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애도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어요?"라는 상담사의 말에 한참을 나를 위해 울었다.
완벽한 엄마이고 싶었다.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이 꼭 내 잘못인 것만 같아서,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에게 늘 미안했고, 더 잘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무게는 너무나 버거웠다. 완벽하지 않은 순간들이 쌓일 때마다 스스로를 책망하고 또 책망했다.
상담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나를 위한 강의를 들었는데,
그때 만난 교수님의 말씀에 진심으로 나를 애도하기 시작했다.
"나를 위해 충분히 울어주고 애도작업을 가져보세요. 내가 장애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아이와 하고 싶었던 일들, 상상하던 일들을 적어보시고 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선생님 만의 방법으로 충분히 애도작업을 하세요." 가족치료전문가이시자 미국 데이브레이크 상담대학원 대학원장님이신 교수님께서 힘들어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을 해주셨다.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처음으로 나를 위해 울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기록으로 옮겼다. 내가 가진 감정들을 기록으로 옮겨나갔다.
죄책감 속에 억울함, 슬픔, 미안함, 분노가 있었지만
애도작업을 하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은 내가 잃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 기쁨, 사랑, 즐거움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
혼자 감정을 읽고 기록하는 시간을 갖다가
나처럼 감정을 잘 못 읽는 사람들이 있을 것만 같아 감정일기를 같이 쓸 사람들을 모았다.
처음엔 서너 명이 모여 각자의 감정을 나누고 기록했다.
말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들,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여겼던 감정들이 하나둘 공명하기 시작했다.
나처럼 감정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본 적 없는 사람들,
완벽한 엄마이고 싶었던 사람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각자의 감정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내 안의 이야기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이 깨달음은 머지않아 '나희쓰'라는 이름으로 피어나게 될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