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고통과 아픔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사실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거짓이 되기도 합니다. 그 고통으로 타인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순간, 그 생각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라 왜곡이 됩니다. 고통은 사람의 시야를 좁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고통은 늘 주인의 목소리를 닮아 있습니다. 아픔이란 본래 그런 걸까요? 스스로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 그러다 결국, 그 고통의 무게를 타인에게 짐지우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아픔은 어쩌면 온전히 자신의 것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째서 저마다의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쉽게 잊고 마는 걸까요? 아마도 아집과 편협함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흐리게 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아픔은 참 신기합니다. 그것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시선이 끝내 자신에게만 머무른다면 날 선 집착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한 발짝만 더 물러나, 그 고통이 어떤 모양으로 나를 타인에게 비추고 있는지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국, 우리의 아픔은 선택을 요구합니다. 왜곡 속에 갇혀 고집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넘어 타인의 마음을 바라볼 것인가. 그 선택이 우리의 고통을 진실로 바꿀지, 아니면 또 다른 오류로 남길지를 결정짓는 순간은 언제나 우리 안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그 한 발짝을 내딛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그 과정에서 고통은 점점 깊어져 갑니다.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 깊어진 고통이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할 날이 올 것입니다.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그 너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말입니다. 고통은 끝없는 어둠이 아니라, 때로는 새로운 빛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