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말 Apr 23. 2024

진실을 찾아서

[책을 읽고]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7)

책의 제4부에 해당하는 4개의 챕터는 진실에 관한 것이다. 신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결국 진실이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 사람들이 신의 뜻이 무엇인가를 논쟁하며 싸웠다면, 현대인은 진실이 무엇인가를 놓고 싸운다.



무지 - 당신은 생각보다 무지하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무언가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자들은 인간이 합리적 존재가 아님을 증명해 왔다. 게다가 개인성 또한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집단적으로 사고한다. 문화라는 것이 바로 그 집단 사고의 배경이다. <사피엔스>에서 하라리가 주장해서 유명해진 것이 바로 집단 상상이다.



탈진실 - 어떤 가짜 뉴스는 영원히 남는다


언젠가부터 거짓말이라는 보통 말 대신 <가짜 뉴스>라는 멋진 신조어가 대신 쓰이고 있다. 선거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은 그냥 거짓말일 뿐이지, 가짜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1,000명의 사람이 어떤 조작된 이야기를 한 달 동안 믿으면 그것은 가짜 뉴스다. 반면에 10억 명의 사람이 1,000년 동안 믿으면 그것은 종교다. (278쪽)


사피엔스의 집단 상상이 그동안 문명 발전을 이끌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그것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필 근현대를 거치면서 사피엔스는 진실을 추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가짜 뉴스라는 멋진 표현으로 포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검색으로 지식을 즉각 얻을 수 있다고 믿게 하는 시스템이다. 가짜 뉴스라는 단어가 SNS에서 시작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가짜 뉴스에 속지 않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책들을 읽지 않아도 우리는 속지 않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중요한 정보라면, 더블 체크하자.


Huxley


공상과학 - 미래는 영화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다음 챕터 제목은 흥미롭게도 <공상과학 소설>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길게 인용까지 해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매트릭스〉와 〈트루먼 쇼〉의 제작자와는 달리 헉슬리는 바깥 세계로의 탈출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다. 그런 식의 탈출을 감행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와 ‘자아’가 매트릭스의 부분인 이상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려면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은 한번 탐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자아를 규정하는 협소한 틀을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21세기에 필요한 생존 기술이 될 수도 있다. (302쪽)


<멋진 신세계>의 결말에는 <매트릭스>와 <트루먼 쇼>에 나오는 주인공의 승리라는 요소가 없다. 매트릭스를 탈출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영화들은 극단적인 소수의 영웅적 사례를 다룰 뿐이다. 그러나 하라리가 말하는 대로, 매트릭스로부터의 탈출은 자아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자, 이제 책의 결론을 향해 나아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둔필승총 24042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