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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제인 Dec 29. 2020

[Oct:12월] 자, 코를 풀 시간이야.






  1인가구에게 투룸은 그저 감당하기 힘든 사이즈였나 싶을 정도로 어지러진 집, 나는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와 싸우고 있다. 청소를 할 법도 한데 내가 지나간 흔적 그대로 두는 건 추워서, 라는 게으른 핑계. 코가 맹맹해서 풀어보면 피가 나기 시작한다. 살면서 코피를 흘려본 적이 없는데 12월이 되면 유난스럽게 이렇게 연약한 인간이 되곤 한다. 저번주엔 더 건조하게 만들어줄 히터를 당근마켓으로 구매했고, 어제는 이웃에게 선물할 향초를 만들어 나눠주었다. 따뜻함을 위해서 나는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한편 건조함은 다르다. 촉촉하기 위해서 내가 애쓰는 건 로션을 잘 바르는 일 말고는 물마저도 더 적게 마시는 것 같다. 마음까지 건조해져버리는 것 같은데 나는 설거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추운건 너무 싫어. 이 모든건 핑계인데, 물보다 커피 혹은 각종 음료에 더 손을 대고있는 것이다.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재료들이 요리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지난 주엔 기어코 말라 죽은 화분을 갈아 엎겠다고 버리고는, 아직 꽃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방치되어있다.



 모든게 내 탓이다. 내 핑계들에는 자책과 그로 인해 코를 풀면 피가 나는 벌을 받는 것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내 탓만은 아니지 않는가. 가뜩이나 마스크로 가려진 일상, 내 집안에서는 엊그제도 대대적인 가구배치를 하면서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단 건데. 우리의 일상은 어쩔 수 없는 상황들로 춥고 건조한 12월처럼 오고야 말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있노라고.

 



 

손수 만든 캔들들 : 향긋함.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서 부랴부랴 방산시장에서 사온 재료들로 캔들도 만들었다. 비대면이 당연해져가는 12월, 우리는 코로나 1주년을 곧 맞겠지만 따수워야 할 크리스마스는 좀 따숩자고 분주했다. 캔들을 만들어 이웃집 문고리에 걸어놓고는 나는 마치 산타가 된 듯 신이 났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어떨지도 모르면서 주는 기쁨에 마음이 폴짝거렸다. 


  나의 12월은 건조하고 게으른 추위로 채우지만, 나와 관계된 모든 이들은 그러지 않기를 기도한다. 물을 많이 마셨고 아침부터 분주히 세수하고 사과를 먹으며 수분을 챙겼다. 오늘은 코피가 나지 않으리라. 크리스마스니까(?). 나는 어쩌면 산타가 아니라 루돌프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자 한보따리와 함께 돌아온 소듕하고 고마운 선물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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