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의 시선이 아닌 커서(cursor)의 시선으로
*브런치 무비패스 참여 작품입니다(글은 'elric13'이 대신 작성하였습니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땐 인물의 시선이 가 있는 쪽으로 공간을 둬야 안정감이 있어 보입니다.”
어디선가 인물 사진을 찍는 나름의 ‘꿀팁’이라며 들었던 것 같다(아마도 보았을 확률이 더 높겠지만). 이 팁은 사진을 보는 사람의 시선이 사진 속 인물의 시선을 본능적으로 따라가기에 유효하다. 이는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인물의 시선은 물론 움직임에 따라 관객의 시선도 옮겨가고, 그런 시선의 흐름이 매끄러울 때 편집이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서치에서는 이러한 자연스러움과는 달리 관객의 시선은 크게 제한되고, 마치 관광지를 지나갈 때 카메라의 화면으로만 보는 것 같은 다소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서치에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장면은 하나의 언어로 관객에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스마트폰의 화면이고, 때로는 컴퓨터의 모니터, TV, CCTV 등 화면을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서 관객과 마주하게 된다. (이런 느낌의 신선함은 클로버필드(2008)에서도 느꼈던 것 같지만….) 하지만 다행히 서치는 관객이 익숙하지만 새로운 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할애한다. 그 덕분에 과하게 확대되어 커다란 마우스 커서와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친숙한 윈도우 XP의 화면, 딸깍딸깍하는 마우스의 클릭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의 오프닝이 끝나고 그 안에 몰입되어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객의 시야기 제한되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제한된다는 것은 연출에도 제한이 생기는 것과 같다. 관객은 새로운 것에 금방 적응하고 대부분은 새로운 것은 그 영화를 판단하는 첫번째 요소는 아니기에 서치의 감독은 이 양날의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스릴러와 가족 드라마의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았다. 스토리 자체는 스릴러, 드라마 두 장르 모두에서 봐도 크게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군더더기 없이 100분을 알차게 사용했고,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로 관객을 100분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관객들이 그들을 향한 새로운 언어에 좋은 평가를 보냈다는 뜻일 것이다.
이 영화가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등장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이 영화의 주 무대인 스마트폰과 노트북(엄밀히 말하면 아이폰과 맥북)의 화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행동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 행동의 주체는 등장인물이지만 보여지는 것은 마우스 커서일 것이다.) 이런 요소가 흥미로운 이유는 일상에서는 쉽게 접하지만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언어 그 자체로 사용된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림, 말, 글, 영상 점차 무언가를 전달하는 언어가 그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발전해오고 있었으나, 어쩌면 영화의 언어로는 한 단계 후퇴한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무언가’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낯설었지만 관객인 내게 좋게 다가왔고, 어쩌면 뻔하다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렇듯 뻔한 이야기를 낯선 연출을 활용하여 흥미롭게 연출한 것에 박수를 보내며,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