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희의 해시티비, 그들에게 인상적이었던 채현국의 말
책 수다 <풍운아 채현국>
정준희 교수와 김만권 서유미 작가가 책을 놓고 수다를 떠는데, 그들이 채현국 선생의 삶에서 짚어낸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이 흥미롭다. 글쓴이 입장에선 다소 의외인 부분도 꽤 있다.
"그분이 운영하셨던 기업명이 다 '흥국'인데, 나라 국, 흥할 흥자여서 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애국적인 의미에서 붙인 이름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채현국이 잘 되라고...하하."(정준희)
"뭐든지 흥국이야. 하하하."(서유미)
"(채현국 선생은) 내가 여기서 한 발 더 가면 누구와 얽히게 되는지 아는 사람, 박정희하고 얽힐까봐 사업체를 다 팔아버린 것 아녜요? 내가 여기서 한 발만 더 뻗으면 내가 안 하고 싶어도 쟤와 얽힐 거야. 얽히면 저항도 못할 거고 분명히 쟤랑 따라갈 거야. 그렇게 되기 전에 미리 팔아버려야겠어. 그래서 팔아버리는 거잖아요."(김만권)
"나라면 이럴 수 있을까? (그렇게 나 자신에게 물었더니) 제 마음 속 한 곳에서 '얼마나 좋은 기회니?'(웃음)> 그리고 이분이 저랑 코드가 맞는게, 그냥 만나면 좋고 연락 안 해도 상관 없고, 그런데 다시 만나면 또 좋고. 정말 그런 사람인 거에요. 이런 코드가 너무 좋은 거에요. 저는."(김만권)
"김장하 선생님과는 너무 다른 분이에요. 훌륭한 분인데, 그게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으로 보이는 게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나이 들면 사람이 약간 자기객관화가 안 되잖아요. 이분은 자기객관화가 너무 잘 되어 있는 분인 거에요. 나쁜 얘기를 하시면서 그 안에 자기를 빼지 않아요. 박정희 정권과 얽힐까봐, 나도 대단한 사람 아냐, 나도 넘실하면 그냥 가는거야. 서울대 입학 이야기할 때 '공부 잘하셨네요' 하니까 '공부를 잘 한 게 아니라 시험을 잘 봤죠. 공부 잘하는 것과 시험 잘보는 것은 별개입니다.' 이런 방식의 객관화가 잘 되시는 것 같아요."(서유미)
"스스로 자기를 깡패라고 지칭할 정도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되게 거칠고 불량배 같은 느낌도 들 수 있어요. 김장하 선생은 아무리 봐도 너무 점잖은 분이고 그러니까 여러분한테 거리감이 있었을 텐데, 채현국 선생 정도면 나도 좀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들 수도 있고..."(정준희)
"저는 그런 것도 재밌더라고요. 자기 이 빠졌을 때 (임플란트 안 하는 이유를 얘기하면서) '당뇨병이 많이 먹어서 걸리는 건데, 이가 없어도 이렇게 배 나왔는데', 하면서 자기연민이 없는...."(서유미) *실제 책에는 이렇게 나온다. "그만 처먹으라고 이 빠진 건데 그걸 또 해넣을 겁니까? 당뇨라는 게 많이 먹어서 나는 병인데, 이를 안 해넣었기 때문에 적게 먹어서 내가 이렇게 까지 살아있는 겁니다."
"그런데 (채현국 선생의) 아버님이 너무 무협지 같지 않아요? 아버님은 그냥 돈 없으면 집에 안 와. 아버님이 집에 있을 땐 잘 살고, 없으면 굶어.(모두 웃음)"(서유미)
"여기서 보면 아버님이 어음 터뜨린 것 갚는 과정을 보면, 그때 그 고마웠던 분들 다 기억하고..."(김만권)
"낙청이 엄마라고 하잖아. 누구요? 하니 '백낙청', 아니 그 유명한 분의 엄마?(모두 웃음)"(정준희)
"그것도 알고 보니 공금횡령이었대."(김만권)
"이분이 가장 싫어하셨던 게 언론과 권력이잖아요."(김만권)
"리영희는 되게 훌륭한 사람인데, 언론인은 다 쓰레기야.(웃음) 리영희를 좋아하는 건 똑똑해서가 아니야. 사람이 순박해서야, 이런 얘기."(정준희)
"그런데 언론에서 해직된 분들에겐 잘 해주잖아. 집도 사주고."(서유미)
"집 사준 사람이 한둘이 아냐. 그리고 탄광 할 때 수배자들 다 숨겨주면서 이름도 안 물어보고."(정준희)
"그러게 아까 제가 말했잖아요. 내가 이름을 알면 불거야, 하하하."(김만권)
"이름 알면 어떻게 안 불어. 그거 다 거짓말이야. 너무 솔직해."(서유미)
"손학규 이야기하면서, 손학규는 내가 탄광 주인이었는지도 모를 거야. 하하."(김만권)
"저는 이분이 좋은 점이 그거거든요. 먹고사는 문제에 되게 솔직해요.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 함부로 거기에 도덕적 잣대나 윤리적 잣대를 붙이면 안 된다. 그러면서 덜 치사하게는 살아야 해라고 하잖아요."(정준희)
"그렇죠. 앞으로 남은 생 뭐하고 싶냐고 물으니, 좀 덜 치사하고 덜 비겁하고 정말 남 기죽이거나 남 깔아뭉개는 짓 안하고 남 해꼬지 안하고, 그것만 안 하고 살아도 인생은 살만하지. 이 얼마나 멋있는 분입니까?"(김만권)
"52페이지에 나오는 건데, 담을 크게 가져라, 간은 작아야 한다. 채기엽 선생이 아들에게 자주 하던 말이라고 하는데, 심지어 간 큰 새끼는 살아남고 담 큰 새끼는 다 뒤졌다는 말씀, 힘들고 참으로 하기 어려워도 하는 놈이 담 큰 놈이고, 간 큰 새끼는 잘난 척하고 아무거나 하는 놈 아닙니까? 간은 함부로 크면 안 되죠. 허세부리는 데 쓰는 거니까. 담은 커야 해. 그런데 담 큰 사람들 다 뒤졌데. 하하. 독립운동하다가."(정준희)
"자기객관화가 제일 잘 드러나는 부분이 163페이지, 그러면 나는 정신이 있어서 이렇게 말하고, 그 사람들은 양심이 없어서 그런 짓을 해먹고 산다는 말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내가 양심이 있거나 내가 똑똑한 게 아니고 현실이라는 게 늘 자기입장에서 합리화가 잘 이뤄지니까, 운이 좋아서 그들과 먹이사슬을 같이 안 하는 거지, 내가 똑똑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내가 더구나 양심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먹이사슬이 그렇게 이어지면 바로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먹이사슬에 안 얽히려고 엄청 노력하신 거죠."(김만권)
"저는 166~168페이지, 한겨레에서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하신 말씀에 대해서, 지금 노력 안 하면 저 꼴 돼. 저 사람들은 그런 노력을 안 했어. 생각해야 할 걸 생각 안 했고, 배워야 할 걸 안 배웠고, 습득해야 할 걸 습득 안 했고, 남에게 해줘야 할 걸 안 했어. 저 사람들은 매 순간 매 순간 안 했어. 지금 저런 게 아니야. 열 살 때, 스무 살 때, 서른 살 때 늘 해야할 걸 안 했어. 남 배려할 능력이 생겼을 때 남 배려 안 했어. 정말 이 부분 너무 아프기도 하고, 우리는 어느 순간 저 사람이 저렇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아주 작은 안 함이 쌓여서 이렇게 되었다 라고 하는 부분이, 우리도 해오다가 안 하면 이렇게 되는 거잖아요. 매 순간 해야할 걸 해야하고, 그쵸?"(서유미)
"저 정말 이 부분 읽었을 때 '저 잘못했습니다' 그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웃음)."(김만권)
"그래. 네 모습을 봐라. 저 사람 모습 보고 네 모습 지금 봐라. 너도 좀 있으면 저렇게 돼, 이 얘기거든."(정준희)
"맞아요. 밑에도 딱 그렇게 나오는데, 노력 안 하고 자기 껍질부터 못 깨는 사람은 또 그 늙은이 돼."(서유미)
그외 스티븐스필버그, 벽초 홍명희, 권정생, 박완서, 이병주 등 이야기들....
앞 부분에는 김장하 선생 책에 비해 뭔가 정돈되지 않고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자가 채현국 선생에게 휘말렸다는 느낌도 들고, 사진이 아쉽다는....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https://www.youtube.com/live/nVQS64ac0FM?si=vF0O7kv1pf9jPyKD&t=2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