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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홍 Oct 18. 2023

인생 첫 해외 골프 : 흑인 할아버지와 한 팀이 되다

미국 신혼여행기 7 - 디즈니 팜 골프코스

디즈니 팜 골프코스

Disney’s Palm Golf Course

https://www.golfwdw.com/courses/disneys-palm-golf-course


룰루랄라 아울렛에서 마련한 새삥 골프 옷과 신발을 들고 

디즈니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


이곳 올랜도에는 디즈니 골프장이 총 4곳이 있는데, 

우리는 그중 제일 좋아 보이고 (뭐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느낌 아니까!)

거리상으로도 적당했던 팜 골프 코스를 선택했다.


오후 2시 30분 티업.

골프채 대여까지 포함해 당일 홈페이지로 예약했고 

우리 시간 외에도 빈자리는 많이 있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골프가 처음이었던 우리는 

"이거 봐 역시 미국은 골프의 나라야~ 예약도 여유롭잖아~?"라며 뽕이 차오르기 시작 ㅎ


"미국에서 칠 때는 7분 텀 이런 거 없대!"

"카트 타고 페어웨이 안까지 막 들어가도 전혀 상관없대!"


급하게 블로그를 찾아보며 미국 골프 지식을 수집했다.



화려한 한국 골프장에 비해서는 소박한 스타트하우스. 


각종 디즈니 골프용품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특히 저 미키마우스 카트는 너무너무 귀여웠는데 실제로 탈 수 있는 건 아니고 관상용이었다


직원이 카트에 실어준 대여용 골프채는 굉장히 상태가 좋아 보였다.

여기 사람들은 아무래도 거의 자기 채로 쳐서, 대여용 골프채가 나갈 일이 별로 없나 보지?


가보자고!!!



최고의 날씨♥ 

페어웨이 곳곳에 Turkey가 돌아다니고~

호호 노래 부르며 카트를 운전해서 1홀 앞에 도착했는데.


두둥. 


그곳에서는 직원 외에 또 다른 한 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Hello, I am Jamal."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와 함께 악수를 청하시던 흑인 할아버지.


당연히 둘이서 칠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순간 너무나 당황했다.


'여기 미국이잖아...? 우리 외에도 다른 팀 많았잖아...?

우리 골린이라고. 영어도 좀 불편하다고..

미국이니까 해외골프 티 내면서 여유롭게 치고 싶었다고ㅠㅠㅠ'


빈자리를 잡았을 뿐인 그분에게는 당연히 아무런 잘못이 없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버버버

왠지 모르게 표정이 굳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_ㅜ 헥


"He.. Hello. Nice to meet you.."


그래 이것도 해외 골프의 묘미라면 묘미겠지..

우리가 언제 또 외국인과 한 팀에서 골프를 치겠어

그까짓 거 피할 수 없으면 즐겨보기로 다짐!!!!


그렇게 Jamal과 함께 하는 라운딩이 시작됐다^^



하우웨버, 문제는 1홀부터 터졌으니…

바로 티였다.


70대로 보이던 Jamal은 실버, 오빠는 화이트, 나는 레드티에서 쳤다.

한 홀에 3번씩, 서로 다른 티에 멈추다 보니 자꾸 맥이 끊기고 진행 속도도 상당히 느렸다.


게다가 나는야 골린이. 

최근 연습도 안 했다 보니 공이 아주 그냥 자유분방하게 뻗어나갔다.


나의 뻥샷에도 Jamal은 웃으며 'Nice shot~'을 외쳐주었으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민폐라는 생각에 내 표정은 계속해서 굳어져갔다.


제발 아무도 나한테 아무 신경도 안 써줬으면 좋겠다.. 하는 거.

흑 첫 해외 골프니까 사진도 많이 찍고 싶었는데.. ㅠ



이곳 상징은 '디즈니 벙커'라고 봤던 것 같은데, 정신없이 치느라 발견도 못했다.

셀프 카트 운전에 캐디도 없고 거리는 대충 가늠해서 해야 하고

거기에 Jamal 눈치까지 보려니 

오 마이, 이것은 골린이에게 너무나 큰 시련이었다고.


그렇게 한 4홀까지 쳤으려나.

우리 앞에 간식차가 나타났다.


미국은 그늘집이 따로 없고 간식차가 보이면 그때 간식을 사 먹는 거라고 하더라.

콜라와 과자를 사며 마음을 달래려고 하던 차에 Jamal이 다가와 말했다.


"앞에 팀에 자리가 있는지 한번 보고 올게. 절대 너희랑 치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우리가 계속 다른 티에서 치다 보니 속도가 너무 안 날 것 같아서 그래."


"Okay! Got it!"


듣던 중 너무나 반가웠던 이야기.


"가서 만약에 자리 없으면 바로 돌아올게. Bye~"


인사와 함께 Jamal은 바람처럼 사라졌고,

그렇게 인생 첫 해외 골프 + 외국인과 한 팀을 했던 경험은 4홀 만에 막을 내렸다.

이제서야 우리 만의 까불까불 '상상했던 바로 그 미국 골프'가 시작된 것이다.



밝은 표정을 되찾은 나 ㅎ

이때부터는 다행히 사진이 좀 많네^^

아울렛에서 입어보지도 않고 샀던 아디다스 골프 원피스는 사이즈 S였는데도 엄청나게 컸다.


골프장 규모도 어마어마 해서 마치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한 홀에서 주변 홀 3-4개는 다 보이는 평지.


잔디 상태도 너무나 만족스러웠고

대부분 산이 보이는 한국 골프장과는 다른 풍경도 신기했다.



어느새 뉘엿뉘엿해가지고

어둠 속에 우리 라운딩도 마칠 시간.


사실 나중에는 바람도 많이 불고 좀 지쳐서 카트 타고 속도를 내며 '범퍼카' 놀이했다.


놀랍게도 Jamal이 사라지고 난 뒤에는 앞, 뒤로 사람을 전혀 만나지 못했다.

우리가 엄청나게 천천히 갔는데 뒤 팀은 왜 없었던 걸까?


수풀로 들어가 공을 찾아오려는 나에게

"뱀 조심이라고 쓰여있잖아!"라며 호들갑을 떠는 통에

이날 샀던 새공 거의 한 박스를 그대로 기증.


그런데 정말로 뱀이 나타나도 전혀 어색할 것 없는 환경이긴 했다



유명 체인 Hot N Juicy

골프 목표 달성 뒤 매콤한 해산물에 맥주로 시원하게 저녁.

몇 타를 쳤는지는 묻지 마시라.


계속 Jamal과 한 팀으로 쳤다면 우리의 라운딩이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정말 다행이다', '고마워요 Jamal'을 외치며 훈훈하게 마무리.


올랜도에서의 셋째 날도 너무나 즐거웠다!


이상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한 한국인 신혼부부의 여행 셋째날 일기-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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