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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리 Oct 21. 2023

[여행기] 다카마쓰에 가야 하는 이유 5 (끝)

피처링 군단

글로 쓴 여행기는 여행지를 상상하게 해 준다. 브이로그가 가득한 요즘에도 여행기가 살아남는 유일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갔다 온 것 같은 기분이 아닌  ‘가고 싶은’ 확신이 들게 하려면 그 공간의 빈틈을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줘야겠지. 다카마쓰에 가고 싶습니까?


 다카마쓰를 파는 마지막 글이다. 3박 4일 혹은 4박 5일 일정으로 다카마쓰만 다녀온다면 사실 일정은 정해져 있다. 다카마쓰는 보고 와야 할 곳들이 명확하고, 그곳들을 가지 않으면 일정을 채울 방법이 마땅히 없는 여행지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좌우로 넓히면 신기하게도 세트로 갈 도시가 가득하다. 지도를 거꾸로 뒤집으면 해양 대국이 되어버리는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로직처럼 보이겠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그럴싸하다. 북쪽에 있는 오카야마, 동쪽에 있는 오사카와 고베, 서쪽에 있는 마쓰야마와 히로시마 모두 기차와 배로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놀라운 피처링 군단에서 내가 선택한 도시는 마쓰야마다. 시코쿠 섬 여행은 시코쿠섬에서 끝내고 싶었다.


 마쓰야마는 다카마쓰에서 JR을 타고 2시간 30분을 이동하면 도착한다. 철로는 바다 가까이에 깔려있어서 좌석을 잘 고르면 오가면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다카마쓰에서 마쓰야마를 갈 때는 오른쪽 좌석에, 마쓰야마에서 다카마쓰를 갈 때는 왼쪽 좌석이 풍경이 좋다. 시코쿠 레일 패스가 있다면 두 도시를 오가는 열차의 자유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도시락을 사가자. 에끼벤을 살 수 있는 매점이 다카마쓰 역 안에 있다.



 주변 도시를 갔다가 다카마쓰로 돌아올 예정이라면 다카마쓰역에 있는 코인 라커를 이용하자. 하루치 이용 요금을 더 내면 날이 바뀌어도 짐을 맡겨둘 수 있다. 몸을 가볍게 다른 도시로 넘어갈 수 있다.

다카마쓰시의 오른쪽엔 관서 지방 대표도시 오사카가 있다. 바로 위에 있는 오카야마시도 유명한 관광 도시다.
다카마쓰에서 JR을 타고 2시간 30분을 이동하면 마쓰야마에 도착한다.
마쓰야마역
마쓰야마역

 마쓰야마에는 저녁에 도착했다. 도고온천이 목적지였다. 봇짱 열차, 봇짱 시계탑 모두 도고온천에 있다. 충청남도 파라다이스 도고道高 온천과는 한자가 다르다. 두 곳 모두 온천물에 몸을 담근 누군가가 치유됐다는 공통점은 있다. 마쓰야마역에서 도고道後온천을 가기 위해선 지상 전철을 타야 한다. 30분 정도 걸린다.


 유난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는데, 서양인 백패커들이 눈에 띄었다. 엔저를 등에 업고 백팩도 등에 짊어지고 온 사람들이다. 강한 달러와 유로에 지친 그들에게 일본 물가는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그들과 함께 도고온천에 도착했다.


도고온천 道後温泉
일본 〒790-0843 Ehime, Matsuyama, Dogomachi, 1 Chome−10 道後温泉駅前
도고온천 상점가
도고온천의 환영
도고온천 상점가

 도고온천역에 도착하면 곧바로 도고온천 상점가 입구가 보이고 그 옆에는 봇짱 시계가 있다. 봇짱 시계는 정시마다 음악과 함께 인형들이 움직이는 요란한 시계탑이다. 그렇게 특이하지는 않다. 유럽에도, 한국에도, 중국에도 이런 시계탑이 있는 여행지는 흔하다.


 예약한 료칸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상점가로 나왔다. 료칸은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후나야 ふなや다. 역사가 긴 근대 일본 호텔이다. 대중탕이 따로 있고, 조식과 석식을 제공하는, 그리고 층마다 객실이 비교적 많이 있는 호텔식 료칸이었다. 방 안을 찍은 사진이 없다.


 일본식 다다미 방에서 묵는다면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에 프런트에 열쇠 두 개 중 하나를 맡기자. 돌아오기 전에 이불을 깔아준다.


카도야 도고츠바키자카점 かどや 道後椿坂店
20-24 Dogoyunomachi, Matsuyama, Ehime 790-0842 일본
마쓰야마는 도미밥이 유명하다. 쌀밥에 도미회를 올려서 간장 소스를 부어 먹는다.


 메뉴를 한참 고민하다가 선택한 도미밥이다. 카도야 도고츠바키자카점이 맛집이다. 상점가를 직진해서 만나는 도고온천 건물 오른쪽 구석에 위치해 있다. 타이밍을 못 맞추면 대기가 길다. 생맥주 한 잔을 걸치면 일인당 3천 엔은 써야 한다.


 ‘간장 계란 회덮밥’이라고 생각하면 설명이 됐으려나. 담백하고 고소하다. 도미는 비리지 않고 식감도 쫄깃하다. 간장 소스도 짜지 않다. 이 소스가 유명해서 별도로 판매한다. 밑반찬으로는 절임류와 어묵이 나온다.


후나야 ふなや
1-33 Dogoyunomachi, Matsuyama, Ehime 790-0842 일본

 후나야 호텔의 조식은 서양식과 일본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일본식에는 생선 구이, 샐러드, 국, 계란말이, 유부조림, 절임류 반찬, 연두부 등이 나온다. 서양식은 다른 손님들 상을 훔쳐보니 오므라이스, 빵, 스크램블 에그 같은 것들이었다.


 두 명 이상이라면 각자 다른 메뉴를 시켜보는 것도 좋겠다.


 호텔 체크인을 할 때 매니저가 안내해 준 지역 축제가 하나 있었다. 하치아와세라는 마쓰야마 지역 축제인데, 매년 가을 10월에 열리는 아주 유명한 행사라고 한다. 마침 잘 왔다면서 꼭 보라고 추천해 줬는데, 축제 시작 시간이 다음날 새벽 다섯 시였다. 알아보니 동네 주민들이 가마를 들고 서로 부딪히면서 가마싸움을 하는 행사인데, 당연히 소리도 지른다. 동네 사람들 모두 나와서 축제를 즐겨달라는 함성이 불편할 수도 있다. 나는 괴성에 잠에서 깼는데, 나가서 구경하지 않았다.


 후나야 호텔 주변에는 동네의 유명한 신사가 있다. 남자들이 신에게 풍작과 사업 번창, 안전을 빌기 위해 무거운 가마를 들고 신사로 향하는 높은 계단을 올라간다. 유난히 시끄러운 이유였다.

마쓰야마에서 지역 축제가 있었다. 새벽 5시부터 가마싸움을 한다.
축제를 마치고 아침을 먹는 사람들. 행사의 주체는 남자다.

 다카마쓰에서 귀국 편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호텔을 나왔다. 나와서 보니 축제를 마치고 머무르는 일본의 남자 주민들이 많이 있었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으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밥을 먹는 모습을 주변에서 그들의 연인들이 짙은 화장을 하고 찾아와 지켜본다. 내가 도고온천을 떠난 시간은 아침 9시였다.

마쓰야마발 JR열차가 오카야마행과 다카마쓰행으로 분리된다.  탑승 전에 주의하자.


 마쓰야마역에서 다카마쓰로 돌아가는 JR열차를 탈 때 주의사항이 있다. 열차가 중간에 분리된다. 1-5번 칸은 분리되어 오카야마로 향한다. 6-8번 칸이 다카마쓰 행이다. 열차를 타고 알았는데, 오카야마행 열차칸 자유석에서 방송을 듣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뒷칸으로 옮겼다. 시코쿠 레일패스로 자유석을 이용한다면 조심해야 한다.


메리켄야 다카마쓰 역전점 めりけんや 高松駅前店
6-20 Nishinomarucho, Takamatsu, Kagawa 760-0021 일본
다카마쓰역 바로 앞에 있는 역전 우동집이다. 맛있다.

 마쓰야마에서 다카마쓰까지 2시간 30분이 걸리고, 또 다카마쓰 역에서 다카마쓰 공항까지 셔틀로 40분이 걸린다. 다카마쓰에 돌아오고 나니 여유시간이 얼마 없었다. 서둘러 끼니를 해결해야 했고, 역전에 있는 우동집으로 향했다. 메리켄야 다카마쓰 역전점은 줄 서 먹는 맛집이다. 다카마쓰 시내를 오가면서 자주 보이는 우동집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위치 때문에 장사가 잘되는 집인 줄 알았다. 위치에 실력까지 보태진 결과였다.


 다카마쓰 표준 우동 판매 시스템으로 냉/온 육수, 면의 양 등을 고르고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튀김을 고르고, 끝에서 결제하고 먹으면 된다. 야채튀김과 고로케가 맛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한국돈 5-6천 원이면 튀김까지 해결한다. 아 근데 여기 현금만 받는다.


다카마쓰 공항행 리무진
다카마쓰 공항행 야돈 리무진

 리무진은 생각보다 일찍 타야 한다. 정거장이 많아서 중간에 탑승하는 승객들이 자리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리무진이 만석이면 기사님이 죄송합니다 다음 버스를 이용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는 종이를 들고 정류장마다 뛰어 내려간다. 그리고 다카마쓰 공항의 체크인 시스템이 매우, 매우, 매우 소박하다.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면 짐 무게를 검사하고 표를 받는다. 그리고 수하물을 다시 돌려준다(?) 바로 옆에 있는 엑스레이 기계로 짐 검사를 직접 받아야 한다! 그렇게 검사가 완료된 위탁 수하물을 다른 캐리어들 옆에 가지런히 놓고 오면 체크인 과정이 끝이 난다. 소도시 공항의 아날로그 시스템이 걱정된다면 공항 리무진을 조금 빠르게 탑승하자.


 그리고 출발할 때와 다르게 돌아올 때는 에어서울 카운터에서 수하물 합산을 해준다. 수하물 개별 무게 검사를 하지 않는다. 쇼핑 후 짐 분배에 참고하기 바란다.

다카마쓰 공항 2층에서는 우동 냉육수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기 전에 있는 매장에 그나마 쇼핑할 만한 종류가 많다고는 하지만, 한국인들이 사갈만한 물건들은 결국 면세점에 있다. 면세점이 작은데, 그래도 면세점 대표 과자들도 있고, 사케도 팔고, 몇몇 위스키도 판다. 다카마쓰 공항에서는 면세점 쇼핑을 욕심낼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포기할 필요도 없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지연되어서 서울로 돌아가는 항공편도 연착되었다. 당일에 인천과 다카마쓰를 오가는 비행기였나보다. 다카마쓰는 그만큼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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