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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리 May 19. 2024

[여행기] 나고야에 가야 하는 이유 1

원래 잘 모르면 재미없다고들 한다.

 나고야에 대한 오해는 넓다. 옆나라에서 노잼이라며 내려치기를 당하는 이 도시는 일본에서 인구가 네 번째로 많다. 요코하마는 도쿄의 위성도시이니, 사실 나고야는 일본 제3의 도시다. 그래서인지 “아 도쿄는 서울 같고, 오사카는 부산 느낌? 나고야는 ,,, 한 대구나 대전 정도? ㅎㅎ”라는 비유가 흔한데, 나고야가 재미없다는 선입견은 이런 귀여운 거만함에서 비롯된 착각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의 저돌적인 비교는 무시하자. 무식으로 생긴 용기는 가상하지만 어리석다. 대전과 대구만큼 나고야는 매력적이다. 여행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다시 한번 일본 여행이다. 여전히 저렴한 엔화에 짧은 휴가로도 소화 가능한 가까운 거리, 그리고 30만 원이 넘지 않은 표값으로 일본의 곳곳에 데려다주는 저가 항공사들의 항공편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여행객들이 북적이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에 타고 간 제주항공 JC1704편도 만석이었다. "노잼 도시"라는 낙인은 곧 벗겨질 것 같다.


 낮은 환율과 저렴한 비행기 표값으로 아낀 돈을 숙박에 투자했다. 이 선택이 아주 주효했다. 짧은 일정에 자주 이동했는데, 가는 곳마다 들린 숙소가 재미를 배로 높여줬다. 시가지와 바다, 그리고 산을 모두 즐기고 왔다. 바지런히 움직인 것 같지만, 깊게 쉴 수 있는 숙소와 잘 갖추어진 대중교통 덕분에 국내 여행처럼 수월했다. 해외 여행객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 여행객들도 이 점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주말을 걸쳐 다녀온 나고야에는 그래서 내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그런 관광객들을 외국인 노동력을 적극 수입하여 모셔온 각국의 젊은이들이 맞이한다. 이런 도시는 흔하지 않다.

출발하는 날에 비가 왔다. 비를 맞으면서도 할 일을 해내는 제주항공 직원들.
나고야는 도쿄와 오사카 중간에 위치한 도시다. 한국에서 나고야에 갈 땐 산맥을 넘어간다. 일본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알펜루트다.
메이테츠 나고야역을 나오면 곧바로 각종 명품 매장들이 맞이해준다. 값싼 엔화을 핑계로 쇼핑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미쓰이 가든 호텔 나고야 프리미어 (Mitsui Garden Hotel Nagoya Premier)
4-11-27 Meieki, Nakamura-ku 나고야 일본 450-0002

 나고야는 상업도시다. 그래서 호텔 찾기는 수월하다. 대욕장이 딸린 비즈니스호텔은 여행객들과 출장 온 직장인 모두에게 환영받기 때문이다. 나는 전망을 선택했다. 미쓰이 가든 호텔은 나고야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높은 빌딩에 탁 트인 야경으로 유명한데, 일본에서 보기 드문 조건의 호텔이다. 리셉션이 있는 로비부터 18층이다. 같은 층에 대욕탕과 레스토랑이 있다. 조식을 포함한 1박의 가격은 25만 원 정도. 퀸사이즈 침대 한 대와 책상 하나가 있는 Moderate Double의 방 크기는 흔한 일본 호텔과 같은데, 워낙 탁 트인 창 밖 풍경이 딸려와서 ‘오 넓은데?’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숙박과 야경을 함께 해결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지다.

미쓰이 가든 호텔 나고야 프리미어의 로비는 건물 18층에 위치한다. 그 아래 층들은 직장인들이 오가는 사무동이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8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미쓰이 가든 호텔 로비다. 이 호텔은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층수가 높다. 전망은 덕분에 훌륭하다.
Moderate Double 방에는 퀸베드 하나, 책상 하나, 그리고 욕조가 있는 화장실이 있다. 침대에는 대욕탕을 이용할 때 입을 수 있는 가운 겸용 잠옷이 놓여있다.
아 그리고 전망이 좋다.
나고야는 분명히 상업도시다.
후시미야 히다규 별관
Japan, 〒450-0002 Aichi, Nagoya, Nakamura Ward, Meieki, 3 Chome233 名駅ミズタニビル 1階

 히다규(飛騨牛)는 정말 대단하다. 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 위에는 비행기를 타고 건너온 산악 지역인 기후현이 있는데, 기후현의 도시 중 하나인 다카야마에서 기르는 소가 히다규다. 덕분에 멀리 가지 않아도 인접한 대도시인 나고야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검색하여 찾아간 후시미야 히다규 별관은 미쓰이 가든 호텔과도 멀지 않다. 영어 메뉴는 따로 없다. 주문이 걱정된다면 세트를 시켜서 하나씩 먹어보고 인상적인 부위를 추가해서 먹자. 갈빗살을 추천한다. 대창, 우설 같은 특수 부위와 히다규 초밥, 히다규 덮밥 같은 식사류도 있다. 사케가 어울리는데, 일본술 두 종류를 취급한다. 끝맛에 버터향이 있어 와규와 잘 섞인다.

후시미야 히다규 별관 입구
히다규 세트 2인분. 부위 별로 2점씩 나온다. 흰 색 지방이 많은 부위가 갈비, 붉은 색 살점이 많은 부위가 등심이다.
이왕 추가할거면 갈비를 더 먹어보자.
등심과 갈비를 주요 부위로 취급하는 식당의 메뉴 전략이 형상화된 피규어라는 사실을 쓰다보니 알게 되었다.
굽기도 전에 녹아 내리는 것 처럼 보인다.


세카이노야마짱(世界の山ちゃん) 나고야역 히가시점
4-16-27 Meieki, Nakamura-ku, Nagoya, Aichi Prefecture

  닭 날개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야마짱의 메뉴는 요즘 한국에서도 세를 넓히고 있는 ‘닭날개와 생맥주’다. 히다규는 맛있지만 소고기는 입가심이 필요하다. 역시나 멀지 않은 곳에서 위치한 세카이노미야짱 체인점을 찾았다. 주문이 들어가면 음식은 금방 나온다. 생맥주도, 튀겨 놓은 닭날개도 오래 걸리면 이상하긴 해. 닭 날개에 뿌리는 후추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기호와 건강 상태에 따라 선택하자. 후추 양과는 상관없이 예상 가능한 닭 날개 튀김 맛이다.


 현지인들에겐 2차로 맥주 입가심을 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그래서 닭 날개 튀김 외에도 다양한 맥주 안주를 판매한다. 한국의 봉구비어, 역전할머니맥주 같은 포지션이다. 맥주 한 잔에 닭 날개 튀김 한 접시, 닭 날개 튀김과 같은 베이스로 양념한 양배추 샐러드 한 접시를 후딱 먹고 밖을 나섰다. 오히려 닭 날개 튀김보다 특이한 점은 수동 좌석 관리 시스템이다. 계산대 한쪽 벽면에 걸어 놓은 좌석 배치표에 마그넷으로 손님의 착석 유무를 표시한다. 덕분에  줄 서서 대기하는 손님도 왜 아직도 나를 들여보내주지 않는 건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단출한 메뉴로 세계를 정복하려면 이 정도의 엣지는 있어야 하나 보다.

세카이노야마짱(世界の山ちゃん) 나고야역 히가시점. 나고야 직장인들의 2차 회식장소다.
닭 날개 튀김, 생 양배추, 생맥주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야마짱 아저씨
수동식 좌석 관리 시스템. 색깔로 손님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 같다. 나는 무슨색이였을까.
츄부전력 미라이 타워 中部電力 MIRAI TOWER
3 Chome-6-15先 Nishiki, Naka Ward, Nagoya, Aichi 460-0003 일본

 비가 그치지 않았지만, 소와 닭을 먹었으니 소화를 시켜야 했다. 호텔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미라이 타워가 있었다. 결국엔 가봐야 할 나고야 최고 시가지인 사카에 지구도 미리 구경할 겸 미라이 타워로  향했다. 미라이 타워는 에펠탑과 닮았다. 일본의 최초 전파탑이라고 한다. 모든 철골을 손으로 들어 올려 만들고, 기초 토굴 작업도 모두 곡괭이와 삽으로 진행이 되어서 “핸드 메이드 타워”라고 한단다. 별 걸 다 자랑하는구나 싶다가도 타워 주변에 꾸며놓은 식당가와 조명 장치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오는 관광객들을 보면, 의미 있는 수작업이었구나 싶다. 야간이지만 조명이 풍부해서 타워를 배경으로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온다.

미라이 타워 주변 상가. 식당도 있고 미들급 명품샵도 있다.
미라이 타워 조명은 수시로 바뀐다. 계절과 이벤트에 맞춰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사카에 Sakae 거리

 미라이 타워에서 살짝 아래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뜬금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대관람차가 보인다. 주변 빌딩보다도 낮은 애매한 최고 높이에 의아해하다 보면 각종 백화점이 양쪽에 위치한 나고야시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를 만난다. 사카에 거리다. 밤이 늦으면 환락가로 변하는 이곳은 낮에는 쇼핑을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찾아오는 손님의 유형에 따라 돌변하는 사카에 거리는 나고야를 여행한다면 결국에는 와야 하는 길이다. 공간감을 일찍 익히는 게 좋다. 큰 대로 양쪽에 각종 백화점이 있고, 백화점마다 입점해 있는 브랜드가 다르다. 나고야의 명물 미소 카츠로 유명한 야바톤의 본점도 사카에 거리에 위치해 있다. 미리 알면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 거리다.

사카에 거리
대관람차를 탈 수 있는 Sunshine Sakae 빌딩. 맞은 편에는 돈키호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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