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돌리 Jun 03. 2023

16. 자기소개서는 미리 준비해야 잘 써집니다. (4)

직무 고르기 2 - 만드는 사람들 (구매, 공정, 생산)

 시즈오카라는 일본의 소도시를 다녀왔습니다. 작고 조용하지만 필요한 것들은 모자람 없이 갖춘 지방을 여행하면서 여러 가지가 인상적이었지만, 이 글을 기획하면서 눈여겨본 것들은 누렇게 색이 바랜 전자기기들이었습니다.



 7080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보리색의 두꺼운 디자인에 더 이상 응답해 줄 것 같지 않은 모양새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본연의 역할을 해내는 커피포트와 기차역 컴퓨터, 그리고 각종 전화기들을 마주하자니 아이폰으로 맛집 가는 길을 찾고 있는 제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아 물론 시즈오카는 원래 각종 일본 스러운 전통으로 유명한 여행지고, 료칸 사장님은 들고 다니는 아이폰에 시리가 해준 번역으로 필요한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죽지 않는 노장의 전자제품을 만든 그 당시 회사들은 아직까지도 현역을 뛰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저는 어느 정도 예상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면서 정성으로 만들었다면요.



 첨단을 향해 달리기만 하는 건 어쩌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능을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 튼튼하게만 만들어냈다면 굳이 조금씩만 바꿔가며 최첨단이라 외치는 신제품들로 때마다 기존의 것들을 바꿀 필요가 없을지도. 자본의 논리에 치여 숨 가쁘게 돌아가는 공장 라인과 밤마다 머리를 쥐어뜯는 개발자들의 고뇌가 대표하는 직무이지만, 가슴에 새긴 장인정신으로 살아남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려는 사람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구매와 공정 그리고 생산"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사랑받거나, 혹은 시간을 앞서가며 살아남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한 번이라도 즐긴 분들은 이미 친숙한 직무입니다. 요즘 모바일에서 플레이하는 각종 농장 경영, 도시 경영, 군대 양성 등의 게임은 현질 유도를 위해 플레이어들의 시간을 볼모삼지만, 작물이 자라날 때도, 건물을 올릴 때도, 병사를 양성할 때도  소요되는 택 타임 (Tact Time)은 생산에 불가피하게 투입되어야만 하는 비용입니다. 이를 거스르기 위해 돈으로 시간을 사기도 하죠. 매번 그럴 수 없다는 게 한계일 뿐.



 결국에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생산을 걸어두고, 필요한 재료를 적절한 시기에 비축해 두는 법을 익혀야 게임을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들을 하고 나면 보통 머리가 지끈거려요. 왜 내가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고, 갖고 싶은 대로 다 가질 수 없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 보통 이 게임의 주된 플레이 방식이니까요. 구매/공정/생산 직무의 밥벌이 고민을 우리는 이미 자청해서 수행 중입니다.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계획 세우기”입니다. 만들어질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 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공장과 설비는 무엇인지, 혹시 새로운 설비나 장비 투입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자재들은 얼마나 준비해 놓고 재고는 어느 정도로 쌓아두어야 갑작스러운 공급 요청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아주아주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한 번 계획을 잘 세운다고 끝나는 문제도 아닙니다. 분기마다, 달마다, 주마다, 심지어는 매일매일 시장에 대한 예측이 바뀌고 그에 따라 각종 자재에 대한 수급 계획도 기민하게 움직입니다.



 그럼 미리 많이 사놓고, 많이 만들어두면 되는 거 아닌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어요. 근데 우리가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마린이나 저글링으로 인구수를 채워놓는다고 모든 게임을 이기지는 않는 것처럼(배틀크루저나 캐리어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많이 찍어내는 건 의미가 없어요. 다양한 제품을 적재적소의 비율로 만들어야 의미 있습니다. 그래야 효과적인 조합으로 시장에서 빠른 승리를 거둘 수 있어요. 요즘 "진짜 잘 만들었다."는 의미는 여기에 담겨있습니다. 물론 품질은 기본적으로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서요.



어쩌면 계획만 세우면서 하루를 보낼지도 몰라요. 그러면서도 기민하게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제조업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비스 제작을 위해 필요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적기에 제공하지 못합니다. 우수한 개발자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예상되는 이용자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를 구축하고, 최신 설비를 도입하여 개발자들에게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는 기술을 공급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IT업계에서만 불리는 Fancy한 직무명이 따로 있을 뿐, 결국에는 같은 일을 합니다 : "계획"



  영어로 적혀있을 수도 있고, 좀 더 풀어서 적혀있을 수도 있지만, 구매/공정/생산 직무명에는 보통 이런 단어들이 들어갑니다.

공정관리, 공정개발, 생산기술, 생산전략, 생산인프라, 안전환경, 구매전략, 구매관리, 전략구매, 품질전략, 품질보증, 고객서비스...



 이 직무는 그래서 별도로 존재하고, 특수성을 인정받습니다. 구매, 공정, 생산 직무의 가장 중요한 직무 목표와 역량인 ’유연한 계획성‘은 사실 아무나 잘하지는 못하는 일이거든요. 마치 MBTI가 P이면서 J인 사람을 찾는 것과 같죠. 맞아요. 여행 갈 때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딱 그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계획은 계획대로 세우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가까이에서 발생한 기회나 위기 요인을 감지하여 빠르게 대응하는 일, 그것이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조직에서 반드시 수행해 내야 하는 역할입니다.



 계획하는 역할과 동시에 반드시 책임져야 할 부분은 생산된 결과물에 대한 ‘품질’ 보증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가장 실질적인 책임 소재가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 제품을 직접 만들어 낸 이들이니까요. 앞서 말씀드린 연구/개발 직무도, 그리고 뒤이어 이야기할 영업/마케팅/상품기획의 사람들도 일단 상품에 하자가 생기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들이 이들 사이에 끼여있는 생산 직무입니다.



J이면서 P인 사람에게 추천드리는 직무입니다. 아 물론 장인 정신까지 곁들인


 묶어서 표현하긴 했지만, 그래도 세부적인 고민은 각자 다르겠죠. 구매/공정/생산 직무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매]

  원자재, 부품 및 기타 필수 요소를 조달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공급업체와 협상하여 최상의 가격과 품질을 확보하고, 납품 일정을 조정하여 생산 계획을 맞춥니다. 효율적인 구매 관리는 비용 절감과 생산 프로세스의 안정성을 보장해요.
[공정]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단계와 활동을 관리합니다. 생산 과정을 설계, 개선 및 최적화하여 생산성을 향상하고 불필요한 비용과 낭비를 줄입니다. 이를 위해  작업 절차와 자동화 시스템, 품질 관리 절차를 개발하고, 생산 데이터를 분석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점을 찾아냅니다.
[생산]

 원자재와 부품을 사용하여 최종 제품을 생산합니다. 생산 일정을 관리하고, 생산 라인을 운영하며, 품질 표준을 준수하여 제품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유지합니다. 재고 관리, 생산 라인의 최적화, 작업자의 효율성 향상이 핵심입니다.


 누구는 자재를 사오고, 누구는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누구는 진짜로 물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분리될 수가 없습니다. 하나가 있어야 다른 하나가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라고나 할까요. 구매/공정/생산에 지원하는 분들이 자기소개서 작성할 때 많이 사용하는 문장들은 그래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도움이 될 것 같아 정리해 드릴게요.


"품질 및 수율 확보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고객에게 최고 수준의 제품을 제공한다."

"일정을 준수하여 양산 단계에서 안정적인 생산을 지원한다.

"설비/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적기에 최고의 생산성을 확보한다."

"최적의 라인을 설계/운영하고,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여 고객에게 적기에 공급한다."

"공정/장비의 투자를 진행하여 생산성 향상 및 품질 확보를 지원한다."

"생산지 배치를 최적화하고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운영을 통해 Control Tower 역할을 수행한다."

"품질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Smart Factory 구현한다."

"적정 자재 재고를 운영하고 효율적인 자원 관리를 통해 생산 경쟁력을 극대화한다."

"생산설비의 안정적이고 정확한 제어를 위해 전기/제어 설비의 운영과 유지/보수를 수행한다."

"안전 사업장 구축을 위하여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고객과 임직원, 지역사회 모두의 생명과 새산을 보호한다."

"SAQ 평가/분석을 통해 협력사 제조경쟁력과 ESG 수준을 향상한다."

"목표 재료비 달성을 위한 협력사 운영안을 수립하고 구매 경쟁력을 제고한다."

"SOD원칙에 기반하여 구매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Compliance Risk 최소화한다."

"회사의 장, 단기 생산계획에 필요한 자재를 적기, 적량, 적품, 적소에 공급되도록 하여 매출 극대화하고 손익을 개선한다."

"현황 파악 및 Issue 도출을 통해 품질을 개선한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품질완성도를 높여 양산 제품의 품질을 조기에 안정화하고, 소비자 품질 리스크를 제거한다."

"최적화된 수리 기술을 개발하고 프로세스 표준화와 서비스 재고 선확보, 부품 재고의 적기 확보/공급을 통해 고객 만족을 실현한다."



 그야말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로 가득 찬 인생입니다. 너무나 가득 차서 소중함도 잘 모르겠는 지경이에요. 그래도 지금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많은 재화와 서비스들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것들의 이면을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니까요. 시장에서 선택받는 '내 자식들'이 주는 뿌듯함을 느껴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직무에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컨설팅 문의는 여기로 주세요. (Kakao)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영상으로도 남겼습니다.(Youtube) 



Intro. 자기소개서 쓰기는 사실 재밌습니다.

1. 자기소개서는 정치적인 글입니다.

2. 자기소개서는 면접까지 가기 위한 수단입니다.

3.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1) - 스케치하기

4.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2) - 지우기

5. 자기소개서는 컨셉이 분명해야 합니다 (3) - 색칠하기

6.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1) - 자소서용 에피소드

7.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2) - 문제 해결 경험

8.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3) - 장점 및 역량

9.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4) - 성장 과정

10.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5) - 지원 동기

11.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6) - 향후 계획

12. 자기소개서는 에피소드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7) - 사회 이슈

13. 자기소개서는 미리 준비해야 잘 써집니다 (1) - 축적의 시간

14. 자기소개서는 미리 준비해야 잘 써집니다 (2) - 직무 고르기

15. 자기소개서는 미리 준비해야 잘 써집니다 (3) 직무 고르기 1- 준비하는 사람들 (연구/개발)



작가의 이전글 15. 자기소개서는 미리 준비해야 잘 써집니다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