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라는 공간을 너무 오랜만에 마주한 탓에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는 게, 긴 공백에도 여전히 구독자로 머물러 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게, 모두 어색하기만 하네요.
(사실, 아무런 말도 없이 너무 긴 공백을 가졌기에 구독자분들이 꽤나 줄었겠구나 생각했거든요.. 하하)
2016년의 첫날 하고도 10일이나 더 된 오늘에서야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다들 안녕하시죠?!
그간의 공백 기간 동안 저에게는 생각지 못한,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여느 20대처럼 여러 선택의 기로 앞에서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과 갈등, 그럼에도 부단히 용기를 내기 위한 발버둥,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하게 주변 지인들에게 전하게 된 친할아버지의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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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갑작스럽게 건장하시던 할아버지의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유효기간에 대한 통보를 전해 들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께서는 그 유효기간을 미처 채우지도 못한 채 긴 안식을 취하러 떠나셨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하나가 조금 여물어가려 하니 또 다른 하나가 터져버리는. 딱 그런 시기였던 거 같아요.
다른 어딘가에 마음을 쏟을 여유가 없었기에. 그래서 브런치도 잠시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어요.
사실, 지금 연재하고 있는 유럽 여행기가 생각지 못하게 호흡이 길어져버렸고, 또 매주 꾸준히 글을 올린다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그래도 다시금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브런치라는 돌아 올 공간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솔직히, 브런치가 선물해 준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글을 쓰긴 하지만, 그뿐이지 유명 작가나 인터넷 스타도 아니면서 '공백'이라는 표현을 쓰는 거며, 이렇게 인사글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 어색하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SNS와 브런치를 통해 제 여행기를 봐주시는 어떤 한 분이 쪽지로 저의 근황을 물으시더군요. 여행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죠. 아, 그때 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구독자분들을 정말 구독자로 생각해야 되구나'.
저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의 여행기에 관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분이 있다는 걸 알고는 어쩌면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타이틀이 바로 브런치 작가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단 한 분이라도 구독자라는 이름의 누군가가 있다면, 끝까지 글을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해서, 이렇게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간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전하는라 글이 길어져버렸네요.
원래 정말 짧게 인사드리려 했던 건데..!
지난해에 이어 '순간 그 찰나의 기록_유럽여행 편'과 '글 하나 사진 하나'가 다시 연재를 시작한다는 거! 많은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 올해도 잘 부탁드린다는 거!!
새해에는 우리 모두 조금 더 따뜻한 나날들이 쌓여가는 한 해가 되기를 마음 다해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