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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in from Tiger Room Dec 22. 2018

J.I.D - Dicaprio 2 리뷰

<애노인의 레이트 어답터 리뷰 02>


J.I.D(제이아이디)의 랩은 주로 빠른 플로우와 현실고발적인 가사에 치중하는, 근래에 보기 드문 리릭시즘 래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제이아이디가 랩에서 메시지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켄드릭 라마와 비교하기도 하며, 워드 플레이와 펀치라인을 쓰는 점은 릴 웨인을 닮았다고도 합니다. 이번 리뷰는 곡을 순차적으로 하나씩 들어가며 중요하게 생각되는 내용에 대해 소회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Dicaprio 2> Tracklist


1.    "Frequency Change"    
2.    "Slick Talk"    
3.    "Westbrook" (featuring ASAP Ferg)    
4.    "Off Deez" (with J. Cole)    
5.    "151 Rum"    
6.    "Off da Zoinkys"    
7.    "Workin Out"    
8.    "Tiiied" (featuring 6lack and Ella Mai)    
9.    "Skrawberries" (featuring BJ the Chicago Kid)    
10.    "Hot Box" (featuring Method Man and Joey Badass)    
11.    "Mounted Up"    
12.    "Just Da Other Day"    
13.    "Despacito Too"    
14.    "Hasta Luego" (Bonus)



서: 반복되는 라임의 빠른 플로우의 극의, 떳떳한 지난날에 대한 성공적인 과시와 해소 과정.


1.    "Frequency Change"    ~    2.    "Slick Talk"   
"Frequency Change"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Slick Talk" a Kenny Beats 태그와 함께 몰아치는 “Activate”, 많은 단어를 잘 욱여넣은 빠른 플로우, "Had a dream of eating lamb in the Lam - 램(보르기니) 안에서 양고기를 먹는 꿈을 꿨다" 같은 간단하지만 와 닿는 워드 플레이로 분위기가 고조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음산한 비트로 바뀝니다. 그리고 엄청난 가사의  워드 플레이와 비유로 이루어진 펀치라인들의 향연이 벌스 2와 벌스 3에서 이어집니다. 벌스 2에서는 tde와의 경쟁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꾸준한 작업을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에 비유하며, 자신이 앞으로 해 나갈 것들에 대한 포부를 드러내며,  벌스 3에서는 자신이 유명해지기까지의 시간을 17년간 유충이 되어 땅 위로 나오지 않는 매미에 비유한다든지 하는 수많은 레퍼런스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탄탄한 라이밍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섭게 접근하는 라이밍 괴물과 같은 모습입니다.
 

3."Westbrook" ft. A$AP Ferg
세 번째 곡은 오클라호마의 농구스타 러셀 웨스트브룩의 이름을 딴 곡입니다. 아까보다는 빨라진 미드 템포의 트랩 비트 위에 정신을 놓은 제이아이디의 랩이 나옵니다. 마지막쯤 돼서는 "imma fired up"  등으로 미쳐버리는 듯한 톤을 보입니다. 트랩에 강한 "후드(동네)의 교황" 에이셉 퍼그의 찰진 훅도 인상 깊습니다. 그리고  감정의 고조는 다음 트랙에서 극대화됩니다.


4. "Off Deez" ft. J. Cole
DJ  드라마의 단순하지만 빠른 BPM의 트랩 비트에, 호흡 달리는 게 아닐까 걱정되는 빽빽하고 빠른 랩이 훨씬 더 흥미롭고 안정적으로  몰아칩니다. 가히 순수한 청각적인 임팩트를 극대화시키고자 만든 느낌입니다. 회사 사장님인 제이 콜 또한 도입부의 플로우를 바꿔  넣음으로써 들으면서 감탄하게 만듭니다. 제이 콜은 부쩍 들어 피처링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횟수가 늘었는데, 이 곡에서 확실히 그의 랩  스킬을 증명하고자 했던 것 같고, 성공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모 매체에서 제이아이디가 언급하길, 이 곡은 처음 다른 래퍼에게 보내 피처링을 부탁했었는데요, 바로 현시대 최고의 랩 슈퍼스타이자, 제이 콜의 선의의 경쟁자인 켄드릭 라마였습니다.  다만, 그 당시에 투어 일정으로 바빠 녹음 스케줄을 조율하기 어려웠던 터라 고사를 하게 되었고, 제이아이디도 그의 바쁜 상황을 이해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에도 다른 래퍼에게 피처링을 부탁했는데, 바로 자신과 2018년 XXL Freshmen Cypher를 같이 촬영한 스키 마스크 더 슬럼프 갓(Ski Mask the Slump God)이었습니다. J.I.D와는 살짝 궤가 다른 하드코어 한 샘플링의 트랩 기반의 음악을 하지만, 아주 뛰어난 랩 스킬을 보여주는 스키였기에 J.I.D는 곡을 만들고 그에게 들려주었지만, 이후 스키의 친우인 XXXtentacion의 죽음으로 스키가 매우 힘들어했기에 그의 고사를 이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제이 콜에게 부탁을 하였고, 결과적으로는 앨범 내의 최고 인기 트랙, 성공적인 랩 스킬 과시용 뱅어를 만들어 내게 된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켄드릭이나 스키 또한 궁금한 조합이기는 합니다.

5. "151 Rum"
여기서는 빠르면서 잘하는 랩에서 나타나는 클리셰적인 플로우를 보여주는데요, 팬들이 따라 하기 어려울 듯한 라임 스킴은 정말 미친듯합니다. 총을 맞은 친구에 대한 기억에 대해 마치 '병증처럼 같이 살고 있다'는 표현, 'street knowledge - 거리에서 깨달은 지식', 같은 표현과 만나는 순간, 곡이 위기감 넘치는 긴박한 곡으로 해석이 바뀌어버립니다.




본: 좀 더 감성적인 소울 샘플 중심 편곡의 시작.



6. "Off da Zoinkys"
앞으로 성공해야 할 날들을 위해 린과 잰 등의 마약을 멀리하고 강해져야 한다는 내재적인 다짐을 이야기합니다. 중간에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강경책을 펼쳤던 “로널드 레이건에게 감사해, 하 뻥이야, 그 인종주의 새끼” 라인이 역시 미국답네요. 단순히 언급하는 한 라인인 줄만 알았는데, 마지막 노인이 말하는 스킷의 내용에 지미 카터는 오픈마인드여서 좋았지만, 로널드가 취임하고서는 아무도  행복하지 못했다(nobody happy)라고 이야기하는 내용을 보면 이게 사실 주된 내용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현시대에 이러한 소울 풀한 샘플 편곡 트랩 위에서 빠르게, 하이톤으로, 묘사적으로 랩 하는, 젊은 래퍼라니, 살짝 saba가 겹쳐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7. "Workin' Out"
독일의 유튜브 채널 '컬러스 쇼'에 나올만한 부드러움을 보여주는 그의 의외의 보컬! 그가 일하면서 그의 삶이 정말 많이 바뀌었음을 말합니다. 무드가 워낙 좋아서 하염없이 그냥 듣게 되는 곡이었습니다.

8. “Tiiied” ft. 6 LACK & Ella Mai
제이아이디의 훅과 멜로디 랩을 들을 수 있었던 곡인데요. 처음 들었을 때 단 번에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사실 이전 곡들 또한 그랬지만,) 영화관에서 기분 상한 여자의 마음을 풀어주려  하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여러 단어들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화난 점이 있으면 sns에 올릴게 아니라 나랑 이야기를 해달라, 나는 스크린을 보면서도 너의 감정을 읽고 있다는 상황 묘사가 매우 좋았습니다.
피처링 또한 볼만한 것이, 지난 앨범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6lack이 참여했는데, 랩을 굉장히 잘했습니다. 애틀랜타 태생의 이 친구는 제이아이디와 듀오를 해도 정말 잘 어우러질 것 같습니다.

엘라 마이 또한 빼놓을 수 없겠죠. 청자였던 여성의 입장을 이야기하는데, 곡의 마무리 부분임을 감안해도 분량이 짧아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9. "Skrawberries (For da Ladies)” ft. BJ The Chicago Kid"
앨범 내에서 가장 공들인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이 콜이 프로듀싱했고, 故 맥 밀러가 믹싱 했으며, 마 세고가 색소폰을 맡았고, 비제이가 보컬을 맡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I  been trying to get in touch ~ that you feminine when you sensitive" 구절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좀 더 남자답고 마초적인 것을 조금 더 선호되는 흑인 사회 혹은 힙합의 문화에서, 센서티브 한 것이 여성적인 것이라고 생각된다는 말을 하는 구절은 힙합 문화에서는 조금 드문 메시지이기 때문이죠. 제목에서부터 밝히는, 여성들을 서포트하고 싶은 이유가 드러나는 구절입니다. 거기에 “My homegirl raps and she’s feminist, hold it down for the women I call her 'Feminem'.”이라는, 릴 웨인을 닮은 워드 플레이를 보여주는 가히 앨범 내 필청 트랙입니다.

10. “Hotbox” ft. Method Man & Joey Bada$$
솔직히 피처링으로 이미 이야기는 끝난 것 같습니다. 디제이 드라마의 피아노 기반 붐뱁 곡입니다. 기본적으로 흡연에 대한 이야기인데 전설적인 랩 그룹 우탱클랜의 일원인 메소드맨과 90년대 이스트코스트를 가장 잘 재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래퍼인 조이 배드애스가 참여했고 당연하게도 좋은 붐뱁 트랙을 보여주었습니다.



결: 다시 랩 스킬을 보이며 시동을 걸다.



11. "Mounted Up"
제이아이디는 차근차근 다시 랩을 시작합니다. 랩에 집중하게 하는 미니멀한 베이스의 비트, "Cornered boar, carnivore, ready for any war Send 'em forward, fifty more, plenty more" 등의 반복적인 라임 이 두드러지는 좋은 곡입니다.

12. "Just da Other Day"
살짝 음울해지는 피아노 비트에 일렉기타가 더해지며 약간 떠 있는 듯한 목소리로 제이아이디는 랩을 합니다. 훅에서부터 Just the other day I was goddamn broke"나는 어느 날엔가 돈이 없었지"라고 이야기하며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13. "Despacito Too"
금속성 사운드로 가득한 미니멀한 비트에, 아이들에게 말하는 곡이라고 언급하면서 I can be whatever i want to be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게 될 수 있지"라고 훅을 짰는데,  정작 마지막의 스킷은 화자로 설정된 듯한 아이가 `I wish i knew Black Panther, but he isn’t  real"난 블랙 팬서를 알았으면 좋겠어. 근데 진짜가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내용입니다. 현실 비판 리릭시즘에 능한  제이아이디다운 마지막입니다.

14. "Hasta Luego"(bonus)
기존에 싱글 컷 되었던 보너스 트랙입니다. 제목은 스페인어로 다음에 또 봅시다라는 말입니다. 그는 집 밖으로 나가기 조심스럽다고 이야기하는데,  애틀란타는 실제로도 십만 가구 중 1.4 가구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썩 안전한 도시는 아닌 만큼 그러한 현실을 낱낱이 고발을 합니다.



에필로그:
그가 단순히 랩만 빠르게 하는 사람이 아닌, 여러 가지의 라임을 꽉꽉 욱여넣을 수 있고, 동시에 좋은 딜리버리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래퍼입니다. 단번에 캐치하기 어려운 표현들이 조금 있긴 했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워드 플레이와 라임으로 이어져 있어 분석하다 보니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랩에 집중해서 들으면 정말 좋은 곡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만 훅이 썩 캐치하지 못한 곡들이 대다수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회자될 만 곡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아주 살짝 안타까움을 남기는 부분입니다. 그나마 메시지즘적인 면모와 프로듀싱으로 보았을 때는, 미국 유명 토크쇼인 지미 팰런 쇼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쳤던 곡인 "Skrawberries (For da Ladies)” ft. BJ The Chicago Kid" 정도가 대중적이겠네요. 조금만 더 크게 히트할 곡을 만들 수만 있다면 요즘 트렌드와는 다른 사회비판적 리릭시즘을 다시 큰 트렌드로 돌릴 수도 있는 인재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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