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in from Tiger Room Nov 05. 2018

Jeremih&Ty Dolla $ign - MIH-TY

 애노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음반 리뷰 01

본 작은 싱어 Jeremih(제레미), Ty Dolla $ign(타이달 라싸인)의 프로젝트성 듀오 이름인 MihTy와 동명의 앨범으로, 총 11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인 프로듀서 Hitmaka(힛 메이커)는, 2017년 12월에 이미 Ty와 Jeremih 가 작업을 끝냈으며 21곡이 수록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모종의 이유로 트랙 수를 줄이고, 최종 단계에서 8월 24일에 발매하고자 하였으나 다시금 10월 26일로 연기되었다. 곡이 발매되고 나서 나는 이제 제레미와 타이 달라 싸인에게는 힛 메이커의 프로덕션을 통해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경력이 생겼다...라고 생각했다.




Jeremih(제레미)는 내년 2월이면 데뷔 10주년이 되는 잔뼈 굵은 알앤비 가수이다. 그의 데뷔 싱글인 [birthday sex]는 빌보드 차트 3x 플래티넘 히트를 기록했다.  2015년 프로듀서  London on da Track(런던 온 더 트랙)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Late Nights: The Album은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도합 1억 65백만 건의 스트리밍 기록을 세웠다.


Ty Dolla $ign(타이달 라싸인, 이하 Ty)은 2010년 YG의 Toot It and Boot It이라는 싱글에 곡에 훅을 맡음으로써 중독적인 훅 메이킹 실력을 보였다. 래칫에 최적화된 음색의 목소리로 발매하는 앨범마다 주목을 받았고 정규 앨범 [beach house 3] 까지 성공하고 수많은 후배 아티스트에게 지속적인 피처링 러브콜을 받는 가수이다.


실로 개성이 확실한 두 아티스트는 빌보드 알앤비 차트에서 항상 보이는 걸출한 이름들이라고 할 수 있고, 둘은 음악적으로 어느 정도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각자의 음색이 특이한 편이고, 둘 다 주로 트랩과 래칫 곡(특히 Ty는 더더욱)에 노래를 많이 해왔다. 그렇기에 이 둘의 콜라보 소식이 크게 예상 불가능하거나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다.


[MIH-TY] 트랙리스트


01. The Light

02. Goin Thru Some Thangz

03. FYT (feat. French Montana)

04. Perfect Timing

05. New Level

06. Take Your Time

07. These Days

08. Surrounded (feat. Chris Brown & Wiz Khalifa)

09. Lie 2 Me

10. Ride It

11. Imitate




전체적으로는 청량한 프로듀싱과 쭉쭉 뻗는 시원한 보컬의 향연이었다. 내러티브야 어차피 전형적인 사랑과 섹스에 관한 곡이다 보니 사운드에 좀 더 집중하게 되는데, 대개가 트랩 혹은 붐뱁 비트를 기반으로 한 괜찮은 알앤비 곡들이다. 둘의 앨범 내 비중도 균일하며, 트랙마다의 역할도 분명하다. 그러나 초반부를 들을 때쯤, 이 곡들의 사운드가 가진 콘셉트를 보아 당초 계획대로 7~8월에 나왔어야 할 곡들이 애석하게 10월 말에 나왔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 MihTy의 곡들의 프로듀싱이 달러 싸인의 beach house 3의 영향을 당연히 어느 정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앨범 발매 날짜의 연기 또한 아마 beach house 3의 디럭스 버전이 퍼블리싱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헌데 중후반부를 들을 때쯤,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이 앨범을 8월에 냈어도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프로덕션이 너무 정석적이랄까, 평이하달까. 둘의 포지션을 보면 분명 특별한 래퍼를 섭외하는 등의 조합을 아주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고, 여름을 강타할 제대로 된 뱅어 트랙도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Chris Brown 피처링 곡이 뱅어 트랙이지만 꽤 올드하고 전형적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세 번째 곡 "FYT"에서의 프렌치 몬타나의 랩은 솔직히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피처링이라면서 인트로에 단어 몇 개로 여덟 마디만 적당히 채우고 도망가버린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랩 피처링도 거의 없이, 두 싱어가 균일한 비중으로 싱잉만으로 채운 앨범인데! 후반 트랙의 위즈 칼리파의 피처링 랩이야 평소의 그처럼 자연스럽게, 소위 '위즈'가 '위즈'한 느낌이었지만, 프렌치 몬타나 때문에 상대적으로 훨씬 부각된다.


그나마 선공개되어 기대감을 안겨준 "The Light", 좋은 퀄리티의 슬로 잼을 보여준 "Perfect Timing"이 들을 만하다. 또한 "New Level", "These Days"의 두 곡은 흐름 자체는 비록 평이했으나 소울 풀한 샘플을 깔끔하게 현대적으로 풀어내어 편히 감상할만하다. 그러나 그 외의 곡들은 실험적 내지는 새로운 모습, 혹은 트렌디한 모습, 자주 들을 만한 강렬하거나 중독성 있는 모습 그 어느 것도 진하게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곡의 유기적인 흐름, 그 자연스러움을 논하기에조차 임팩트 있는 순간들이 그리 많지 않고 평이하다.


 본 작에서는 Jeremih가 싱잉 랩을 많이 보여줬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Ty가 상대적으로 Jeremih보다 훨씬 좋은 랩을, 내지는 싱잉이 없는 진짜 랩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아주 차별화된 음반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둘 중 래퍼 포지션에 더 가까운 Ty가 랩에 조예가 없지 않은데도 그 정도 트위스트가 없다는 것은 심히 아쉬운 지점이다. 게다가 그 '타달싸’가 참여한 곡 중에 기억에 남는 훅이 없음은 매우 아쉽다. 이 앨범은 둘의 발군의 재능을 지금보다는 훨씬 잘 보여줬어야 했다. 그래서 반 정도 가까이 깎여 나간 힛메커의 나머지 곡들이 더욱 안타깝다. 비록 이번 앨범은 평작이지만, 이벤트성으로 결성한 듀오라고 치부하기에는 둘의 케미가 정말 조화롭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더 기억에 남을만한 앨범이 나오리라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