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실한 관찰자 Jul 12. 2016

오사카 사진일지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찍어본 오사카



 생각해 보면 필름 카메라의 밝은 색감과 선명하지 않지만 따뜻한 그 감성은 일본만이 가진 그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아니 어쩌면 이 조합이 어울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 가볍고, 잘 다루지 못하는 수동 필름 카메라에 비해 부담감이 적은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찍어본 오사카. 사실 오사카 하면 먹방과 쇼핑이라지만, 여기서는 먹음직한 사진은 하나도 볼 수 없다.




카메라 산 가게에서 첫 방.




가라호리 골목 어디에선가.





조용, 고요하던 가라호리 골목집들



 오사카를 다시 가게 된다면, 꼭 다시 가볼 곳이 있다. 도톤보리, 오사카 성에 비해서는 그리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서 좋았던 '가라호리 골목'이었다. 내가 본 곳 중에서 가장 일본스러웠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가정집.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자전거 사랑도 일본스러움을 두드러지게 했다. 내가 갔던 날에 비만 오지 않았다면 자전거를 빌려서 골목 한 바퀴 돌았을 텐데. 




상가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던 가게.









시텐노지 가는 길에 있던 꽃집




시텐노지 입구에서.





정말 연두연두하던 나뭇잎색












여행 가면 꼭 찍어보는 신호등




 일본의 신호등에는 모자 쓴 사람이 있었다. 신사들이 쓰는 중절모. 그 모습이 귀엽고, 왜 쓰고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호등맨이 모자 쓴 이유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삐요 삐요' '탈칵 탈칵' 하고 나던 신호등 소리에 의미가 있었다. 신호등에서 나는 소리만 듣고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건널 수 있는, 그러니까 시각 장애인이나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다.


 신호를 기다리면서 일본의 신호등은 참 요란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의미를 가진 착한 소리였다는 걸 알고 나니 그 소리들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삐요 삐요' '탈칵 탈칵' 




개나리는 아닌데 노오란 색이 너무 이쁘던 꽃















어느 곳에 가던지 학생들은 참 풋풋하다.










오사카의 랜드마크, 글리코아저씨





아쉬우니까 밤에도 한 번.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들고서 여행해 보니 정해진 컷수에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아끼게 되고, 그렇게 아꼈던 순간을 찍고 난 후에 내가 본 대로 느낀 대로 잘 찍혔을까라는 걱정과 살짝의 기대를 느끼며 여행을 즐긴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결과물들을 보면 필름 카메라만의 거칠거칠함과 특유의 부드러움이 함께 어우러져 그리 대단한 순간이 아니라도 그 순간의 아련함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렇게 나는 추억의 색이 깊게 깃들은 사진들을 보면서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한다. 이러한 이유로 여행을 떠나는 나의 주머니엔 항상 일회용 카메라가 있을 것 같다. 현재의 여행을 즐기고,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제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