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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dong Sep 18. 2018

퇴사 후 세계여행이 아닌
세계여행 후 입사를 하게 되다

Ep 01. 무심코 했던 질문

'퇴사 후 세계여행'이 아닌 '세계여행 후 입사'를 얼떨결에 하게 된 직장인의

회사에서 일어나는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쓰는 글입니다....!!!



Ep 01. 무심코 했던 질문



세계여행을 마치고 3월 중순쯤 한국에 돌아왔다.

이미 상반기 시즌은 얼추 다 날리기도 했고,

무엇보다 오랜 여행에 여독이 잔뜩 쌓일 대로 쌓였던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푹 쉬고 싶었다.


그렇게, 거의 한 달 간을 집에서 쉬었다. 정말 푹 쉬었다.


취준을 해야 했지만 여행을 갔다 온 뒤로는 대기업에 입사하기가 뭔가 싫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니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예전처럼 그 틀에 박힌 사회구조 속으로 돌아가 톱니바퀴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아 너무나도 싫었다. 그렇게 다시 한국에서 앞으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나는 일단 통장에 돈이 다 떨어져서 학교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조그마한 해외무역 관련 스타트업 회사였다. 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시급이 높은, 흔히 말하는 '꿀알바'였다. 시급 만원에 오전에만 일하고, 이미 나 말고도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이 두 명 더 있었다. 하는 일은 단순했다. 한국의 제품을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하기에 상품 바코드만 다시 붙여주면 되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하반기 시즌이 다가오기까지 대략 4개월 동안을 거기서 일했고, 일하면서 사장님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일하면서 이렇게 혼자 운영하시면서 큰 매출 실적을 내시는 사장님의 사업이 참으로도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 이렇게 돈 버는 사람이 있구나도 싶었고... 일하면서 사장님이 자주 본인 사업에 대한 설명과 자랑을 하시길래 얼떨결에 사업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재밌어 보였다. 나도 이런 걸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러다가 8월 말 하반기 시즌이 되었고, 같이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친구들은 다들 하반기 시즌 준비해야 한다고 회사를 관두었고, 나 역시 회사를 관두고 하반기 건설사를 준비하려고 했었다. 8월 말까지는 그래도 알바를 할 수 있어서 혼자서 사장님이랑 둘이서 물류랑 회사일을 이것저것 많이 해나갔다. 그리고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사장님이지만 이렇게 알바 인력들이 관두게 되면 당장 일이 중단되기 때문에 그 점이 궁금해서 사장님께 한 번 질문을 해보았다.


"사장님, 혹시 정직원 구할 생각은 없으세요?"


처음에는 이 회사에서 일할 의향이 있어서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런 시스템으로 회사를 운영하면 매 번 이런 문제점이 생기는데, 사장님이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질문이었다. 사장님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했는지, 본인도 이렇게 회사가 운영되면 안 될 것 같다고. 회사의 규모는 점점 커져 가는데 정직원을 고용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더니 오히려 나에게 갑자기 질문을 던지시던 사장님.


"여기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려면 연봉을 얼마 정도 주어야 할까요?"


스타트업이니까, 중소기업도 아닌 거의 조그마한 사업체니까 나는 당연히 짠 연봉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사장님께서 또 물어보셨다.


"한 달에 월급 500만원 정도로 급여로 준다면 그래도 여기서 일 하지 않을까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월 500이라니. 연봉으로 따지면 무려 6000만원이다. 잘 나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유명 대기업들도 초봉이 4천 초중반인데 6천은 상당히 센 금액이었다. 금액을 듣자마자 당황한 나였지만, 그래도 대기업은 안정적인 직장과 체계적인 관리와 성과급 이러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생각을 다시금 정리하고 사장님께 말했다.


"글쎄요, 솔직히 연봉만 놓고 보면 대기업보다도 높은 수준인 건 맞지만, 아무래도 조그마한 규모의 스타트업인데다가 고용의 불안정성, 그리고 무엇보다 체계가 안 잡혀있는 상황에서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미래를 여기서 그려보기에는 좀 힘들 것 같은데요. 연봉만 높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회사의 복지나 성과에 대한 제도가 좋다면 이 회사에서 충분히 일 할 사람은 많을 것 같은데요"


"..."



사장님은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더니 일단 알겠다고 하시고 돌아가셨다. 사장님이 그렇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지는 궁금하지만 나도 더 이상의 별 말은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내가 하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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