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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리 Oct 20. 2023

[여행기] 다카마쓰에 가야 하는 이유 4

통제된 절경

 다카마쓰에 가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리츠린 공원은 그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다. ‘공원’이라는 단어가 주는 사소함에 그냥 지나쳐버릴지도 모른다. 절대 그런 실수는 하지 말자. ‘리츠린 공원’은 절대 사소하지 않다. 거기에는 산도 있고, 호수도 있고, 나룻배도 다닌다. 보통 공원이 아니다.


 옛 일본인들은 정원에 되도록 많은 것들을 담았다고 한다. 기왕 즐길 거라면 정원 밖으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고 싶었겠지. 절경조차 통제하려는 그들의 풀소유 마인드에 혀를 내 두르다 보면 그래도 무엇이든 제대로 만들려는 장인 정신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다카마쓰에 간다면 리츠린 공원에서 걷고 차를 한 잔 마시고 나룻배를 타봐야 한다. 여행 일정의 시작에 가도 좋고 마칠 때 가도 좋다. 반나절만 써보자.

리츠린 공원을 가기 위해선 다카마쓰 역에서 코토쿠 선 전철을 타야 한다.


 리츠린 공원은 다카마쓰 시내에 있다. 어떤 호텔에서도 걸어가는 건 무리다. 시코쿠 레일패스가 있다면 전철로 접근하는 게 가장 편하고, 구글 맵으로 버스 정류장을 찾아가도 된다. 공원의 북쪽과 동쪽에 각각 다른 노선이 지나가는 전철역이 하나씩 있다. 그리고 공원에도 북쪽 입구, 동쪽 입구가 각각 하나씩 짝을 이루고 있다.


리쓰린코엔 기타구치 栗林公園北口 역은 전철에서 내리면 곧장 오른쪽에 출구가 있다.


 JR다카마쓰역에서는 공원 북쪽 입구로 이어지는 리쓰린코엔 기타구치역으로 가는 코토쿠선을 타면 두 정거장만에 도착한다. 기타구치 역에서 내리면 낡은 정류장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바로 앞에 있는 계단으로 잘 내려오기만 하면 곧장 출구다.

리쓰린코엔 기타구치역 주변


 역에서 나오면 직진하자. 5분 정도면 공원에 도착한다.


리츠린공원 栗林公園
1-chome-20-16 Ritsurincho, Takamatsu, Kagawa 760-0073 일본


 북쪽 입구로 들어온다면 동네 공원 바이브에 당황할 수도 있다. 담백한 인트로라고 생각하자. 들어가면 왼쪽에 매표소가 있고, 기계로 표를 살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한 명당 410엔이다.

리쓰린 공원 북쪽 입구
리쓰린 공원의 성인 한 명 입장료는 410엔이다.
리쓰린 공원 표

 공원은 크게 북쪽 구역과 남쪽 구역으로 나뉜다. 메인은 호수가 있는 남쪽이다. 길이 닫혀 있어서 어떤 입구로 들어가도 천천히 산책을 즐기다 보면 결국 호수에 도달하게 된다. 길을 잃을 걱정은 덜해도 된다.

리쓰린 공원
리쓰린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
리쓰린 공원
리쓰린 공원에서 정오를 보내는 사람들
리쓰린 공원

 북쪽 입구로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들이다. 어떤 여행지든 마찬가지겠지만 이곳 역시도 날씨가 관건이다. 그늘이 적다. 여름에는 가지 말자. 날이 흐리면 날짜를 바꿔보자.

리쓰린 공원
리쓰린 공원
리쓰린 공원
리쓰린 공원은 주민들이 찾는 웨딩 사진 촬영지이다.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들이 자주 보인다. 웨딩 사진을 찍으러 온 신혼부부,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과 친구들, 혹은 가족사진을 찍으러 온 가족이다. 모두 기모노를 입고 온다.

리쓰린 공원 나룻배

 나룻배에는 한 번에 6명 정도가 탈 수 있다. 선착장이 호수 주변에 따로 있으니 간간이 보이는 공원 지도를 잘 참고해야 한다. 나는 선착장을 못 찾았다.

리쓰린 공원에는 다관이 있다. 차를 마실 수 있다.

 호수 주변에 다관이 있다. 다관에서는 연한 녹차와 진한 녹차를 판매한다. 주문을 하고 안에서 기다리면 기모노를 입은 점원이 과자와 차를 내온다. 바닥에 앉아서 마실수도 있고, 의자에 앉아서 마실수도 있다. 관광객의 방문이 많을 때에도 모두에게 차를 대접할 만큼 공간은 넓다.


 다과를 끝내고 안쪽을 둘러볼 수 있다. 물가 바로 앞에까지 다다를 수 있도록 건물이 뻗어있어서 신발을 벗고 편히 앉아서 오가는 나룻배를 구경할 수 있다. 손을 흔들면 그쪽에서도 같이 손을 흔들어준다. 물 색깔이 나무의 색을 닮았다.

리쓰린 공원 남쪽 구역
리쓰린 공원 남쪽 구역 호수
리쓰린 공원

 동쪽 입구로 향할수록 목조 건축물들이 자주 보인다. 아마도 동쪽이 메인 입구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코인 라커를 비롯하여 주차장 등이 동쪽 입구 쪽에 위치한다.


 목조 건축물 안에서는 다기와 각종 그릇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옻칠을 한 나무 다기와 사기그릇이 있었다. 귀여워서 살펴본 찻잔 하나의 가격은 만 엔이었다. 장인 정신의 가격은 비싸다.

리쓰린 공원
리쓰린 공원
리쓰린 공원 동쪽 출구
리쓰린코엔역


 동쪽 출구로 나서서 도보로 10분 정도 직진하면 고토히라선을 탈 수 있는 리쓰린코엔역에 도착한다. 곧장 다카마쓰 항구 근처의 역으로 갈 수 있으며 시코쿠 패스를 갖고 있다면 무료로 탑승이 가능하다. 여행을 하루 남기고 다카마쓰에서 마쓰야마로 넘어가기 위해 JR 열차를 타야 했다.

리쓰린 공원 동쪽 출구에서 나와 직진하면 리쓰린코엔 역에서 고토히라선을 탈 수 있다
고토히라선의 종점은 다카마쓰역 근처의 다카마쓰칫코역이다. 다카마쓰역까지 도보로 5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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