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 지역에서 지역간 이동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마산-순창, 서울-순창? 더 가까운 곳은?
한국의 각 지역에서 서울로 오가긴 정말 쉽다. 하지만 서울 아닌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건 여간 어렵지 않다. 특히 나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선 더욱 그러하다.
전북 순창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그 순창이다. 차편을 알아보니 마산에서 바로 가는 버스나 기차는 없다.
버스로 가려면 마산에서 진주, 진주에서 함양, 함양에서 남원, 남원에서 순창… 이렇게 수없이 갈아타야 한다. 물론 마산에서 갈아타지 않고 진주 함양 인월 운봉을 경유하여 남원으로 가는 버스도 있긴 한데 아침 8:37 딱 한 대뿐이다. 그나마 진주에서 1시간 정차 후 출발하는데다 3시간 30분 소요, 요금도 2만 1000원이 넘는다. 그렇게 남원에 가더라도 다시 순창까지 40분간 버스를 더 타야 한다.
결국 버스로는 한 나절로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기차편을 알아보니 역시 순창까지 바로 가는 건 없고, 마산역에서 순천역, 순천역에서 곡성역까지 간 후 다시 1시간 이상 완행버스를 타야 한다.
방법을 궁리하던 중 하루 전날 서울에서 강의가 있다는 게 떠올랐다. 그렇다면 아예 서울에서 하룻밤 자고 바로 순창을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싶어 검색해 봤더니 역시! 고속터미널에서 3시간 20분만에 갈 수 있는 차편이 하루 3~5회씩이나 있었다.
물리적 거리로 보면 서울에서 순창이 마산에서 순창보다 현격히 멀다. 그럼에도 대중교통 거리는 서울이 훨씬 가깝다.
지역 소멸시대에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할 것이다. 지역에서 지역간 이동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있던 교통편도 폐지되고 있는 추세다. 아예 공용터미널이 폐쇄되는 지역도 있다고 하니 지역간 이동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승용차를 살 수도 없고…ㅠㅠ
어쨌든 순창에서 저녁 강의를 마치고 주최측이 잡아준 모텔에서 하룻밤 잔 후, 다음날 곡성과 순천을 거쳐 마산으로 돌아왔다.
#지역소멸 #대중교통 #일일생활권은_무슨
[한국이 ‘일일생활권’이라고?]
서울에 강의하러 가면 “멀리 지방에서 오느라 수고 많았죠?”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사실 서울 가는 게 제일 편하다. 모든 도로와 교통편이 서울 중심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가령 마산에서 서울까진 KTX로 3시간이면 간다. 350km가 넘는 거리인데도 그렇다.
반면 마산에서 고창군까지 가려면, 광주로 가서 다시 고창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230km에 4시간은 족히 걸린다.
오늘 돌아오는 길만 해도 그랬다. 고창 책마을해리에서 강의를 마치고 한 귀인의 승용차를 타고 50분 걸려 정읍에 도착했다. 거기서 또 광주까지 1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마산가는 버스를 2시간 35분 타야한다.
문제는 광주-마산 고속버스가 모두 매진이라는 거다. 급히 전주에서 가는 차편을 검색해보니 다행이 자리가 있었다.
정읍-전주 1시간, 전주-마산 3시간 10분, 도합 4시간 10분이 걸렸다. 책마을해리에서 정읍까지 온 시간을 합치면 5시간이 넘는다. 게다가 정읍에서 고창 책마을해리까지는 대중교통편이 없다. 귀인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왕복택시비만 9만원이 들 뻔했다.
결론 : 마산에서 고창 책마을해리까지 거리는 250km쯤 된다. 이 거리를 왕복하려면 버스 대기시간까지 합쳐 약 12시간 정도를 도로에서 보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연 우리나라가 ‘일일생활권’이 맞나? (2023년 6월)
*사진은 #책마을해리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