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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in from Tiger Room Dec 12. 2018

Anderson .Paak - Oxnard 리뷰

<애노인의 레이트 어답터 리뷰 01>

프롤로그


1.  앤더슨 팩 소개


앤더슨 팩. 본명 Brandon Paak Anderson 1986년 2월 8일, 캘리포니아 옥스나드 태생이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그는 한국전쟁고아로 미국에 입양되어 컴튼(Compton)에서 자란 농부였던 한국인 어머니, 공군 출신인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앤더슨이 일곱 살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심하게 때리고 경찰에게 잡혀간 뒤로는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십 대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으며, 교회에서 드러머로 생활할 때 첫 번째 아내를 만났으나 얼마 못 가 이혼했습니다. 이후 음악 학원에서 음악을 가르치면서 한국인 학생이었던 두 번째 아내를 만났지만, 생활고로 인해 산타바바라의 마리화나 농장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음악활동을 놓지 않으며 2011년부터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활동명은 브리지 러브조이(Breezy Lovejoy)였습니다. 2012년 Sa-Ra의 멤버 샤 피그 후세인(Shafiq Husayn)의 도움으로 첫 음반 2012O.B.E. Vol.1를 완성했고 이후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할리 라인하르트(Haley Reinhart)의 무대에서 드러머로 출연하기도 하며 리듬 감각을 키워왔습니다.


이후 앤더슨 팩으로 이름을 바꾸고 2014년 Venice를 발매했고, 이 앨범을 통해 그의 이름이 수면 위로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독특한 음색의 보컬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랩과 경계를 허무는 시도와 알앤비, 펑크(Funk), 힙합, 트랩, 일렉트로닉 등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도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운드의 프로덕션을 만들었고, 동시에 적당히 허스키한 보이스로 랩과 보컬의 경계를 허무는 그만의 색깔이 확연히 드러나게 되었고요.


스톤 스로우(Stones Throw) 소속의 프로듀서 놀리지(Knxwledge)와 노워리즈(NxWorries)라는 이름의 팀을 결성해 작년 말에 발표한 [Link Up & Suede EP] 역시 [Venice]의 기조를 이어가는 결과물이었으며 나름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후 닥터 드레의 눈에 들어온 앤더슨은 2015년 닥터 드레의 3집 앨범 Compton에서 16곡 중 무려 6곡이나 피처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즉흥 미가 돋보이는 퍼포먼스로 앨범에 소울 풀한 기운을 가득 불어넣으며 수많은 참여 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었다는 편가를 받았습니다.


2016년 1월 15일, 마리화나 농장에서 근근이 살아가야 했던 일들을 토대로 자전적인 정규 앨범 2집 Malibu를 발매했는데, 이 앨범은 각종 매체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으며, 메타크리틱에서 85점이라는 아주 높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인디펜던트 지에서는 이 앨범을 올해의 앨범 2위에 랭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전설적인 프로듀서 닥터드레가 세운 음반기획사 애프터 매스(Aftermath)와 계약하게 됩니다.


이후 2018년 발매한 두 싱글 'Til It's Over, Bubblin이 수많은 평단에서 극찬을 받으며 힙합, 알앤비계에서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로 평가받고 있고, 마침내, 2018년 11월 16일 3집 음반 Oxnard가 발매되었습니다. 발매 이전 켄드릭 라마가 참여한 노래 Tints와 Who R U? 가 선공개곡으로 나왔습니다. 많은 시대 속에 나오게 된 Oxnard가 어떤 음반인지는 2장에서 알아보겠습니다.



Anderson .Paak - Oxnard 리뷰 개괄


1. 캘리포니아 기반 훵크 사운드의 향연


미국 내에서 흑인음악이 태동하고 퍼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조금씩 다른 느낌의 흑인음악의 서브 장르가 이윽고 발생하게 되었죠. 재즈도, 훵크도, 힙합도 그러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사시사철 날씨가 좋아 생동감이 넘치기로 특히 유명한 LA에서는 LA만의 개성 있는 Funk 음악이 역사적으로 유독 강세였습니다. 신시사이저에 토크박스 이펙터를 특징적으로 잘 사용한 훵크 밴드 Zapp & Rogers도 LA 출신이고요. 특유의 베이스 소리와 무대 비주얼, 그리고 음악적 세계관이 돋보였던 밴드 Parliament/Funkadelic은  P-funk라는 말을 만들 정도로 영향력이 거대했습니다. 지금은 헤드폰 깎는 아저씨로 더 유명한 힙합 프로듀서 닥터 드레는 이 P-funk의 사운드에 영향을 받아 힙합 서브 장르 G-funk를 만든 창시자로 추대받습니다. 그 당시의 뉴욕 기반 힙합 사운드와는 큰 차이가 있는 사운드로 투팍, 스눕독, 네잇독 등의 스타들의 음반을 프로듀싱하기도 했죠. 그 외에도 베이 에어리어 지역에서도 훵크 사운드를 차용한 Thundercat, Dâm-Funk, Terrace Martin  등의 프로듀서들도 나타나 현재까지도 그들만의 색깔을 지닌 음악을 만들고 있지요. 닥터 드레가 영입하여 프로듀싱한 켄드릭 라마 또한 King Kunta처럼 훵크 사운드를 차용한 곡에 발군의 랩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앤더슨 팩의 Oxnard에는 앤더슨이 프로듀싱한 곡이 대부분이지만, 일부의 곡은 닥터드레가 프로듀싱하였습니다. 이 앨범은 닥터드레의 영향을 진하게 받아 힙합이 가지고 있는 훵크의 DNA를 극한으로 발현시켜 70년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캘리포니아 기반 훵크 사운드와 강력한 베이스의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특징을 전면에 내세운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앤더슨 팩에서 Oxnard는 Venice와 Malibu에 이어지는 그의 세 번째 정규작임과 동시에, 그가 기획사 aftermath에 소속되어 발매한 최초의 앨범입니다. 곡을 들으며 상세히 리뷰해보겠습니다.


2. 서 :  앤더슨 팩의 사운드, 훵크를 살리다.


전작인 베니스나 말리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붐뱁 곡들과 RnB 곡이 섞인 꽤나 다채로운 앨범이었습니다. 인디펜던트였던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곡들의 스펙트럼을 뛰어난 랩과 보컬 실력으로 다양하게 보여주었지요.

옥스나드 또한 비슷하게 지역 이름을 딴 앨범이지만 옥스나드는 그가 태어난 고향 이름을 따옴으로써 전작과는 조금 다른 그의 개인적인 삶과 캘리포니아 지역의 사운드에 훨씬 집중할 것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캘리포니아 지역의 사운드를 넘은, 훵크와 힙합을 아우르는 힙합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앨범이었습니다.  

펑키하고 소울 풀한 그루브가 한껏 향수를 자극시키는 바람에 말리부의 사운드는 이 앨범에 비하면 무드가 훨씬 가볍고 사운드가 단순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첫 트랙에서 "The Chase" ft. Kadhja Bonet에서 바닷물 소리가 들리고 차의 시동을 켜자마자 나오는 라디오에 앤더슨 팩이 소개되며, 그가 태어난 해안가 마을 옥스나드를 현장감 있게 조성했습니다. 이윽고 카드자의 보컬이 나온 뒤 자못 장중하게 울리는 훵크 베이스, 플루트와 기타 리드, 빈티지한 훵크 알앤비 음악 이후 앤더슨 팩이 등장해서 그의 걸쭉하고 허스키한 보컬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다음 트랙 "Headlow" ft. Norelle에서는 웨스트코스트 힙합 특유의 카우벨 사운드가 들어간 훵크와 함께 좋은 화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훵크 무드는 세 번째 트랙 틴트까지도 이어집니다.


또한 초반 세 트랙은 화자가 차 안에 있음을 짐작케 하는 면들이 있습니다. 1번째 시작 부분에 차 시동을 거는 소리, 2번째 트랙 전체적으로 '아무도 모르게 머리를 낮춰야 한다'라는 가사와 마지막에 다른 차와 충돌하는 소리, 3번째 트랙에서는 제목 "Tint"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스타라서 사람들 눈에 띠지 않으려면 차에 선팅을 해야 한다고 젠체하며 말하는 것까지.


3. 본: 랩의 재능을 보여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적통을 잇다.


살짝은 가벼운 Tint와는 달리 네 번째 트랙 "Who R U?"에 접어들면서 음반의 진행은 본격적으로 힙합에 가까워집니다. 북이 찢기듯 폭발하는 강력한 베이스는 웨스트코스트 힙합 뱅어들 의 베이스를 닮았습니다. 거기에서 랩 하는 앤더슨의 랩은 그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고, 박자와 플로우 또한 발군입니다. 몰아치는 훅 또한 매우 중독적입니다. 다만 랩 중간에 들어간 닥터 드레의 애드리브는 생각보다 훨씬 존재감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이어서 "6 Summers"에서 그루 비하고 빈티지한 훵크 비트에 스포 큰 워드를 연상하게 하는 랩은 보컬의 호소력이 매우 좋았습니다. 중간에 곡이 바뀌는 부분 또한 좋은 라임을 보여주었죠. 또한 훅에서 이 곡 제목은 6번의 여름, 즉 트럼프가 연임을 할 때의 임기를 가정하여 6년 간, 트럼프의 현재 임기가 끝나기까지 최소 3년간은 이 상황이 안 바뀔 것이다.라고 하는데, 여기서 가사가 총소리를 묘사하는 의성어인 "Bang"을 동사로 중의적으로 사용해 인종 문제로 인한 총기사건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라고 하며 좌절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종차별적인 행태를 보이는 트럼프를 비판하고자 맨 앞에 외치는 가사의 내용, 즉 Trump’s got a love child/And I hope that bitch is buckwild~ 트럼프에게 난잡한 사생아 딸이 있어 유색인종 여자들과 키스를 했으면 좋겠다 와도 같은 말은 진지하게 트럼프를 비판하기보다는 그의 개인적인 저주에 가까운 내용이어서 인상 깊긴 했지만 의아함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분명 이 라인보다는 조금 더 좋은 풍자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6번째 트랙 "Saviers Road"는 미니멀한 웨스트코스트 힙합에 건조한 랩을 보여줍니다. 그는 oxnard에 있는 도로 명을 살짝 비틀어 Saviers Road , 즉 구세주의 길로 뜻을 바꿔 그가 신에게 구원을 받아 유명해졌음을 고백합니다.


"Smile / Petty"에서는 썬더캣에게서 들어본 듯한 감미롭고, 릴랙스 되는 베이스라인 smile, 역시 미친 베이스라인을 뽐내는 소프트한 훵크 힙합 곡 Petty로 이어집니다. 8번째 트랙에서는 닥터 드레가 컴튼 앨범에서 보여준 특유의 화려하게 폭발하는 듯한 프로듀싱을 보여주고, 본인도 나와서 괜찮은 랩을 보여줍니다. 곡 제목에서부터 아프리카를 순행하며 황금을 뿌리고 다녔다는 전설적인 말리제국의 국왕 이름 만사 무사를 언급해 자신이 메인스트림 힙합으로 들어왔다는 성공 서사의 정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획일화된 사운드의 트랩이 장악해버린 신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로컬 뮤직 기반의 음악을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이런 흐름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Brother's Keeper(아우를 지키는 자)", 제목은 성경에서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이고 신에게 반문하는 구절인, "내가 아우를 지키는 자이나이까?"에서 따왔습니다.


여기서 앤더슨은 괜찮은 랩을 보여주지만 금방 잊혀 버립니다. 왜냐하면 피처링을 맡은 킹 푸샤 Pusha T가 과거에 자신과 같이 Clipse로 활동했던 친형 No malice에 대해 임팩트 강한 벌스를 뱉어버렸기 때문이죠. (주: 과거 데뷔 앨범 10주년 기념으로 클립스 재결성 공연을 추진하며 거액의 계약금을 받기로 했는데, 그 사이 형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어버리면서 코카인을 팔던 과거에 대한 랩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고, 공연 자체가 취소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푸샤는 자신은 아직도 여기서 소위 "Coke Rap"을 하고 있는데 비해 혼자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만 떠나버린 상황을, 성경에 나오는 형제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이용해 모든 것이 바뀌었음을 한탄하는 랩이었죠. 이 임팩트 넘치는 구절 뒤에는 감미로운 기타 리프 인스트루멘탈이 나와 변화를 실감하는 앤더슨의 보컬이 나옵니다.


4. 결: 감미로운 힙합 보컬로서의 면모를 보이다.


 "Anywhere" ft. Snoop Dogg & The Last Artful, Dodgr에서부터는 곡들부터 점차 감상적이 되어갑니다. 첫 벌스의 스눕 독은 이 비트를 쥐 훵크를 생각나게 하는 비트라고 하며 네잇독과 워렌 지에 대해서도 회고합니다. 그 뒤에 나오는 팩의 여유로운 싱랩, 이어지는 보컬들도 너무 좋게 지나갑니다.


11번째 곡은  "Trippy" ft. J. Cole 은 사이키델릭 한 느낌이 가미된 중간 템포의 RnB 러브송입니다. 앤더슨은 속삭임에 가까운 싱잉 랩을 하고, 그러다 갑자기 분위기를 깨고 들어오는 콜의 탄탄한 하이톤 랩이 놀라웠습니다. "갑툭튀", "갑분 콜" 그 자체랄까요. 하지만 제이 콜의 랩은 준수하였습니다. 요사이 여러 다른 스타일의 곡에서 피처링을 꽤나 자주 하는군요.


12번째 "Cheers" ft. Q-Tip에서는 가까웠던 동료 Mac miller를 잃은 앤더슨이 Phife dawg을 잃은 큐팁을 초대했습니다. 두 사람이 가까웠던 동료를 긍정적인 재즈-훵크 비트를 이용해 추모하는 노래입니다. 팩은 빽빽한 플로우와 간결한 라임으로 좋은 랩을 보여줬고, 갑작스러운 하이햇이 최소화된 트랩 박자의 알앤비로 전환되었고, 그리고 거기에 큐팁의 준수한 랩이 들어갔습니다. "But niggas don't get the message until they get disconnected" 친했던 사람과의 연결을 상실하기 전까진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구절은 울림이 있습니다.

13. "Sweet Chick" ft. BJ the Chicago Kid 역시나 감미로운 Bj의 보컬은 재즈 밴드 사운드와 잘 어울립니다. 특이하게도 게임을 좋아하고 코믹콘을 좋아하는 소위 게임 덕후 여자와 관계를 맺었던 얘기, 거친 갱스터 여자와 헤어진 것에 대해 얘기합니다.

14. "Left to Right"에서는 자메이칸 파투아 억양을 따라 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알아듣는 말이 많았던 것으로 봐선 완벽한 파투아는 아닐 것이지만 분위기를 내는 데는 성공했고 듣기 괜찮았었습니다. 정말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좋은 트랙이었지만, 이게 마지막 트랙이라는 데에서는 살짝 의문이 들었습니다. 분명 클라이맥스 전후에 있을 법한 빠르고 반복적 인트랙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5. 결론


결론적으로, 이번 앨범은 앤더슨 팩은 그 특유의 거친 보컬뿐만 아니라 드러머의 경력을 살린 뛰어난 박자 감각을 통해 발군의 랩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고향이라는 콘셉트가 확실해서였는지 흐름에 집중력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더구나 - 아마도 드레의 의도였으리라 생각됩니다만, - 캘리포니아 지역에 기반한 70년대 훵크 사운드를 재현하고, 웨스트코스트 힙합과 잘 어우러지게 프로듀싱한 점, 팩의 다양한 재능을 볼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좋았습니다. 곡의 사운드 자체는 하나도 처지는 부분이 없는 좋은 앨범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재능과 방향을 보여주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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