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저 좀 찾아주세요."

"저 좀 찾아주세요."


삶에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나’였다. 사실 내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다. 그러나 단 한순간도 나는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나의 밖에서 찾다 보니깐 나를 중요한 사람이라고 인정해주는 사람을 위해서, 그 사람이 원하는 모습에 나를 맞추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밝아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한 숨 자지 않고 밤새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모두에게 누가 봐도 부족함 없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그렇게 나는 그런 사람이 됐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고, 또 그런 나도 잃어버린 사람.


누군가 나에게 시간과 마음을 쏟지 않으면 늘 공허했다. 나를 위해 예쁜 옷과 구두를 사고,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푹 자고, 걷고 또 걸어도 채워지지 않았다.


어떤 날에는 내가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척하며 살았구나 느낀 날이 있다. 그날은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목놓아 울었다. 눈물로 나를 채웠고 그렇게 비우고 나면 잠시 동안은 괜찮았다. 물론 내일 또 연기하는 삶을 살아야겠지만 울지 않으면 그 마저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이때부터 눈물은 나를 가장 가득 채워주는 감정이 됐다.


마치 갓난아이가 울면 모든 게 다 해결되듯이 나도 울었다. 울고 나면 내 안에 있는 것이 해소됐다. 한 가지 아이랑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는 자기가 왜 우는지 아는 것, 나는 왜 우는지도 모르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게 멈췄다. 잘 지내려고 연기를 해도 모든 일이 꼬이는 기분이었고 바쁘게 무엇인가 하려고 해도 일이 시작되지 않았다. 모두 웃는데 난 억지웃음도 나질 않았다. 나를 위로하는 유일한 감정인 눈물이, 눈물이 안 나왔다.


회사를 그만뒀다. 여자 친구이기를 그만뒀다. 친구이기를 그만두고 카톡을 지웠다. 딸이기를 그만두고 집에서 말없이 지냈다. 움직이는 것을 그만두고 침대에만 누워있었고, 자연스럽게 먹는 것을 그만두게 됐다.


그렇게 며칠을 더 보내고 이왕 아무것도 안 하는 거 아무것도 안 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