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에 대한 잡념
"선을 지키면 행복해져요."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버스의 뒷 문에 붙여있던 문구였다. '선'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너는 여기까지, 너랑은 여기까지.
사람마다 인간관계에 대한 선이 있고, 그 범위는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선과 본인과의 범위가 좁아 가까이 다가가는데 부담이 없지만, 또 어떤 사람은 선의 범위가 넓고 칼같이 그어놔 다가가기 전에 '내가 이래도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다른 선의 범위를 지켜가며 혹은 겹쳐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 만큼 하면 됐어! 잘했어! 넌 최선을 다했어!"
우리는 이런 말들은 종종, 아니 자주 듣는다. 그리고 나 자신이 정말 최선을 다했구나, 이만큼 하면 됐구나 하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런 말을 더 많이 들을수록 전과는 다르게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한 걸까?
그만큼 하면 된 걸까?
내가 아닌 남이 그어놓은 관대한
선의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게 아닐까?
남에게 그어주는 선은 관대하다. 관대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니까,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 사람만큼 알고 있지 않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는 남이 아닌 내가 선을 그어야 한다. 나에게 긋는 선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는 관대하지 않게, 냉철하게, 분명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 선을 넘었을 때야 말로 스스로에게 격려해야 하지 않을까?
그 만큼만 해도 괜찮은 일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만큼만 해도 좋은 일과 그 이상하면 좋은 일이 가져올 혹은 만들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