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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dong Oct 01. 2018

퇴사 후 세계여행이 아닌
세계여행 후 입사를 하게 되다

Ep 02.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퇴사 후 세계여행'이 아닌 '세계여행 후 입사'를 얼떨결에 하게 된 직장인의

회사에서 일어나는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쓰는 글입니다....!!!



Ep 02.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사장님이 직원에 대한 연봉을 물어본 지 어느덧 며칠이 지났다.

이제 여기서 일 할 날도 얼마 안 남았구나 생각되어

'직원을 잘 구하셔서 사업이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라는 훈훈한 결말과 함께 회사를 나오려 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갑자기 나에게 혹시 나와 같이 일해 볼 생각은 없냐고 물어보셨다.

보아하니 어렸을 때 사업도 해보고 스타트업 창업도 준비했으면 대기업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을 거 같은데 왜 굳이 대기업을 가고 싶어 하냐고 오히려 나에게 반문하셨다.


"............... 글쎄요."


무언가 답을 하고 싶었는데, 사장님이 하신 질문에 내 머릿속은 무언가 꽉 막혀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떠오르는 대답이 없었다. 처음에는 적어도 내가 대기업을 가야 하는 명분을 내세우기 위한 일종의 '핑계'라고 말해보려 했는데, 그것 또한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이었기에 그냥 '대기업을 가야 하는 이유'보다는 '스타트 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


"사실 대기업이 가고 싶은 건 아니에요. 회사 생활을 아직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대기업에 갈수록 회사에서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한 비중은 뭔가 작을 것 같거든요. 대기업을 가는 것이 저에게 발전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수입과 기본적인 사회적인 지위나 명예가 있긴 한데... 사실 스타트 업을 하고 싶지만 주변에 괜찮은 동료가 없네요. 하고 싶어도 마땅한 자금이 없어서 초기에 사업을 시작할 경우 필연적으로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는 순간 이 회사는 내 회사가 아닌 게 되더라고요... 사장님도 컨설팅 이랑 벤처 쪽에서 활동하셨으면 누구보다도 잘 아실 텐데요."



사장님이 내 대답이 끝난지 몇 초도 안돼서 바로 대답을 하셨다.


"바로 그거예요. 저도 그 의견에 200% 동감합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거예요. 여기서 일하면서 수 많은 학생들, 특히 경영학과 친구들을 상당히 많이 봐오면서 좀 같이 일해 볼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친구가 거의 없더라고요. 그냥 명문대 나왔으니 대기업 가서 편하게 살려고 하는 친구들은 이 회사에 도움이 안 되거든요."



나는 속으로는 '..... 뭐지? 진짜 나를 뽑고 싶어 하는 건가?'

하는 일말의 의심을 품으면서 한 번 질문을 해보았다.



"지금 당장은 여기서 일하겠다고 말은 못 하겠어요. 회사에 아직 정해진 체계도 없는 데다가 단순히 첫 월급이 높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하면서 제가 받는 임금의 체계나 성과에 대한 대략적인 틀도

어느 정도 정해진 상황에서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 맞는다고 보거든요."



"그렇죠. 그게 맞죠. 그럼 저도 나름대로 생각을 좀 해볼 테니 휴가 갔다 와서 한 번 다시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원래 근무일은 8월 말까지였다. 하지만, 사장님이 8월 말에 휴가를 가시는 바람에 나는 17일을 기준으로 일을 그만두기로 했고 사장님은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8월 말까지 갔다 오신다고 했다. 그리고 9월 3일에 한 번 다시 만나서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대략적으로 2주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아직 이 회사에서 일을 하겠다고 속으로 확정적으로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뭘 알아볼 수 있을까, 하다가 이쪽 분야의 관련된 지식을 잔뜩 알아보자 해서 2주 내내 서점을 가서 읽고 싶은 분야의 책을 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의 매일같이 도장 찍었던 광화문 교보문고

거의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닥치는 대로 책만 읽고 살았던 것 같다.



어쩔 수가 없었다, 책을 읽은 이유는.


당장 '체계'라는 것 자체가 없는 회사인데다가 취업을 할 때 다들 그냥 서명하는 계약서도 내가 다 따져보고 알아봐야 하기에 그저 영어 관련 자격증과 기사 자격증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나로서는 정말 하나하나 다 따져보아야 했다. 우선 회사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 살펴봐야 할 재무제표부터 (사실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 업은 이게 대부분 나와있지 않거나 있어도 실제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진 않는다...) 계약서에 포함되는 내용들 및 4대 보험을 하게 되면 어떠어떠한 항목들이 있는지, 보험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세금은 어떤 식으로 산출되는지 등 기본적인 계약과 세무에 대한 내용을 책과 인터넷을 통해 정리하면서 내용을 적어나갔다.


그리고 나서는 이 회사에서 주로 하는 일과 내가 채용될 경우에 해야 되는 일들에 대해서 열심히 모든 정보를 찾아보았다. 애초에 공대생이라 경영이나 경제나 무역 관련 쪽에는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었던 나였기에 기본적으로 전반적인 무역업과 물류, 회사의 주요 수입원인 아마존 시스템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중간 관리자로 채용될 경우 사장과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 중간 관리자가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와 기본적인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나 기타 준비하면 좋을 것들에 대한 내용들을 닥치는 대로 다 읽었었다.


부의 추월차선은 정말 감명깊게 읽었다.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을 180도 바꾸어 주었으니.



정말 2주 내내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노트에 정리하고, 노트북에 정리했다.


대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 공부할 때도 분명히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진 않았었는데 이게 내 직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니 공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읽으면 읽을수록 이쪽에 대한 분야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이쪽 분야에 정말로 일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내가 이쪽에서 일하면 살아 숨 쉬는 기분이 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전공이 토목이기에 준비한다면 건설사를 준비하고 있는 나였지만, 내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반 이상은 대기업에 입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힘들거나 대인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이미 퇴사를 해서 이직을 준비하는 상황이었다. 이 취업난에 다들 얼마나 간절하게 입사를 했겠냐마는, 정말 몇 번이고 고민을 한끝에 회사를 나왔다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쪽 전망도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일이 정말 재미없어 보였다. 원래 부모님 집 지어주려고 들어간 전공이었는데, 어째 4년 내내 공부했던 전공과목 공부들보다 2주 동안 공부한 경영 전반 지식이나 돈의 흐름, 사업에 대한 내용들이 나에게는 훨씬 친숙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런 공부라면 정말 앞으로도 매일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책을 읽고는 항상 해질녘에 밖으로 나왔다.

저녁 약속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전에서 오후까지는 항상 책을 읽고,

저녁에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학교 선배들과 밥약속 혹은 술약속을 잡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이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미 회사가 돌아가는 운영이나 회사가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 아는 상황이었다. 확실히 이 회사는 돈을 잘 벌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데다 무엇보다도 현재 이쪽 분야의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언제 견제나 공격이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나름대로 충분히 잘 갖추어져 있었고.


하지만, 이건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 것이지

선배들의 객관적인 의견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래서 다양한 선배님들을 만나보았다.

직장 중에서도 기업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증권이나 금융 관련 대기업에 종사하는 선배들이나

이미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어느 정도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회사에 대한 경험이 많으신 선배들

혹은  경영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많거나 좋은 조언을 해주실 만한 선배들


대학을 운좋게 좋은 곳을 나왔는데, 이런 쪽에 다양한 선배들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거의 주말을 제외한 평일은 매일매일 선배들과 저녁 약속을 잡으며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이야기를 다 하고 나서 회사에 대한 평가나 내가 미처 모르고 있는 회사의 단점들,

혹은 들어가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요소들,

만약 회사를 만약 들어가게 된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스타트업에 종사한다면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조심하고 사장과 조율을 잘 해봐야 하는지 등 



흔히 말해서 책과 인터넷에는 나와있지 않는 내용들을 선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이 얻고 배우게 되었다.

항상 선배와의 약속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는 지하철에서 메모장을 켜고 오늘 대화를 나누었던 것 중에 중요하고, 잊지 말아야 할 내용들을 항상 메모해 두었다. 


형식적인 대기업 스터디 이런 것조차 한 번 도 해 본 적이 없던 나였기에

그냥 나만의 방식대로 이 회사의 면접을 준비해보자 하고 나름대로의 다방면으로 정보와 자료를 모아

혼자서 정리해보고, 무엇을 질문해보고 혹은 대화를 할 때 어떠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대략적인 정리를 하면서 하루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했다.


그러다 보니 2주라는 시간은 어느새 순식간에 지나갔다.

정말 짧은 2주의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읽고 정리하고, 혹은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반적인 사회생활과 직장에 대한 것을 많이 공부했다.


아마 4년 동안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이번 2주간 서점과 술집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이제 내일이면 사장님을 만나러 간다.

몇 번이고 정리한 내용들과 메모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과연 내일 어떻게 사장님과 대화를 풀어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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