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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리 Oct 10. 2023

[여행기] 다카마쓰에 가야 하는 이유 2

컨셉으로 사는 도시

 고토히라는 전통에 충실하다. 전해 내려오는 음식과 문화와 유적지가 지역을 유지한다. 신사와 성터가 있고, 료칸이 있다. 고토히라 카단에서 하루를 보내고 료칸을 떠나기 전까지 역시 소도시의 매력은 ‘일본 스러움’이라고 생각했다. 다다미방에서 일어나서 온천으로 몸을 깨우고 생선 화로구이까지 먹고 나니 본격적으로 일본 여행을 시작한 것 같았다. 조식에는 생강이 들어간 조갯국과 미소된장국, 쌀밥과 가정식 반찬도 나온다.


고토히라 카단 조식
고토히라 카단 조식
고토히라 카단 조식

 날이 맑아졌다. 전망이 대단해서 료칸 주변 산책을 나갔다. 산등성이를 넘어서는 건물들은 없다. 산맥이 멀어질수록 흐려진다.

고토히라 카단
고토히라 카단
고토히라 카단

 고토히라 카단에는 밖을 보면서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 놓고 시골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두 명 정도 앉을 수 있고, 바로 옆에는 수건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서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고토히라 카단에서 숙박을 한다면 료칸의 안과 밖에 있는 모든 것들을 충분히 즐기고 오길 바란다.




JR다카마쓰역


 고토히라에서 다카마쓰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선 JR철도를 이용하면 된다. JR다카마쓰역으로 곧장 이동하는 차편이 있다. 종착지가 高松駅인 열차를 골라타면 된다. 1시간 정도 소요된다. JR열차는 앞쪽 차량에 탑승하는 걸 추천한다. 뚫려있는 기관사실을 통해 시야가 넓어진다.


 고토히라역에서 다카마쓰역으로 이동하는 JR은 이용요금은 편도로 980엔이다.

JR도산선
JR다카마쓰역

 다카마쓰 역은 작다. 그래도 에끼벤 매장과 스타벅스 , 코인라커 등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코인라커는 큰 짐은 800엔, 중간정도의 짐은 600엔에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짐을 다카마쓰역에 두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고 한다면 코인라커를 이용해도 좋다. 짐을 찾을 때 초과되는 일자 기준으로 1회 이용료를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승강장은 일층에 있다. 탑승을 위해 역 위아래로 이동할 필요는 없다. 이곳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시코쿠 레일 패스를 지류 탑승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 여권을 제시하고 간단한 양식의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발급받은 시코쿠 레일 패스를 이용하려면 승강장에 들어서기 전에 역의 개찰구 중에 가장 끝쪽에 뚫려있는 통로에서 역무원에게 별도로 확인을 받아야 한다. 보통은 여권과 지류 탑승권의 실루엣만 보고 통과시켜 준다. 여정에 이동이 잦다면 시코쿠 레일패스를 이용하길 바란다. 아날로그 감성과 편리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다카마쓰 시내
다카마쓰 시내
다카마쓰 시내 자전거 주차장

 시내는 한국의 광역시 분위기를 풍긴다. 누가 누구를 따라한 걸까. 빌딩 높이는 20층을 넘기지 않고, 은행과 증권사들의 지역 지사가 소재한다. 다카마쓰 항구 주변에 비교적 높은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다카마쓰의 가장 역동적인 모습이었다.


 도시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과 차량은 모두 일본 답다. 차분하고 작고 조용하다. 그리고 자전거를 많이 탄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고, 자전거 전용 주차장을 갖춘 건물들도 많다. 앞바퀴 위에 바구니가 달린 그런 자전거다. 짐을 바구니에 넣고 페달을 밟아 회사로 향하고 집으로 향한다.

다카마쓰역에서는 항구, 버스 정류장, 레일역까지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

 항구와 버스터미널, JR역과 지하철 역이 모두 도보 거리에 모여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위치한 JR Hotel Clement Takamatsu가 접근성에서 환영받는 숙박 시설이다. 나는 그곳에 묵지 않았지만, 숙소 선택에 큰 고민을 하고 싶지 않다면 여행 내내 편한 이동을 위해 무난한 호텔이다. 왜냐하면 마치 이 호텔을 위해 나머지 교통수단들이 있는 것 마냥 정말 한가운데 떡 하니 서있기 때문이다.


 다카마쓰의 매력은 자잘한 이동에 있다. 옮겨 다니면서 모든 이동 수단을 즐길 수 있다. 나오시마, 소도시마 섬으로 갈 땐 페리를 타고, 리츠린 공원을 갈 땐 전철을, 공항을 오갈 땐 버스를 탄다.



 아 그런데 내가 묵은 호텔은 도미인 다카마쓰 중앙공원 앞점(天然温泉 玉藻の湯 ドーミーイン高松中央公園前)이다. 항구와는 도보로 2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실컷 이동 편의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당신은 왜? 냐면 대욕탕과 야식으로 주는 라면과, 뷔페식 조식 때문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Clement Hotel은 크지만 대욕탕이 없다. 더 걸은 만큼,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되겠지.




라멘집 멘오 다카마쓰에키마에점 徳島ラーメン麺王 高松駅前店
1-chome-1 Kotobukicho, Takamatsu, Kagawa 760-0023 일본


 다카마쓰 시에서 첫 번째 일정은 쇼도시마에 가는 것이었다. 역에서 내려 호텔에 짐을 두고 오니 쇼도시마행 페리 탑승까지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항구를 찾아 대로를 올라가다가 미리 찾아둔 라멘집을 들어갔다. 스페셜 라멘과 야끼교자를 시켰다. 맛있다. 차슈와 양념해서 구운 고기가 토핑으로 올라와있다. 아 김도 한 장 있도, 반숙 계란도 있다. 토핑 한 점에 라멘을 한 젓가락을 반복하다 보면 금세 빈그릇이다. 짜다는 리뷰도 자주 보이는데, 집에서 끓여 먹는 라면 정도다. 항구와도 가까워서 섬으로 이동하기 전에 들릴 수 있는 좋은 선택지이다.

멘오 다카마쓰 에키마에 점
멘오 다카마쓰 에키마에 점
멘오 다카마쓰 에키마에 점 야끼교자
멘오 타카마츠 에키마에 점 스페셜 라면




다카마쓰 항구 高松港
8 Sunport, Takamatsu, Kagawa 760-0019 일본


 항구에는 ‘고속정’ 터미널과 ‘페리’ 터미널이 따로 있다. 고속정은 작고 빠른 배, 페리는 크고 느린 배다. 그래서 고속정은 좀 더 비싸고, 몇몇 페리는 시코쿠 레일 패스로도 탑승이 가능하다. 고속정을 타면 한 20분? 정도 목적지에 빨리 이동할 수 있는 것 같다. 타보지는 않았다.


 쇼도시마 小豆岛를 가기 위해선 2번 페리 탑승장에 가야 한다. 항구에 도착하면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 말고(여기는 고속정 탑승장이다), 시선을 왼쪽으로 돌려서 바다로 향해야 한다. 그러면 페리가 들어올 만큼 커다란 공간만큼 떨어져 있는 탑승장이 왼손 방향으로 쭉 도열해 있다.


 출발 10분 정도 전까지 시코쿠 레일패스와 여권을 들고 탑승장에 도착하면 페리를 탈 수 있다. 레일 패스가 없다면 당연히 표는 별도 구매해야 한다.

다카마쓰 항구 노선
다카마쓰 항
다카마쓰 항구 쇼도시마행 페리 탑승장


 쇼도시마로 향하는 페리와 소도시마 안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올리브라인’으로 불린다. 쇼도시마의 특산품은 올리브다. 일본 올리브 재배의 발상지라고 한다. 기후 덕분이다. 다카마쓰를 비롯하여 세토내해에 위치한 섬에서는 그늘만 찾으면 금방 시원하다. 지중해성 기후다. 덕분에 쇼도시마에서는 지중해 국가들처럼 올리브를 생산한다.


 쇼도시마를 올리브의 섬으로 만든 건 주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정부가 밀어붙여서 올리브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작지 않은 섬 전부를 올리브가 가득한 곳으로 바꾸어 버렸다. 쇼도시마 항구에 내리면 올리브유를 착즙 하는 향이 풍긴다. 올리브 라인 버스를 타고, 올리브 공원에 가서, 올리브 나무와 사진 찍고, 올리브 아이스크림을 먹고, 올리브유를 사 온다. 이 섬의 컨셉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컨셉이 섬을 살리고 있었다.

쇼도시마행 페리, 페리 안과 밖에는 포켓몬스터 야돈이 있다.

 야돈이 뜬금없다. 야돈은 다카마쓰의 특산품인 우동과 발음이 흡사하여 공식 스폰서 캐릭터로 채택되었다고 한다. 한 번 정한 컨셉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참 지독하다. 그리고 그렇게 밀고 나가는 뚝심과 느긋함이 부럽다. 뚜렷해야 살아남는다는 목적의식이 느껴진다.

다카마쓰 항구, 페리의 갑판에서 바깥을 구경할 수 있다.
다카마쓰 항구

다카마쓰 항구, 페리의 갑판에서 바깥을 구경할 수 있다.

양떼구름

 페리의 가장 꼭대기 층은 갑판이다. 바람을 맞으면서 바다와 섬과 하늘을 구경할 수 있다. 양떼구름이 보였다. 그리고 그날 일본 다른 지역에서 지진이 났다. 지진운과 지진 예보의 상관성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쇼도시마 小豆島

 한 시간 정도 페리를 타면 쇼도시마 항구에 도착한다. 섬에서 숙박을 하는 관광객들도 많다. 느긋하게 섬을 즐기고 싶다면 좋은 선택지다. 나는 오후 배를 타고 들어가서 저녁 배를 타고 나왔다. 목적지는 올리브공원 한 곳이었다. 다른 욕심이 있었으면 좀 더 머물렀을 것 같다. 섬이 작지 않기 때문에 항구에서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기 위한 시간이 꽤나 걸린다. 쇼도시마 항구에서 올리브 공원까지도 올리브 라인으로 운영하는 버스를 탄다. 올리브라인 버스 역시 시코쿠 레일 패스를 이용하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쇼도시마 항구
쇼도시마 항구
쇼도시마 항구와 올리브 라인 야돈 페리
올리브공원에서 쇼도시마 도노쇼항 土庄港가는 버스 시간표.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페리 시간표에 맞춰서 잘 타야 한다.




미치노에키 쇼도시마 올리브 공원 道の駅小豆島オリーブ公園
일본 〒761-4434 Kagawa, Shozu District, Shodoshima, Nishimura, 甲1941−1


올리브 공원

 올리브 공원이다. 쇼도시마 도노쇼 항구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한다. 키 작은 나무들은 모두 올리브 나무다. 산 앞에 보이는 건물들은 고대 그리스 건축을 따라한 여러 가지 편의 시설들이다. 평화롭고 한적하다.


 이곳은 반드시 날이 맑을 때 와야 한다. 다카마쓰 여행 중 쇼도시마를 가려고 계획한 날짜에 날씨가 흐리다면 과감하게 포기하자. 일본의 지중해라고 불리는 만큼 쇼도시마는 맑은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방문 가치가 떨어진다.

올리브 공원
올리브 공원 앞바다
올리브 공원
올리브 공원 풍차. 사진을 많이 찍는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배경으로 유명한 올리브 공원의 풍차인데, 박물관으로도 쓰이는 메인 빌딩에서 빗자루를 빌려 풍차 앞에서 마녀 배달부처럼 사진을 찍는 게 이곳의 룰이다. 귀찮으면 굳이 빗자루를 들고 갈 필요는 없다. 몰려드는 단체 관광객과 시간이 겹치면 어차피 빗자루 샷 같은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는 없다. 빗자루와 찍지 않아도 예쁘게 나온다. 사진을 찍고 빗자루를 다시 돌려주러 가는 것도 번거롭다.


 다카마쓰는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유명한 여행지에는 한국, 대만, 홍콩, 중국, 일본과 기타 서양 국가의 여행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와다다다 왔다 간다. 여유를 방해한다고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도 곧 여행지에 동화된다. 컨셉이 강한 여행지에서는 찾아온 사람들이 공간에 스스로를 맞춘다.  

올리브 공원 앞 해변
올리브 공원 앞 해변
올리브 공원 앞 도로

 저녁 배를 타고 다카마쓰 항으로 돌아왔다. 올리브 공원만 보고 와도 충분했지만, 다시 다카마쓰에 간다면 시간이 섬에서 하루 정도를 지내고 다른 여행지들도 가야겠다. 비단 쇼도시마뿐만이 아니다. 다른 섬들도 숙박해볼 가치가 있다.




다카마쓰 닭다리 요리, 호네츠키도리 잇카쿠 다카마쓰점 骨付鳥 一鶴 高松店
4-11 Kajiyamachi, Takamatsu, Kagawa 760-0028 일본


잇카쿠의 닭요리. 노계와 영계

 이후에 찾아보니 닭다리 요리도 다카마쓰의 지역 명물이었다. 그래서 웬만한 술집에서는 이 닭다리 요리를 판다. 그래도 유명하다는 잇카쿠를 찾았다. 닭다리 요리의 종류는 두 가지다. ‘늙은 닭’과 ‘어린 닭’. 노계는 질기고 영계는 부드럽다. 구분은 쉽다. 노계의 닭다리가 색이 더 진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현지인들은 이 노계 닭다리에 맥주 한잔을 더 즐긴다. 회식 2차 장소로 많이 찾는 것 같고, 혼자 와서 허기를 달래는 사람들도 있다. 질긴 육질을 감추기 위해 간이 세다. 그래서 주먹밥과 같이 먹는다. 양배추는 서비스다. 역시나 짠맛에 놀랄 속을 다스리는 역할을 한다.


 이왕 먹을 거라면 영계 닭다리를 추천한다. 기름기 가득한 부드러운 닭다리는 맥주 안주로 딱이다. 저녁시간에 찾아가면 대기가 길다. 나는 1시간 30분을 기다렸다. 다행히 숙소 근처였기 때문에 무리가 없었지만, 일부러 찾아가는 것이라면? 다른 식당으로 발걸음을 돌려도 좋다. 다른 맛집도 주변에 많다. 노계의 가격은 1008엔, 영계의 가격은 984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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