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짱문 May 13. 2019

누구나 한 번쯤은 포켓몬 트레이너를 꿈꿨던 적이 있었지

영화 [명탐정 피카츄] 리뷰

  어린 시절 우리에게는 양대 몬스터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하나는 디지몬, 다른 하나는 포켓몬이었다. 전자는 다마고치, 후자는 닌텐도 게임, 닮은 듯 다른 두 몬스터들은 어린 시절 우리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 중 하나였다. 그중 포켓몬의 인기는 아직까지 대단해서 최근에 롯데리아에서 세트 메뉴를 먹으면 주는 대형 포켓몬 인형 얻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런 포켓몬이 드디어 일을 냈다. 바로 실사화 영화가 나온 것이다. 5월 9일을 개봉일로 정해놓고도 어린이날이 있는 주에 변칙개봉까지 하다니 욕심이 과하다는 생각도 잠시, 영화를 본 후에는 그래 이 영화를 어린이날에 극장에 안 걸었다면 직무유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현실에 녹여낸 포켓몬들   

  

영화 속 라임 시티는 포켓몬스터 골드/실버 세대(지금은 20대 후반이 되었을 정도)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적절했다. 명색이 포켓몬 실사화 영화인데 레드나 지우가 안 나오는 건 둘째 치더라도 포켓몬의 기본 배경을 완벽히 재현해냈다. 영화 속 포켓몬 세상은 게임 및 애니메이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워드 클리포드 박사는 포켓몬을 단순히 배틀에 사용하고 가두는 종속된 존재에서 벗어나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 라임 시티를 건설한 것으로 묘사된다. 영화 속 잠만보가 도로에서 잠들어버려 괴력몬이 교통정리를 도와주고, 새 포켓몬들은 우편물과 높은 빌딩 건설에 힘을 보탠다. 큰목소리포켓몬인 노곤룡은 암흑가 클럽에서 스피커 역할을 대신하며, 물 포켓몬 꼬부기는 소방대원으로 활약한다. 제일 좋았던 장면은 거동이 불편한 클리포드 박사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것은 인간으로 변신한 메타몽이었다. 이렇듯 영화 속 포켓몬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던 것을 넘어 포켓몬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판타지 세상을 디테일하게 묘사했다는 점이다.

큰목소리포켓몬 '노곤룡'



어른이와 어린이를 모두 만족 시킨 영화


[명탐정 피카츄]의 타깃은 명확했다. 영화관을 들어선 순간부터 좌석은 아이들로 가득했다. 어른이라고는 몇몇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님이 전부였고, 심지어 어느 아버님은 아이들만 좌석에 앉혀둔 채 영화가 끝나면 아래로 내려오라며 관을 떠나시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그 많던 관에 분명 나와 같은 이들도 존재했다. 어린 시절을 포켓몬과 함께 자란 그들은 조용히 자신들의 어릴 적 상상의 현실화를 지켜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제작사도 이를 캐치한 것인지 분명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한 배려도 영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가 그 귀여운 피카츄라니, 다행히도 아이들이 그 사실에 경악하진 않았다. 또 엔딩 크레딧 속 예전 게임보이 비주얼의 도트 화면과 고전 게임 배경음은 어떠한가. 게다가 초등학생 시절 매일 이마트 게임기 코너에 가면 항상 틀어져있던 비디오 [뮤츠의 역습] 속 뮤츠가 흑막으로 등장하며, 성도 시티 언급, 초창기 무인편의 스타팅 포켓몬들인 꼬부기, 파이리, 이상해씨는 저마다 씬스틸러로 제 역할을 해낸다.(이상해씨만 유일하게 최종 진화체인 이상해꽃이 등장하지 않는다. 실제 이상해꽃이 비주얼면에서 가장 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이상해씨는 더 중요한 역할을 가지니 이상해씨 팬 역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렇듯 [명탐정 피카츄]는 포켓몬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고전 포켓몬 게임 화면
무인편의 스타팅 포켓몬 - 꼬부기, 파이리, 이상해씨 



포켓몬, 그들은 인간의 동반자인가 노예인가     


[명탐정 피카츄] 속 메시지는 극명하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우리들의 친구인 포켓몬을 두고 싸우는 일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게임에서도 이를 반영해서 포켓몬 해방운동 내용이 들어간 시리즈도 있었을 정도이다. 우리는 우리들의 친구라 부르는 포켓몬을 두고 배틀하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은 영화 속 아이들을 위한 메시지로 잘 녹여냈다. 기억을 상실한 피카츄는 자신의 기술인 100만 볼트 역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로 인해 사건의 힌트를 얻기 위해 찾은 지하 불법 배틀장에서 자신 있게 나선 피카츄는 리자몽에 힘도 못 쓰고 쩔쩔맨다. 결국 팀은 자신이 직접 배틀장에 뛰어들어 피카츄를 돕는다. 하지만 결말부에서 모든 기억이 돌아온 피카츄는 세상과 팀을 구하기 위해 자신에 비해 훨씬 강한 최강의 포켓몬 뮤츠에게 볼트태클로 달려든다. 포켓몬 세상 속 배틀은 현실 세계에서 친구와 주먹 다툼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포켓몬 세상 속 배틀은 아이들에게 성장과 협력, 그리고 그 이상을 가르쳐 준다.

영화가 끝이 나기도 전에 사건이 해결되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작은 소녀는 세상 해맑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영화 [명탐정 피카츄]는 포켓몬의 폭력성에 대한 의구심을 아이들의 순수함에 대한 우매한 곡해라고, 아이들은 당신의 생각보다 아직 더 순수하다는 것을 알려줄지 모른다.

포켓몬 해방운동 내용이 들어간 포켓몬스터 블랙/화이트
100만 볼트를 잊은 피카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