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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Jun 22. 2022

글로벌 투자 자금은
금융위기를 기다리는 걸까?

이 글은 약세장의 끝에서 뒤늦게 떠는 호들갑일 수 있다.

나 또한 진심으로 그러길 바란다.


단순히 주식 때문이 아니라,

이 글이 호들갑이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이어 오늘도 주식시장이, 특히 한국 주식시장이 유독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원인은 밑에서 자세히 기술하기로 하고, 현상은 단순하다. 주식을 살 사람은 없고 팔고 싶은 사람만 있으니 가격이 쭉쭉 내려가서 올라오질 못하는 것이다.


물론 주식 거래라는 것이 사는 사람이 있으면, 파는 사람이 있으므로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가격을 움직일 능력이 있는 주체들이 팔고만 싶어한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주식의 가격은 장기적으로는 실적과 경제 상황에 따라가지만, 거래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상하 변동이 자유로운 경매 시스템에 가깝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더라도 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은 얼마든지 높게 치솟을 수 있지만, 더 낮은 가격에도 살려는 사람이 없다면 가격은 얼마든지 낮게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가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꺼이 현재 가격에 매수를 하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모두들 알다시피 국내에서 주식을 거래하는 주체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개인과 기관, 그리고 외국계 자금이 바로 그것이다. (외국인이라고만 하면 너무 하나의 단일한 사람 같이 느껴져서 일단 이 글에서는 외국계 자금이라고 하겠다.)


과거 주식시장 정리 글을 통해 몇번 설명을 했듯이 주식의 가격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아주 강한 응집력으로 가격을 올려가며 매수를 하거나, 가격을 내려가며 매도를 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기관이나 외국계 자금은 단일 주체가 아주 큰 자금을 운용하므로 쉽게 이런 행위를 할 수 있지만, 개인은 개별 주체들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작으므로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행위를 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상황이란 뭔가 특별한 호재나 악재가 등장하여 물리적으로는 흩어져 있는 개인들이 심리적으로는 똘똘 뭉쳐 다 같이, 같은 마음으로 움직이는 경우를 말한다. 개인들이 열광적으로 사기 시작하면 기관이나 외국계 자금이 크게 매도를 해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바로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1월까지 발생한 현상이 그러했다.


반대로 개인들이 뭉치지 못한다면, 외국계 자금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매도를 할 때 누군가 받아주지 못한다면 가격은 쉽게 내려갈 수 있다.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을 하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한 6월 초부터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외국계 자금은 선물은 찔끔찔끔 매수 또는 매도를 하고 있지만, 현물 주식은 그저 매도로만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받아줄 기관 자금이 없다보니 주식 시장이 외국계 자금의 뜻대로 쉽게 급락을 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기관 투자자들을 마치 개인투자자들과 동떨어진 제3의 존재처럼 생각을 하지만, 사실 기관 투자자 자금의 상당 부분은 개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기관 투자자 자금중 증권사가 자체 자금으로 거래하는 프롭 트레이딩 정도만 개인들의 자금 흐름과 상관없이 거래를 할 뿐, 펀드/보험사/연기금 등은 모두 결국 개인으로부터 돈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안좋다보니 주식 중심의 펀드에는 개인 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매수할 여력이 없고, 혹시나 여력이 있어도 손실이 예상되어 쉽사리 매수를 하지 못한다. 연기금이나 보험 등 채권과 주식을 같이 거래하는 주체들은 지금 채권 시장에서도 박살이 나고 있는 상황이므로 주식을 매수할 여력이 없다.


결국 기관 자금 중 증권사 프롭 트레이딩 자금만이 일부 저점 매수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외국인 매도 규모보다 작고, 증권사 프롭 트레이딩 특성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장기적 운용을 하지 않으므로 이들이 매수했던 것을 며칠만에 다시 매도를 하면 주가는 다시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6월 8일부터 지금까지 금융투자(증권사) 자금은 코스피 현물 주식을 대략 2조원 규모로 매수한 것에 비해, 외국계 자금은 5조원 규모로 매도를 했다. 오늘만 하더라도 금융투자가 받아냈던 현물 주식을 오전에 같이 매도를 하자 외국계 자금의 매도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아주 큰 주가 하락을 만들어냈다. (아마 금융투자 자금은 전일 미국 증시가 상승 마감했으므로 시장이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매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개인도, 기관도 매수를 할 여력이 없다. 그렇다면 외국계 자금이 원하는대로 시장은 흘러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완성되었다.






물론 오늘 밤 있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파월 의장의 의회 청문회로 인해 위험회피 심리가 발동되어 외국계 자금이나 기관 투자자 자금이나 매도만 하고, 매수를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거시적/장기적으로 보면 분위기가 많이 쎄한 느낌이 든다.


외국계 자금은 6월 들어서만 현물 주식을 무려 5조원이나 매도를 했다. 2022년 들어서는 18조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그들은 2020년에는 24조원어치의 주식 매도를, 2021년에는 25조원어치의 주식을 매도 했다. 3년 정도의 시간 동안 70조원 가까운 규모의 주식을 계속해서 팔고 있는 것이다.


일단 네이버 증권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05년 이후 코로나 이전까지 외국인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코스피 현물 주식을 매도했던 때는 딱 1번 있었다. 바로 2007년부터 시작되어 2009년 3월에 끝난 금융위기가 바로 그때였다.



지난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외국계 자금의 코스피 순매매 규모는 다음과 같다.


연도(앞자리20 생략) / 순매수 규모(조원)


05 / -3

06 / -11

07 / -27

08 / -35


09 / +30

10 / +21


11 / -8

12 / +16

13 / +3

14 / +4

15 / -4


16 / +10

17 / +6

18 / -5

19 / +0.8


20 / -24

21 / -25

22 / -18


표본이 매우 한정적이므로 이를 가지고 섣불리 일반화하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매수한 시기와 매도한 시기가 너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통해 보면 외국계 자금은 크게 두가지 경우에만 한국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 세계 경제가 호경기로 갈 가능성이 있을 때  


2. 금융위기 등 커다란 위기가 구조적으로 해결이 되었을 때  


그렇다면 결국 위에 두가지 중 하나라도 발생하지 않는다면, 외국계 자금의 극적인 방향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먼저 세계 경제가 호경기로 바뀔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미지수이다. 중국에서는 경제가 바닥을 찍고 반등을 하는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미국의 경기침체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침체는 그 실체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흘러나온 재고 수준이나 미국 소매 판매점들의 이야기로 비춰볼 땐 컴퓨터와 스마트폰, 전자제품 구매가 극적으로 감소하면서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아직 경제지표에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각종 부품사에 부품 공급을 당분간 중단하도록 조치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반도체/전자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나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실업률이 높지 않으므로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1) 본래 실업률은 후행적이다. 문제가 터지고 한참 뒤 실업률이 상승하고, 문제가 해결된지 한참 후에 실업률이 하락한다.


(2) 연준 의장이나 미국 정부 고위직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상 현재 상황이 좋다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좋지 않다고 실토를 하는 순간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들의 잘못이 드러나 정치적 입장이 곤란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과거 경기침체 국면은 보통 과도한 공급 과잉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의 침체는 공급 과잉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반도체만 하더라도 과점화 되어있기 때문에 공급량 조절이 수월하다. 이는 기업들이 생존 경쟁, 치킨게임을 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융위기가 오고 사람들이 움츠러들면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외국계 자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는 그래도 중국에서 시작된 경기침체가 곧 해결이 되고, 세계 경제가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외국계 자금은 코스피 현물 주식을 9조원 규모로 꽤 크게 매수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인플레이션 위기와 2월 발생한 전쟁 이후 그들의 견해는 크게 바뀐 것으로 보인다. 그때부터 외국계 자금의 코스피 현물 주식 매도 규모는 20조원 수준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매수했던 것을 급히 그대로 토해낸 것이다.


지난 1월부터 현재 6월 사이에 현실 세계는 크게 바뀐 것이 없어 보이지만, 금융 시장은 거의 천지 개벽 수준의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에 유지되던 시스템과 믿음이 모두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1)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정책 등으로 전 세계적인 생산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졌다. 과거에는 세계화가 인플레이션을 낮춰주는 효자 노릇을 했지만, 이제는 미국 정부가 앞장서서 세계화를 해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의 농산물 공급도 그렇지만,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정책도 중동 외교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에너지 대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 대만 전쟁까지 떠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2) 그래도 과거에는 이렇게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연준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크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경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연준과 정부가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1980년대 이후 그동안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연준과 미국 정부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폴 볼커 연준의장이 1980년대 기준 금리를 엄청나게 높여놓고 인플레이션을 죽인 덕분에, 그 이후 연준의장이 된 앨런 그린스펀은 경제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금리를 낮추는 제스쳐를 하기 쉬웠고, 그때마다 세계 경제는 안심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그 이후 연준의장이 된 벤 버냉키는 이미 금리가 낮아질대로 낮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억지로 돈을 주입하는 방법(양적완화)으로 경제를 살려볼려고 애를 썼다. 그나마 그 당시에는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제스쳐를 취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문제는 벤 버냉키 이후 연준의장이 된 제롬 파월 의장이다. 그는 이미 전임 연준의장이 대책없이 유동성을 뿌려놓은 상황에서 연준의장이 되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았는데, 여기에 2020년 부터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마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처지가 된 것이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대응은 어디까지나 연준의 몫이라고 책임을 떠넘겼으므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 밖에 없다. 경제가 좋던 나쁘던 일단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때려잡아야 되는 것이다.




결국 연준의 태도가 바뀌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해결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럼 인플레이션은 언제 해결이 될까? 일단 개인적으로 인플레이션 해결의 실마리이자 시작점은 석유나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에너지 가격은 실제 공급과 수요 못지 않게 사람들의 기대와 정치적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에너지 가격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대대적인 에너지 정책 및 외교 정책 전환(셰일 오일 개발 권장 및 중동 동맹 강화)이 필요하지만, 며칠 전 골 때리게도 바이든 대통령이 국방물자법까지 동원하여 지원하겠다고 하는 산업은 미국 원유 산업이 아닌 태양광 산업이었다. 또한, 중동 동맹들에게 원유 증산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사우디 실권자인 빈살만 왕세자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지만, 사우디까지 간다고 해놓구선 지지자들의 비판을 우려해서인지 빈살만 왕세자와는 단 둘이 만나지는 않겠다고 선을 긋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유 업계에 세금을 더 때린다고 이들이 더 많은 시설을 짓고, 더 많은 시추를 하겠는가? 이들이 높은 세금에도 불구하고 시추를 안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생각이란 말인가?


여기에 인플레이션 국면을 맞이하여 집 주인들은 집값을 더 높이고 있고,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 개별 주체들은 자신들이 경제 위기를 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들의 행동은 결국 위기를 만들게 된다. 이는 도로에서 의도적으로 정체 현상을 만들려고 하는 운전자는 없지만, 몇몇 운전자들의 이기심이나 돌발 행동이 정체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유가, 집값, 임금 등 하방 경직성이 강한 인플레이션 유발 요소들이 현재 분위기 상으로는 극적인 위기로 크게 흔들리지 않고선느 잡힐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인지 물가 연동국채(TIPS)를 가지고 거래를 하는 픽싱 트레이더들은 9월까지도 인플레이션율이 약 9%에 달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가에 관해서는 어찌보면 연준보다도 더 민감하고 예리한 이들이 인플레이션이 가을까지 안잡힐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들의 예상대로 인플레이션이 가을까지 안잡히면 금융시장은 어떻게 될까?






인플레이션이 잡혀야 미국의 긴축 사이클의 끝이 보이고, 미국의 긴축 사이클의 끝이 예상이 되어야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이러다가 진짜 미국 기준금리가 폴볼커 시절처럼 20%까지 올라야 되는 것 아닌가? 라는 두려움이 시장을 덮고 있다.


연준은 2021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2023년에나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기준 금리를 올해 내로 3%로 만들지, 4%로 만들지 타령을 하고 있다. 당연히 2022년 말에는 어떤 이야기를 할 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시장이 불안한 것이다.


물론 기준금리가 20%까지 올라갈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그 전에 미국 정부 또는 금융 시장이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곳곳에서 신용 위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단 신용에 가장 취약한 금융 시장이었던 암호화폐 시장이 표면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거래소와 후한 보상을 미끼로 돈을 끌어모았던 스테이블 코인들이 속속 거래 중단(사실상의 부도)을 선언하고 있다. 루나/테라 코인 사태를 시작으로, 셀시우스 네트워크라는 암호화폐 기반 금융회사가 거래중단을 선언했고, 지난 20일에도 홍콩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세 곳이 인출 중단을 선언했다. 이들이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이유가 진짜 사기를 칠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만약 이들이 보유한 채권, 어음 등에 문제가 생긴 탓이라면 어떻게 될까?


국내 채권 시장에서도 지난 카드 대란 사태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시장 붕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채권 가격이 폭락하다보니 거래 자체가 잘 되지 않고, 발행도 안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이 아닌 기업 어음(CP)에 의존하고 있고, 채권 거래에서도 비정상적인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상적인 호가와 벗어나서 가격을 너무 높게 체결하거나 너무 낮게 체결되는 거래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보통 채권 거래를 하는 보험사나 금융회사들이 뭔가를 감추기 위해 자전 거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금 이탈이 계속되며 환율이 1달러당 1290원을 다시 돌파했다. 1290원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가 한국 정부에서 설정한 사실상의 구두개입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직접 환시장에 개입한다면 당연히 달러는 1290원을 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90원을 돌파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 이탈 압박이 강하다는 뜻일 수 있다. 아직 1300원은 넘지 않았지만, 1290원을 이탈한 것으로 보아서는 1300원 돌파는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1200원이나 1300원 처럼 큰 숫자가 바뀔 때는 원래 소화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중국과 홍콩에서도 계속해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 달러는 홍콩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페그 상한선인 7.85달러에 머물러 있다. 홍콩 정부가 우리나라 돈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달러를 매도하고, 홍콩 달러를 매수하고 있지만 홍콩 달러가 내려갈 기미가 안보인다. 이는 쉽게 말해 홍콩에서 유출되는 자금 규모가 수조원 규모 이상일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 채권 시장에서는 넉달간 80조원의 자금이 유출되었다고 한다. 이를 의식한 중국 정부가 외국 자금 유치를 위해 올해들어 채권 시장을 더 화끈하게 개방하고 있음에도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의 대출 기준 금리인 LPR 금리를 동결한 것도 자금 유출을 의식했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 증시나 일본 증시는 왜 한국 증시보다 강할까?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몇가지 추측을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한국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위주 국가이기 때문에 현재처럼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비슷한 대만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증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 일본이나 중국은 정부 차원의 주식시장 개입이 아주 노골적이며 강하다.


특히 일본은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직접 주식 ETF를 매입하므로써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여기에 원래 같았으면 3월 결산 이후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 미국채 등을 매수했어야 되는 자금들이 지나친 엔저로 인해 빠져나가지 않고 일본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미국 국채 시장에서도 왜 일본 자금이 미국채권을 매수하지 않는지에 대해 어리둥절해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채 금리가 더 강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에 머무는 자금 중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수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주식을 사주는데 걱정할게 뭐가 있겠는가? 또한 필요 이상으로 급격한 엔저로 인해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상향되고 있다.


중국도 정부가 나서서 펀드 매니저들에게 매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을 하는 등의 주가 관리를 하고 있고, 중국은 실제로 경제가 회복되는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또한, 중국 채권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 중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향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 중앙은행의 시대를 역행한 행동은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자라나고 있다. 현재처럼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에서 일본 중앙은행이 지금처럼 양적완화를 지속할 경우 지나친 엔저 현상과 뒤늦게 폭발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중앙은행은 결국 양적완화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일본 금리는 더 빠른 속도로 튀어 올라갈 수 있다. 일본 국민들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을 동시에 시달리게 생긴 것이다. 경제가 좋아져서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므로 일본인들의 소비는 더 급격히 쪼그라들 수 있다.


지금이야 일본 주식시장이 좋아보이지만, 일본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포기하는 순간 발생할 후폭풍은 어찌될지 모른다. 일단 수급 주체상으로 대형 매수 주체가 사라지면서 금리까지 상승을 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은 한동안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 정부까지도 전쟁이 끝나길 바라고 있겠지만, 우크라이나가 지금처럼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어서는 휴전은 물론이고 미국이나 유럽 정부들의 제재 완화가 이뤄질 수 없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지금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 동맹국인 사우디 왕세자와의 만남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다독거려서 전쟁이 끝나게 만들 능력이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의 바이든 정부의 정치력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또한, 원숭이두창이라는 돌발 변수도 예상보다 널리 확산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와 같은 확산 속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3천명 가량이 감염된 상황이라고 하는데, 제2의 코로나까지는 안되더라도 제2의 에이즈 정도는 될 수도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가 지배를 하고 있다.


현재의 긴축 공포가 금융위기까지 이어질 경우, 아직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충분히 싸다고 볼 수는 없다. 금융위기까지 발생할 경우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은 고점 대비 -40~50%까지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코스피는 2000선까지, S&P 500은 2800선까지 생각을 하고 있어야 된다. 그렇다보니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어느 누구도 선뜻 저가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보통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시장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것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긴급 조치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정부와 중앙은행의 긴급 조치를 기대 할 수가 없다.


어쩌면 결국 3월 중순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중국 코로나19 방역 혼란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꺾이고, 5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다시 이전 3월 고점을 넘는 순간, 금융 시장은 거대한 위기의 수렁으로 가는 마차에 올라탄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러다가 당장 6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극적으로 낮게 나오면서, 시장이 극적으로 대 반등할 수도 있다. 사실 이 글이 우스워지더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실은 나도 이 글의 반대대로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액땜 차원에서 쓰는 글이다...)






그래서 지금 손해보고 있는 주식을 팔아야 되느냐? 아니면 계속 버텨야 되느냐? 그것은 투자자의 철학에 달린 문제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식을 팔지 않아도(그 돈이 없어도) 위기 상황을 견뎌낼 수 있고, 해당 기업이 경제가 회복 조짐이 보이는 순간 튀어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이라면 버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내가 그런 기업을 산게 맞는지, 그 돈이 없어도 되는지 등은 각자가 고민을 해봐야 될 문제이다. 매도를 하더라도 저점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일부는 매도를 하고, 좀 더 확실해보이는 기업들만 남겨두려고 정리를 하고 있다. 진작 했어야 되는 행동인데 나 또한 손실을 확정짓고 싶지 않아서 현실을 애써 부정하다가, "에이 이정도쯤 되면 반등하겠지" 싶어서 미적거리다가 많이 늦었다.


그래도 일단 살아남는게 중요하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주식시장에서 잘 살아남으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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