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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잌쿤 Feb 06. 2019

우리가족 라멘샵(2019)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다

※ 브런치 무비패스 참여 작품입니다(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품을 떠나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혼자 살아오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소위 ‘집밥’이라고 불리는 것의 힘이다. 아무리 맛 좋고 친절한 백반집을 가더라도 집밥을 먹는 것만큼의 포만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밖에서 사먹는 밥은 언제 밥을 먹었냐는 듯 금방 꺼지고 또 다른 음식을 찾게 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머니의 사랑과 손맛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은 특별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족 라멘샵은 어머니의 뿌리인 싱가포르와 아버지의 뿌리인 일본의 만남과, 그 이전 세대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아픔과 갈등을 음식이라는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잔잔한 연출로 보는 내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과하지 않은 음악 또한 주인공을 보다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해주었는데, 배경음악보다 주변 소리를 강조함으로써 주인공의 대화, 행동을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갈등과 행동의 동기에 대한 것을 자세히 풀어놓고 있지 않아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특히, 주인공이 외할머니와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외할머니의 입장이나 주인공 행동에 대한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일본의 침략의 아픔을 몸소 체험한 외할머니의 사정을 사실상 침략과 관계가 없는 세대인 주인공이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술 마시면서 외할머니를 비난하고 술 취한채로 외할머니 댁에 가서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에서 느껴지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의 괴리에서 나오는 고통이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소울푸드’ 드라마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지닌 아픔과 갈등을 서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음식이 가진 마법 같은 힘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진심 어린 영혼의 힘이었다면 말이다. 마지막에 외할머니와 함께 만든 음식에서 주인공은 어머니와의 추억을 보고, 손자가 먹는 모습을 통해 딸의 모습을 보는 장면은 갈등 해결에 마침표를 찍는 장면이었으나, 위와 같은 이유로 작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아쉬움이 조금 남는 영화이긴 했으나, 영화 자체가 일본과 싱가포르 외교 관계 수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임에 비춰 볼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 음식을 다룬 영화는 자고로 음식이 맛있어 보이고 음식을 통해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끼고 영화가 끝난 후에 그 음식이 생각나면 충분히 좋은 영화가 아닐까. 


우리가족 라멘샵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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