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학살 희생자 유족들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2025년 10월 25일 오후 1시 진주 초전공원 추모비 앞에서 열린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희생자유족회'(회장 정연조, 사무국장 이증식) 제17회 합동추모제 자리에서였다.
1999년부터 경남지역 민간인학살 문제를 보도하기 시작했지만, 진주지역의 경우 김경현(현재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전문위원) 씨의 큰 도움을 받았다. 당시 내가 연재하던 시리즈에 김경현 씨의 원고를 받아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었다. 그는 진주신문 기자를 거쳐 이후에도 진주지역 근현대 역사를 촘촘하게 조사연구하여 여러 책을 쓴 사람이다.
그래서 사실 감사장은 김경현 씨가 받았어야 하는데, 내가 받아 민망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또한 지금은 기자직에서 떠나 유족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도 못한 지 오래된 처지다. 그래서 늘 부채의식을 갖고 있던 차에 이런 감사장을 받게 되어 더욱 송구하다.
감사장 뿐 아니라 현금 50만 원이 든 봉투까지 함께 받았다. 세상에.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큰 비극을 겪은 분들로부터 이런 돈을 받다니. 당연히 돌려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다시 생각해보니, 받은 돈을 그 단체에 되돌려준다는 게 어쩌면 실례일 수 있겠다 싶었다.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마침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 연극인과 서울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 각 30만 원씩 응원금으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