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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리 May 21. 2024

[여행기] 나고야에 가야 하는 이유 3

이누야마犬山성이지만 애완동물은 출입 금지

 3박 4일 나고야 여행주요 일정은 야마우미 온센과 이누야마 성이었다. 그리고 엄밀히는 두 곳 모두 나고야시에 있지 않다. 나고야시를 중심으로 각각 아래로는 미나미치타조, 위로는 이누야마시까지 이동해야 갈 수 있는 아이치현의 관광지이다. 통 나고야의 관광지로 묶이는 곳은 근처에 있는 레고랜드와 지브리 파크다(지브리파크도 나가쿠테시에 있다). 정이 허락된다면 두 곳 모두 환영받는 여행지라고 하니 방문해 보자. 일정이 더 많이 허락된다면 기후현으로 넘어가는 시라카와고 투어도 가능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옛 마을에 가볼 수 있다. 이누야마는 시라카와고 투어를 대신하여 선택한 여행지다. 투어 없이 혼자서 갈 수 있는 거리이고, 그만큼의 타협 가능한 경치였다.


 무엇보다 여유로워 보였다. 낮은 산 위에 멀뚱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이누야마성 천수각이 배경인 '인디고 이누야마 우라쿠엔 가든 호텔'이 결정적이었다. 반드시 이곳에 가서 여유로워지겠다고 다짐했고, 저 멀리 남쪽에서 아이치현 북쪽까지 이동하는 동선을 계획했다. 야마우미 온센에서 나고야역까지는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갔고, 타고 온 메이테츠 특급행  열차로 이누야마역까지 달렸다. 사실 이누야마 우라쿠엔 가든 호텔까지는 이누야마 역이 아니라 이누야마유엔 역이 더 가깝다. 이누야마 역에서 내린 이유는 지도를 잘못 봐서다.


 이누야마로 출발하기 전에 욱 충실하게 료칸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에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전날 밤 9시에 잠들어서 가능한 텐션이었는데, 모기도 한몫했다. 아, 야마우미 온센의 최대 리스크는 모기다. 목재 건물에 하루종일 물이 고여 있어서 날이 더워지면 모기들의 천국이겠다는 생각이 단번에 든다. 래서 이 온천 방문의 최적기는 봄과 가을이다. 여름은 피하자. 아무튼, 8층 노천탕은 정말 대단했다. 지나가는 배와 들어오는 비행기를 보면서 몸을 덥힐 수 있다. 항구와 공항이 모두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야마우미 온센은 나고야 츄부 국제공항에서 곧바로 오면 금방이다.

야마우미 온센은 나고야 공항과 가깝다. 나고야 공항 바로 옆에는 항구도 있다.

 야마우미 온센에서는 조식을 먹기 전에 객실에서 식당으로 내려오는 손님들에게 식전 장어구이(?)를 대접한다. 게딱지를 넣고 끓인 미소 된장국과 매실 장아찌도 함께 나온다. 식욕을 돋우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막상 먹게 되는 조식 메뉴는 다른 료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나 조식당 테이블에서도 지난밤 저녁을 함께 먹었던 한국인들이 앉아있었다. 그중 일박을 더 한 가족 손님들을 제외하고는 퇴실 후 우쓰미 역까지, 그리고 나고야역까지 동선을 공유했다. 우리는 한 번도 서로를 쳐다보지 않았다. 왜 내가 이 여행지의 유일한 한국인이 아닌지를 두고 마음으로 서로를 탓해서겠지. 전철에서 메이테츠선으로 갈아타는 플랫폼을 잘못 알아서 우왕좌왕하는 것도 똑같았던 건 좀 귀여웠다.

조식 전 장어구이와 미소 된장국을 준비하는 코너다.
아침 식욕을 돋운다.
조식은 평범하다.
후키역으로 향하는 경전철은 우쓰미역이 종점이다.
이누야마 성하 마을 (犬山城下町 昭和横丁)
일본 〒484-0085 Aichi, Inuyama, Nishikoken−60

 이누야마역은 이누야마 성, 성하 마을 모두와 멀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이누야마역에서 내려서 캐리어를 끌고 다닌 건 순전히 내 잘못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나고야역 메이테츠 백화점에 있는 야바톤에서 먹지 못한 미소카츠를 파는 식당에 들를 수 있었다. 캐리어와 함께 먼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밥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글 지도에서 찾은 카도야(Kadoya 角屋)는 나고야메시를 판다. 핫초 미소를 베이스로 한 소스에 양배추를 듬뿍 얹어서 함께 먹는 돈까스가 미소카츠인데, 아주 익숙하게 맛있다. 야바톤을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역 하나를 잘못 내려서 얻은 행운이었다. 어쨌거나 캐리어를 끌고 한참을 걸어야 하는 건 변함없었다.

이누야마시 시내
미소카츠는 핫초 미소 소스를 잔뜩 뿌린 돈카츠와 양배추를 함께 먹는 나고야 메시다.
이누야마 성하 마을이다. 말 그대로 성 밑에 있는 마을인데, 여러가지 먹을 거리를 판다.
Hotel Indigo Inuyama Urakuen Garden, an IHG Hotel ホテルインディゴ犬山有楽苑
Kitakoken-103-1 Inuyama, Aichi 484-0082 일본

 호텔에 짐을 두고 구경 나오려던 성하 마을과 이누야마성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와 겨우 도착한 인디고 이누야마 호텔은 사진으로 본 그대로였다.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호텔 정원 너머로 산 꼭대기에 있는 이누야마성 천수각이 보인다. 호텔 1층 높이만큼 커다란 통창으로 가득 담기는 이누야마성이 절경이다. 인디고 이누야마는 이 경치 하나만으로도 갈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은 경치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이누야마성 뷰 룸"은 일반 객실에 비해 10,000엔 비싸다. 나는 그 십만 원 돈을 다른 곳에 쓰기로 했다. 건너편 뷰가 보이는 일반 객실도 컨디션이 훌륭했고, 서둘러 짐을 두고 밖으로 나섰다. 여행 중 점점 개던 날씨가 최고로 좋아져서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기 때문이다. 아까 지나온 이누야마성으로 향했다. 근처에는 비행장이 있어서 자위대 공군기가 이누야마성을 배경으로 착륙하기 위해 자주 낮게 날았다.

인디고 이누야마를 가게 만든 이유다.
이누야마 성 犬山城
Kitakoken-65-2 Inuyama, Aichi 484-0082 일본
이누야마 성 천수각에 올라가기 위해선 산을 하나 올라야 한다. 많이 높지는 않다.
이누야마가 강아지 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연원은 분분하다. 어쨌든 이누야마성에는 강아지를 데려올 수 없다.

  원래는 개인의 소유였던 이누야마성은 전세에 따라 성주가 지속적으로 바뀌면서 결국은 현의 소유물로 넘어갔고,  지진으로 반파된 천수각을 보수하기 위해 기존에 성을 관리하던 가문이 부담하여 다시 소유권이 개인의 재단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50엔이다. 각도가 매우 높은 사다리를 타고 천수각의 꼭대기에 도착하면 망루 기능을 했던 옛날처럼 밖으로 나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이누야마성 천수각
천수각에서 인디고 호텔이 보인다.
초등학생들의 하교길
성하 거리에는 길거리 음식으로 히다규 초밥을 판매한다.
그릇도 과자다. 먹을 수 있다. 히다규 초밥은 간장 소스의 간이 강하다.
양말 판매점이 있어서 들어가봤다. 기본적으로 한 켤례당 2,000엔부터 시작한다.
Minato 湊
일본 〒484-0059 Aichi, Inuyama, Kamisakacho, 5 Chome−54

 성하마을에서 걸어서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스시집을 찾아갔다. 점심 장사를 마치고 충분한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이 식당은 오후 5시 30분부터 저녁장사를 시작한다.


놀랍게도 한국어 메뉴판과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있다! 일본 스시집의 복잡한 메뉴에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 스시 세트와 사시미, 히다규 타다끼와 삼치구이를 시켰다. 맛은 훌륭하다. 어울리는 사케를 추천받으면 메뉴에 맞게 맥주잔보다 살짝 작은 유리잔에 한 잔 가득 담아준다.


 돌아가는 길에는 택시를 탔다. 이누야마 성 뷰가 가능한 호텔방을 포기하고 얻은 저녁식사와 편안한 귀갓길이었다.

미나토에는 한국어 메뉴판이 있다. 이 메뉴판으로 주문하면 알아듣는 친절한 한국어 능력자 직원도 있다.
사시미를 시키면 고래 고기도 나온다.
히다규 타다끼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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