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ngdong Nov 14. 2018

세계여행 후 입사한
사회초년생이 쓰는 회사생활 이야기

Ep 05. 스타트업 꼬맹이의 회사 첫 적응기

세계여행 후, 집에서 한 동안 쉬다가 더이상 통장에 잔고가 바닥이 나게 되자 시작했던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빨리 취직을 해야겠다고 고민했었지만 여행을 돌아와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된 나에게 '취업'이라는 벽은 관심이 없었던 사이에 어느새 상당히 높게 느껴졌다. 긴 시간 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수 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느낀 것은 인생에서 남이 정해준 방향이 아닌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가보자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기준에 맞추고 굳이 사회의 틀에 맞출필요가 없다는 것이 취업 전 여행을 다녀온 후 내가 가지게 된 직업관이었다.



어쩌다보니 취업을 하게 되었고, 사실 무역업이라는게 나와 크게 맞는 점은 많이 없었다. 단지 해외를 나갈 일이 잦을 수 있다는 점이 내가 좋아할 유일한(하지만 이것은 엄청나게 큰 요소임이 분명하다...!) 장점이랄까. 그것 외에는 내가 무역에 관련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던 공돌이였다는 것과, 무역이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영어실력은 거의 밑바닥을 기는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여행때나 쓰던 일상적인 회화도 한국와서 안 쓰고있다보니 거의 퇴화가 될 대로 다 되어 이제 영어를 말할 때면 입가에 거미줄을 친 듯 턱턱 막혀왔다. 그런 내가 무역회사에 취직이라니.



말이 안되지만 얼떨결에 패기있게 사장님께 제안을 했고, 솔직히 대기업을 혐오(?)까지는 아니어도 대기업의 문화나 사회에서 대기업을 보는 시선들을 그리 달가워하진 않던 터라 대기업보다 좋은 조건을 요구해봤는데 얼떨결에 생각보다 조건들이 맘에 들어서, 그리고 이런 회사라면 첫 직장으로 선택해도 괜찮겠다 싶어서 취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취업에 관련된 자세한 에피소드는 앞에 1화부터 4화까지의 내용에 있습니다...!)



- 대기업 이상의 초봉

- 주 '4일' 근무 (단, 주중에 공휴일 껴있을 시 금요일 근무)

- 정시 출근(9시) 및 정시 퇴근(18시), 점심시간 식대지원

- 회식 및 야근 절대 없음 (사장님이 집에서 애 봐야함)
- 연 2회 자유로운 해외여행 및 휴가가능 (단 3주 전 미리 통보, 최대 2주 휴가)



우리나라도 이제는 뭐 복지 좋은 회사들이 어느정도 찾아보면 많지만, 우리회사도 이정도면 나름 복지가 좋은 회사가 아닌가 싶다. 애초에 회사에 계약을 할 때 부터 사장님과 둘이서 대화를 하면서 직접 계약서를 작성한 터라 회사의 운영방안이나 기본적인 복지정책,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나 회사의 장기 플랜들을 미리 상의하면서 계약조건 및 회사의 기본적인 정책들을 만들어나갔다. 물론 회사에서 중요한 요소인 직원들에게 좋은 복지 정책을 많이 만들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표면적인 조건들 보다 회사를 다니게 하고 싶었던 것은 사장님의 마인드였다. 이미 직장에서 수직적인 관계와 쓸데없는 인간관계에 신물이 나셨었는지, 우리가 공동으로 같이 일하면서 성장하고 회사에 비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입장으로 회사 뿐만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하셨다. 처음에는 '이쯤되면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을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무척이나 열심히 다니고 있다. 



친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이러한 회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엄청 부러워하면서도 저게 정말 사실일까 하면서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하긴 나도 잘 안믿기는데 뭐... 앞으로 이야기할 회사생활은 더 믿기지 않을테니 뭐 나중에 더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막상 쓰고 나니 이쯤 되면 거의 회사생활 이야기가 아닌 본인 자랑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게 계약서를 정식으로 쓴 다음날 부터 본격적으로 일하게 되었다.


회사의 업무는 주로 2가지다. 오전작업과 오후업무.


1. 오전작업은 국내 상품들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배송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우리회사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모든 물건들을 모두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이다. 국내에서 소싱이 가능한 상품중에 해외 수출 시 적정 마진율(25%)이 나오는 물건은 모두 수출 판매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 수출하고 있는 상품 품목의 수 만 해도 6만가지가 넘는다. 어떻게 보면 다품목을 효율적으로 전 세계 각지에 소량으로 수출하는 셈이다. 이러한 미세하게 각개각지로 수출을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빅 데이터(Big Data)의 힘이 상당히 크다. 국내의 제품들을 해외용 수출제품으로 보내기 위해 바코드를 해외용으로 바꾸는 라벨링(labeling)작업 및 택배포장(packaging) 작업이 주 업무이다. 나는 알바를 하던 시절에는 주로 재라벨된 상품을 그냥 상자에 다 담아서 해외 각 지역으로 발송하는 작업을 담당했었는데, 그것은 단순 노동에불과했었다.



하지만 직장을 가지고 나니 일을 하는 업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어있었다. 오전 알바의 주 업무는 알바생들이 열심히 단순 작업을 해 주는 동안 그들이 할 일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지만 복잡하게 설명을 하자면 항상 우리가 판매하는 품목의 재고가 적절한지, 그리고 각 품목들이 시간에 따라 가격이 계속 변동하기 때문에 가격이 판매하는 시점에 올바르게 설정되었는지 너무 높거나 가격이 확 떨어지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급변하는 환율도 계속 체크해야 하고. 또 해당 제품이 재고의 갯수 확인 및 재고가 거의 다 떨어져갈 때 쯤 바로 거래처에 연락해서 필요한 제품을 수량에 맞게 발주 한다. 보통 한 달에 몇 개 팔리는지 예상 개수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서 적절한 수량에 맞게 주문을 하고 받는다. 그리고 알바생들에게 일거리인 외국용 라벨을 만들어서 주고, 알바의 특성상 수시로 관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일을 제대로 진행하는지 관리감독도 해야한다. 배송지가 하루에만 해도 전 세계의 여러곳이다 보니 알바생이 조금만 실수해도 실수로 인한 피해금액이 상당하다.(배송비가 너무 비싸다...)



뭐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지만, 결론적으로 오전에는 눈 코 뜰새 없이 정신없이 바쁘다. 실질적으로 회사를 유지하면서 버는 돈(Cash Cow)은 오전작업에 모두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4시간만에 모든 상품들을 외국용 바코드로 붙이고 포장까지 해서 수출준비를 전부 마치려면 시간이 상당히 빠듯하다. 일하는 작업량으로는 물류센터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우린 그렇게 쉬지않고 무거운걸 들지는 않는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간다. (1시 - 2시)
보통 회사 근처에서 내가 먹고 싶은 맛집을 간다. 어차피 법카로 긁는거니 마음껏 맛있는 것을 먹는다.

요즘 사장님이랑 텐동에 완전 꽂혀있다.


2. 오후업무는 회사성장 및 먹거리 찾아보기 시간이다.

육체적인 강도는 오전에 비해서 하나도 없다. 오전에 열심히 패킹한 상품들을 3시에 픽업차가 오면 실어주기만 하면 끝이다. 오후 업무시간인 2시부터는 주로 회사의 발전방향에 대해 토론한다. 컴퓨터 앞에서 하루종일 회사가 발전할 만한 모델을 연구해보거나, 열심히 정보를 검색해보면서 전 세계의 다른 스타트업들을 벤치마킹한다. 해당 스타트업 회사들의 좋은점과 나쁜점을 분석해보고, 우리가 배울점은 바로 회사 시스템에 적용한다.또 전세계에 파는 모든 상품들을 검색해보고 우리가 팔 수 있는 것들을 쭉 스캔해본뒤, 적절한 이윤에 팔 수 있는 새로운 상품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회사의 방식이 효율적이고 최적화 되어있는지를 검증하고 문제점을 찾는 시간이다. 말그대로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다. 보통 이 때 본격적인 회사일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현재는 국내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한정된 품목들로 제한을 두어 판매를 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 관련 업체들이나 당장 올 11월 말에 상하이에 방문해서 한번 새로운 거래처를 뚫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독자 쇼핑몰 구축과 amazon 시장을 미국, 유럽이 아닌 좀 더 넓은 지역으로 거래처를 넓히는 것도 준비중이다. 그러다가 오후 6시가 되면 퇴근한다. 사실 사장님과 끊임없이 회사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보통 6시가 조금 넘어서야 끝나긴 한다. (그래봤자 10분 내외이다.)



이러한 일들을 달랑 두명이서 한다.

그 말은, 내가 취직하기 전에는 사장님이 혼자서 이 모든걸 다 하셨다는 소리다.

참 배울점이 많으면서도 존경하는 사장님이다...



내가 입사 후 가장 먼저했던 일은 이러한 회사 일련의 전체적인 체계와 과정를 정리하고 개편하는 일이었다.


기존의 사장님의 운영방식은 매출을 무한정으로 올리고 그냥 들어오는대로 바로바로 팔면서 정리도 하나도 없이 돈만 마구잡이로 벌어왔던 형식이었는데, 회사의 A to Z까지 그 모든 과정을 아는 사장님은 어떤 일이 생겨도 바로바로 대처나 처리가 가능했지만, 정작 직원인 그것도 신입인 나에게는 완전히 뒤죽박죽에 업무가 도대체 뭐가뭔지 파악이 안될 정도로 어지럽혀져 있는 각종 문서들과 컴퓨터 파일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자마자 비즈니스의 기본인 제품을 구매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판매해서 돈을 받는 것 까지 모든 과정을 일련의 체계적인 과정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애초에 거래처와 물량 자체가 엄청나게 많다보니 정리해야할 문서들과 기존에 있는 재고관리부터 이메일이나 각종 수출신고 및 배송기록 정리등 해야할 것이 산더미였다. 당장은 그동안 혼자서 인력이 안되서 '이런거 정리할 시간에 돈이나 벌어야죠'라고 늘 말하고 다니녔던 사장님을 위해서라도, 퇴근 후 집에가서도 정리할 회사문서들 정리하고 하나에 통합하고 그런 작업들을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차츰차츰 정리가 되었고, 이제는 왠만한 작업들이 다 분류가 되어서 깔끔하게 정리해서 모든 작업이 가능해졌다. 성격이 워낙 뭐든지 정리정돈을 해야한다는 일종의 강박증(?) 같은게 있어서도 하지만, 확실히 모든 일들을 정리하니 내 입장에서 어떤 일이든 하는게 수월해 져서 좋았다. 물론 내 방식으로 정리를 했는데 사장님도 모든 과정을 알고 있으니 내가 이러이러한 식으로 이렇게 정리를 했다고 하니까 바꿔야 할 것은 피드백을 주시고, 대부분은 고맙다고 하시면서 상당히 만족해 하셨다. 


그리고 나서는 프로그래밍 공부 및 기본적인 엑셀 공부....

일반적인 무역회사나 상사와는 다르게 우리는 상품을 사고 파는 범주 자체가 다르다. '봇'이라고 하는 빅데이터 툴을 활용하여 프로그래밍으로 모든 정보를 다 긁어모으기 때문에 예상 판매수량과 판매랭킹, 수출량부터 해서 일일히 미세하게 조정해야하는 상품별 가격변동이나 재고파악까지 모든 것을 사람의 인력이 아닌 컴퓨터가 관리를 한다. 프로그래머 출신인 사장님이 대부분 개발하신 것이긴 하지만, 그런 것을 1도 모르고 있었던 나에게 이러한 영역의 세상은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리고 데이터량이 워낙 많다보니 엑셀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데이터를 내가 원하는 정보를 추출해내기 위해 내 맘대로 가공하고 편집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나름 대학교 다니면서 엑셀이나 ppt같은 프로그램들은 주변 친구들 보다는 잘 다룬다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큰 오산이었다. 생전 보지도 못한 엑셀 수식들(vlookup, search 등등)부터 매크로까지 진짜 컴퓨터로 모든 작업을 해야하는 회사특성상 뭐 어렵다고 안 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 일 할 때는 사장님이 뭘 요구하실 때마다 못해서 버벅거렸는데, 보다가 답답하셨는지 뭘 이렇게 엑셀을 못하냐고 말하시면서 기본적인 엑셀공부이라도 할 수 있는 책을 사오라고 카드를 주셨다..   덕분에 받은 엑셀 책을 바탕으로 회사에서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 다루던 함수들과 기본적으로 하는 일들을 노트에 필기해 둔 뒤 집에와서 회사 파일들로 반복해서 익숙해 질 때 까지 작업을 해보았다. 회사 실무를 하기 위한 엑셀공부였기 때문에 몇 번 하다보니 엑셀 책은 크게 의미가 없어졌다. 너무 모든 설명이 다 있다고 해야하나. 회사에서 다루는 건 이 중에 일부분이었기에 회사에서 필요한 부분부분만 인터넷 검색이나 책에서 그 부분만 찾아서 빠르게 이해하고는 바로 회사 업무에서 지장이 없게 반복연습을 했다. 이것도 다행히 내가 생각했던 기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만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왠만한 회사에서 다루는 툴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사용한다. 그래도 사람의 실수는 모르는 것이기에 항상 긴장하면서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중이다......(혼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인 데다가 단 둘이 있는 회사에서 내가 실수를 하면 사장님께 굉장한 민폐를 끼치는 기분이다.)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회사에서 하는 일들과 내가 하는 일들은 이러한 일들이다.

사실 워낙 재미가 없는 내용들이라 (사실, 진짜 재밌는 사업에 관련한 내용들은 전부 회사 기밀이다...ㅠㅠ)

이러한 내용을 쓸까말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차피 앞으로는 회사에서 하는 일에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말그대로 스타트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바람직한 문화라던가, 진정한 회사의 직원과 사장의 관계 등 '회사에서의 생활'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쓸거기 때문에 딱 한 번만 회사에서 하는 일을 조금, 아니 많이 지루하지만 한 번 써 보았다...



원래 혼자서 독백일기처럼 써보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구독자가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 (뭐지?)

그러다보니 글을 쓸 때, 나도 모르게 독자에 대한 의식을 조금씩 하면서 글을 쓰는 것 같다.


뛰어난 작가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글을 재미있게 맛깔나게 쓰고는 싶은데 방법을 몰라

그냥 시간 날 때 마다 열심히 쓰고는 있지만

신기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는 김에

재미있는 회사생활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봐야겠다.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는데

좀 더 양질의 글을 여러 편 쓰기 위해서라도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



p.s. 한 동안 글을 안 썼음에도 불구하고, 구독자가 10명이 넘었어요.

구독해 주신분들 감사해요 (:





작가의 이전글 퇴사 후 세계여행이 아닌 세계여행 후 입사를 하게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