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생애주기와 요실금 - 노화, 임신, 출산, 완경
갖고 살 수는 없나요? 요실금
임신/출산과 요실금
복압성 요실금의 주된 위험 요인은 임신, 출산, 노화 그리고 비만입니다. 그중 출산, 특히 자연분만과의 연관성은 명백합니다. 수많은 연구에서 '자연분만'과 '요실금 및 골반장기 탈출증*'의 연관성을 밝혀냈지요. 질식분만(자연분만)을 몇 번 했는지, 임신 전 그리고 임신 중 요실금이 있었는지에 따라 정도가 달라집니다. 특히, 출산한 해에 요실금을 가지고 있을 확률은 15~30% 정도**입니다.
임신, 출산과 분만 횟수가 요실금에 큰 영향을 준다는 내용은 너무 뻔한 이야기일 수 있어 대규모 환자를 기반으로 한 연구 결과로 한번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골반장기 탈출증 (Pelvic organ prolapse): 골반저 근육과 결합조직이 손상되거나 약해지면서 자궁, 방광, 직장 등의 골반 장기가 정상 위치에서 아래로 내려오거나 질을 통해 빠져나오는 상태
**《배뇨장애와 요실금(2021)》
제왕절개하면 요실금 덜 생기나요?
2022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제왕절개분만을 한 여성에서 비뇨생식기 재건 수술의 장기적 위험은 출산 경험이 없던 여성과 비슷했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스웨덴 국가 자료를 이용하여, 2010년에서 2017년까지 총 8년간 수술을 받았던 45세 이상의 여자 환자 중 39,617명의 골반장기 탈출증 수술을 시행받은 환자 및 20,488명의 요실금 수술을 시행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골반 재건 수술을 겪은 환자에서 1회 이상 자연분만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분만 자체가 요실금이나 골반장기 탈출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스웨덴 45세 이상 여성 전체의 자연분만율인 79.6% 전후의 비율을 유지해야 하는데요. 1회 이상 자연분만을 한 여성에게서 ‘골반장기 탈출증 수술’을 한 경우나 ‘요실금 수술’을 한 경우가 각각 97.8%, 93.1%로, 자연분만율보다 훨씬 웃도는 수치를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수치를 통해 ‘자연 분만이 요실금과 골반장기 탈출증에 위험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반면, 분만 경험이 없거나 제왕절개만 받은 여성의 경우 요실금 수술 및 골반장기 수술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제왕절개와 분만 경험이 없는 것은 요실금과 골반장기 탈출증을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지요.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 논문에서는 '요실금 및 골반장기 탈출증 수술의 위험은 질식 출산 과거력(vaginal parity)에만 독점적으로 연관이 있고, 분만 경험에 따라 일관되게 늘어난다. 제왕절개는 추후 요실금 및 골반장기 탈출증 수술을 하지 않게끔 한다.'라고 마무리합니다.
외국 논문까지 들고 온 것은 자연분만이 요실금과 골반저근 손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를 객관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결론만 보고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위 연구의 전체 집단은 ‘45세 이상 스웨덴 여성’으로 총 230만 명입니다. 230만 명의 여성 중에서 수술을 받은 사례는 67,683건에 불과했습니다. 이 67,000여 건 중에서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았던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지, ‘자연분만하면 요실금 혹은 자궁 탈출증이 생긴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 산술 계산만 해보면 8년 동안의 수술 건수는 45세 이상 전체 여성 수의 3% 비율 정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언제 3%에 쉽게 들어가곤 했나요…)
다시 정리하면 자연분만하면 '요실금, 골반장기 탈출증이 생긴다'라는 것이 아니라 '요실금, 골반장기 탈출증 수술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다'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제왕절개 흉터가 있는 분은 추후 요실금이나 골반장기 탈출증 수술을 할 확률이 다소 낮고, 자연 분만을 하셨던 분은 추후 요실금이나 골반장기 탈출증 수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다소 높으니 잘 관리하시면 좋겠다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되겠습니다
Doctor’s Tip
• 자연분만 = 요실금, 골반장기 탈출증이 생긴다(X)
• 자연분만 = 요실금, 골반장기 탈출증 수술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다(O)
폐경(완경)이 오면 요실금/빈뇨가 심해지나요?
폐경 비뇨 생식기 증후군 (Genitourinary syndrome of Menopause)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방광과 요도 점막의 건강을 유지하고 골반저 근육의 탄력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폐경(완경)이 오면 여성호르몬을 만들어내던 난소의 기능이 소실되면서 여성호르몬 생성이 급격하게 줄어드는데요. 이런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방광과 요도의 점막이 얇아지고 약해져 빈뇨와 요실금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노화로 인해 골반저 근육의 양이 감소하고 탄력이 저하되며, 신경이 퇴화하고 방광과 요도 기능이 감소하면서 복압성 요실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방광의 용량도 줄어서 빈뇨 증상 또한 더욱 심해지지요. 폐경 후 급격한 호르몬의 감소와 노화는 수년에 걸쳐 비뇨기(요도, 방광 등)와 생식기(질, 외음부 등)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이러한 모든 변화를 ‘폐경 비뇨생식기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이런 변화는 폐경 직후보다는 폐경이 되고 3~5년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폐경 후 주로 겪는 증상이 ‘질 건조증’과 ‘질 위축’으로 인한 불편감이기 때문에 예전에는 외음질 위축(vulvovaginal atrophy)이라고 표현했지만, 여성호르몬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비뇨기계 문제를 포괄하지 못한다고 하여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폐경 후 여성의 27~84%가 겪는다고 보고될 정도로 흔합니다.
*출산 후 수유모, 조기 난소 부전(조기폐경), 양측 난소절제술 후, 시상하부성 무월경, 유방암으로 호르몬 치료 중인 경우와 같은 경우에도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인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폐경 이후 비뇨생식기에 발생하는 다양한 증상
자궁은 위축(쪼그라듦)되어도 불편하지 않지만, 질과 외음부는 호르몬 감소로 인한 위축이 생기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폐경으로 겪는 증상 중에서는 질 건조증이 가장 흔한데요. ‘아래가 건조하다’고 흔히 표현하시죠. 심하신 분들은 건조한 느낌을 넘어서 따갑고, 화끈거리고 가렵기도 합니다. 성관계 시에는 분비물이 나오지 않아 뻑뻑하며 통증을 느끼고, 종종 출혈이 생기기도 하죠. 이런 통증 때문에 성욕이 줄어들고, 성관계 횟수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데요. 그 결과 질 위축이 더욱 악화됩니다.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요도, 방광과 같은 하부요로 계통에서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요실금, 빈뇨, 야간뇨, 배뇨통, 혈뇨 등이 해당합니다. 폐경 후에는 방광염도 자주 발생하지요. 이렇게 여성 호르몬 감소로 발생하는 증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부위별 대표적인 증상들은 표와 같습니다.
외음부: 건조함, 가려움, 따가움, 분비물, 외음부 통증, 관계 후 출혈, 골반 통증과 압박감
비뇨기계: 빈뇨, 절박뇨, 야간뇨, 배뇨통, 혈뇨, 반복적인 방광염
성관계 관련: 성교통, 관계 시 뻑뻑함, 성욕 감소, 골반통, 성관계 중 출혈
위축성 질염(Atrophic vaginitis)
여성호르몬이 충분한 상태에서는 질 내 유산균에 의해서 질 내 환경이 약산성의 산도를 유지하게 되고 유해균들의 증식이 억제되는데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질 유산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 깨지면서 질의 자연 방어 기전인 산성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외부 자극이나 균에 취약한 상태가 됩니다. 질염을 유발하는 균들이 쉽게 증식하여 가렵고 따가운 증상과 함께 냄새나는 연노랑 분비물이 나타납니다. 이를 위축성 질염이라고 합니다.
Doctor’s Tip
• 폐경 이후 갑자기 심해진 요실금 혹은 빈뇨 증상은 크림, 질정과 같이 질/외음부에만 사용하는 약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 질/외음부에 사용하는 호르몬제는 유방암의 발생 위험이 높지 않으며 치료 효과가 매우 좋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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