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론 Apr 18. 2024

고양이 두 마리의 하우스메이트

두 상전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궁디팡팡을 좋아하고, 깔끔하고, 귀여운 영역동물.

여기까지가 고양이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으니 지식도 짧았다. 그래도 고양이를 좋아했던 건 종종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마다 그들의 애교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느꼈으니까. 그런 근본 없는 애정만을 가진 내게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 쉐어하우스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집을 보러 간 첫날부터 다리에 뺨을 부비는데 어떻게 계약을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나는 고양이 두 마리와 살게 되었다.

 이 사랑스러운 녀석들이 우리 집 고양이들이다. 또랑한 눈망울의 치즈 고양이는 사파이어, 오레오 색의 장모 고양이는 프레셔스. 보기만 해도 깨물어주고 싶지만 고양이의 집에는 귀여움 이상의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여러 의미로.

 입주 첫날, 주변을 맴도는 사파이어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모수가 많진 않았지만 내가 만난 고양이들은 다들 궁디팡팡을 좋아했으니까, 내가 아는 유일한 고양이와의 친목법이었다. 그러나 사파이어는 바로 하악질을 하고 발톱으로 손을 할퀴려고 했다. 아니, 고양이가 궁디팡팡을 좋아하는 건 본능 아니었어? 게다가 사파이어의 발톱은 엄청나게 날카로워서 무릎에 앉혔다가 허벅지에 생채기가 생겼다. 발톱 깎는 법을 모르니 하우스메이트가 퇴근할 때까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당장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에게 물어보자 궁디팡팡을 싫어하는 고양이도 있고, 원래 고양이 발톱은 금세 날카로워져서 집에 손님이 올 때마다 확인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털은 상상을 초월했다. 친구네서 고양이 털이 묻어오면 귀여움의 증거라고 웃었던 나지만, 바닥에 회전초처럼 털이 뭉쳐 굴러다니고 옷뿐 아니라 식탁보, 행주, 수건에 이르기까지 모든 패브릭에 털이 묻어있는 데다 청소를 해도 매일매일 그만큼이 새롭게 빠진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고양이에 대해 아는 세 가지 중 두 가지가 부정당했다. 이들은 궁디팡팡도 안 좋아하고 깔끔하지도 않았다. 귀여운 것만 진짜였다!

 

 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며칠이 지나며 사파이어는 이마와 뺨을 긁어주면, 그리고 프레셔스는 배를 쓰다듬으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발톱 깎는 법도 배웠고 털은 하루에 한 번 청소기를 돌리는 선에서 타협했다. 식탁보와 러그는 테라스에서 몇 번 털어주니 털 고슴도치 상태에서는 벗어나게 되었다.

 입주 후 얼마간 집에선 고양이와 친해지느라, 바깥으로는 일자리를 구하느라 바쁜 날들이 이어졌다. 매일같이 나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이력서를 돌리고, 어느 날에는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나름의 노력에도 일자리는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무수한 거절의 메일을 받은 날에도, 2만 보를 걷고도 소득 없이 돌아온 날에도 고양이들은 여전히 같은 온도와 눈빛으로 품에 안겨왔다. 그제야 발톱이나 같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타지에서 같이 사는 고양이들이 주는 위로는 너무 커서, 이들을 보고 있으면 다른 일들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내 비자는 고작 일 년짜리, 멀지 않은 미래에 고양이들을 떠나야 할 것이다. 세상에, 얘네 없이 어떻게 타지생활을 하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별이 오롯이 내 몫일 거라는 점이다. 얘네는 헤어지는 날에도 마지막인 줄을 모를 테니까. 그저 같이 있는 동안 고양이들이 내게 준 위로만큼 쓰다듬고 안아줄 수밖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