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한번 폭락하고 나면 블로그/브런치에 올려둔 과거 글 중 폭락 이유를 설명한 글의 조회수가 폭발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미스터리만큼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어서 글을 길게 쓰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궁금할 사람들이 많을 테니 대충이라도 빠르게 적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일 하락은 한국 증시를 상승으로 이끌던 호재성 재료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1. 관세 협상이 끝나면서 타결 기대감이 끝이 났고, 이제는 한동안 관세로 인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될 차례가 되었다.
2. 삼성전자 이벤트가 끝이 났다. 어닝 쇼크를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테슬라 파운드리 유치 및 일런 머스크와의 전화 이벤트 빨(?)로 해결을 했지만, 사실 파운드리 이익은 2027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이 엔비디아까지 쫓아간 것으로 알려져서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 엔비디아 관련 소식이 뜰까 했으나 그런 뉴스가 없었다.
3. 미국 AI Capex 확대 기대감 소멸. 지난주였던가? 구글이 인프라 Capex 확대를 선언하면서 이번 주에 있을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도 유사한 뉴스를 띄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실적 발표가 끝나면서 재료가 소멸되었다.
4. 실적 이벤트 종료. 미국 증시에서 호실적 이벤트가 끝나가고 있다. 그리고 호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기업들이 더 많은 느낌이다. 이는 이미 큰손들의 주식 정리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5. 세제 개편 이벤트 소멸.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 다시 높아진 것이나 세제 개편 내용이 실망스러운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세제 개편 방향성은 몇 주 전부터 예고가 되었던 것이고, 이미 그때부터 금융주들은 이벤트 종료를 예상하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금융주들의 실적 발표와 주주환원 계획 발표 이벤트도 끝이 났다.
6. 9월 금리 인하 가능성 약화 + 강달러 발생 가능성 부각. 지금까지 시장은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와 약한 달러를 예상해 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경제가 나빠지지 않고 있다 + 관세 협상 시에 트럼프 정부가 삥 뜯은 자금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게 생겼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의 채권 발행 전략과 일본의 재정 적자 확대 우려가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의 하반기 투자 계획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다음 FOMC로 넘어갈 것이다.
7. 중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가 장 초반 흔들리더라도 중국 증시가 상승 개장하면 다시 반등을 하곤 했는데, 중국계 자금이 상해 증시와 같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8. 트럼프의 의약품 가격 협박으로 인해 미국 제약주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9.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 약화. 7월 중순까지 맹렬한 매수세를 보이던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코스피가 3200선에 도달하면서 점차 약해지고 있었다. 개인투자자들이 매도를 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사주는 장세가 이미 몇 주 되었는데 그게 지금 문제가 되나?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개인들이 현물을 많이 파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은 최근까지도 많이 사들이고 있었고 이제는 그 힘이 거의 다 소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는 투자자 매매동향을 그대로 믿어선 안된다.
이상 다음과 같은 이벤트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을 한 결과 시장이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장이 급락했다기보다는 하나의 Phase가 끝났다고 봐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