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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관찰자 Jan 01. 2016

가장 우울하면서 좋았던 날에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미술관에 가는 길


그 날에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근교 해변가인 시체스를 가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나왔다. 그래도 몇 번은 다녀본 길이라고 능숙하게 기차를 타러 기차역으로 향했고, 어찌어찌 왕복행 기차표를 끊었다. 그리고 살짝 긴장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과자 하나를 사서 기차에 올라탔다.



시체스를 행해 가면 갈수록 하늘은 회색빛으로 물들더니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하고, 바다를 보니 파도는 더 험악해져 갔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시체스에 도착하니 비가 더욱 쏟아졌고, 내가 봤던 시체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잔뜩 화가 난듯한 시체스의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바로 바르셀로나행 기타를 탔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틀어진 계획에 실망감도, 알 수 없는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도 방울방울지고 있었다.


점점 비와 비구름과 멀어지는  듯하더니 곧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 곳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기차에 내려 맥도널드에 가서 따뜻한 라테를 마시며 무엇을 할까 고민했고,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카탈루냐 미술관에 가서 사진작가스러운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마음껏 보고 찍고, 걸으며 찍고.

사소하고 작은 것에도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shinys




ⓒshinys




ⓒshinys


같이 역에서 내린 사람들은 이미 저 앞에, 보이지 않을 만큼 가버렸다.

나는 그래도 천천히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이곳저곳을 열심히 살피고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기도 했다.




ⓒshinys




ⓒshinys




ⓒshinys




ⓒshinys


남들보다 2배 정도는 느린 걸음으로 도착한 카탈루냐 미술관 앞 분수대. 떨어지는 물줄기마저도 순간을 꾸며준다.






ⓒshinys





ⓒshinys





ⓒshinys


드디어 올라온 카탈루냐 미술관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슴까지 시원 해지는 탁 트인 뷰와 나와 함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살랑살랑하게 불어오는 초가을 바람. 그리고 이 순간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주는 음악까지.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shinys


이 곳에 오기 전에 기차 안에서의 우울함과 외로움, 그리움은 어느새 사라져 마음껏 여행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시체스에 비가 온 건, 이 곳을 오게 하기 위한 누군가의 계획이지 않을까.


시체스를 오고 가는 길에 내리는 비를 보며 느꼈던 우울함과 누군가에 대한 괜한 그리움으로  마음속이 복잡하던 날이 될 뻔했지만 카탈루냐 미술관을 가는 길은 가장 여행자스러웠으며 가장 좋았던 날이 되었다. 그리 특별하고, 인상적인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때가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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