sky Garden)
모키토키 건물에 있는 이 전망대는 미리 예약제로 실시되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내가 방문한 날은 아쉽게도 비가 내려 시원한 뷰는 보지 못했지만, 날씨만 좋다면 타워브릿지를 비롯해 멋있는 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망대에 있는 레스토랑 또한 이용 가능하지만 비용은 그리 저렴하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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