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그렇게 바보같이 지나간다
※ 브런치 무비패스 참여 작품입니다(일부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누구나 바보같은 사랑을 한다. 사람은 타인에 대해 완벽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하물며 남이야. 분명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데,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러나 그럼에도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이 있다.
플로렌스는 자기 자신을 잘 몰랐다. 분명 에드워드를 사랑하지만 성적인 관계에 대한 무지함과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에드워드 역시 자기 자신을 잘 몰랐다. 자신이 플로렌스를 사랑하는지,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아주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두 사람은 전혀 대비할 수가 없었다. 대화가 부족했을 수도 있고, 경험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첫사랑은 누구나 그러니까.
그러나 최소한, 그녀는 그를 밀어내지는 않았고 나름의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이를 뿌리친 것은 에드워드였으며 이날 이후로 두 사람은 연주자와 청중으로 만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까지 30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려야만 했다. 에드워드는 자신이 플로렌스에게 모욕을 당했으며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타협점이 있을 수 없으며 자신은 이제 플로렌스와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것이 아니었다. 플로렌스가 가졌던 두려움은 단지 일시적인 것이었으며 그녀는 정상적으로 많은 자녀를 낳고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에드워드가 상처를 안고 말년까지 가정을 가지지 못한 것과 대조적으로 말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것은 누구나 알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체실 비치에서 있었던 짤막한 대화와 해결되지 않는 갈등. 무한한 행복이 있을 것만 같았지만 아주 순식간에 찾아온 상황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첫사랑은 그렇게 실패한다. 그냥 그렇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