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 Jan 10. 2024

해리포터가 딸에게도 마법을?

나란히 독서가 좋다. 아들처럼 딸도 해리포터로 문해력이 성장할까?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딸은 저녁 9시쯤 잠자리에 든다. 보통 그와 내가 번갈아가며 각자의 방식대로 딸을 재운다. 나는 딸과 낮에 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 한국어나 영어 동화책을 읽기도 한다. 하루는 딸과 나란히 누어 각자 책을 읽었다. 딸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핀란드어 번역판)을, 나는 한글로 쓰인 책을. 상당히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그 뒤로 종종 잠자리 의식으로 둘이 나란히 누워 독서를 하게 되었다.


해리포터는 아들의 모국어인 핀란드어가 눈에 띄게 늘었던 계기가 된 책이다. 아들은 오디오북으로 해리포터 책의 마법에 빠져들었다. 두 번째 책부턴 대여가 더 용이한 종이책으로 갈아탔다. 그리곤 짧은 기간 동안 모든 시리즈를 섭렵했다. 덕분에 딸에게도 해리포터의 언어 마법이 통할 거라 지레짐작했다. 지난가을 딸에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오디오북으로 들려줬다. 호응이 있었지만, 딸은 아들처럼 푹 빠져들지 않았다. 남매라도 취향이 다를 수 있으니까...


작년 연말, 같은 아파트의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나눔 하는 곳에서 딸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책을 가져왔다. 딸에겐 해리포터가 맞지 않나 보다 했는데, 조금씩 꾸준히 읽는 걸 보니 다시 내 마음이 설렌다. 딸도 이번 기회에 후루룩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어버리지 않을까?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책과 함께 핀란드어도 성장하지 않을까? 남매지만 서로 다르니까 딸은 딸의 방식대로 세상을 경험하는 건데, 은근 아들의 방식을 고집했던 게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딸은 오디오 북을 싫어하진 않았다. 단지 자기 책에 더 애착을 느끼는 것 같다.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던 나는 온전한 내 것이 많지 않았다. 언니, 오빠가 쓰던 것을 물려 쓰거나 공유하거나. 그래서 어쩌다 내 것이 생기면 유난히 아꼈다. 딸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걸까? 내 책이라 더 소중히 즐기고 싶은... 자기 책을 좋아해 독서습관이 생긴다면야 책을 사줄 의향이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물건을 버리는 걸 힘들어하는 나의 버릇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떡국 대신 수제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